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8일 서울에서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미국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동시에 비난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그는 “한 가지 아주 분명하게 하고 싶다”면서 “나는 최선희 부상의 지시를 받지 않을 뿐더러 볼턴 대사의 지시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 2년간 진행한 회의들의 결론을 지침으로 삼는다”면서 “그들의 비전이 내 팀의 지침”이라며, 한반도 항구적 평화와 북미관계 전환, 한반도에서 핵무기 제거와 북한인들을 위한 밝은 미래를 열거했다.  

실제 발언 때는 빠졌지만, 비건 부장관이 미리 준비했던 발언문에는 더 강도 높은 표현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8일 오후 2시42분께 외교부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발언자료가 근거다. 

해당 자료에는 “(최선희와 볼턴) 둘다 가능한 것을 창조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오로지 부정적이고 불가능한 것에 초점을 맞추는 낡은 사고에 갇혀 있다”는 문장이 들어 있다.

비건 방한 직전인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조미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루어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고 한 최선희 제1부상은 물론이고, 최근 회고록을 통해 ‘하노이 노딜’이 자신의 방해공작 덕분이라고 자랑한 볼턴 전 보좌관을 싸잡아 저격하려 했던 셈이다. 

적어도 비건 부장관은 최선희 제1부상과 존 볼턴 전 보좌관을 도긴개긴이라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최선희 제1부상에 대한 비난은 그간 상대한 북한 측 협상대표들에 대한 비건 부장관의 오랜 불만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지난달 29일 독일 마셜기금이 주최한 화상 간담회에 참석한 비건 부장관은 지난해 2차 북미정상회담 직전 하노이에 온 북한 협상단이 ‘핵무기’ 관련 논의 자체를 금지당했기 때문에 ‘노딜’로 끝날 결과를 미리 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8일 서울 회견에서도 “이 문제들에 대해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고 권한이 있는 카운터파트를 임명”하라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촉구했다. 

반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한반도 문제 해결에는 ‘앉아서 도를 논하기’보다 ‘일어나 행동하기’가 요구된다”면서 “미국이 성의를 보이고 실제 행동으로 북한의 정당하고 합의적 우려에 응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가,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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