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 박사/‘수령국가’ 저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개헌만 빼고 뭐든다 할 수 있는 슈퍼 여당정부가 이번 4.15총선을 통해 만들어졌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핵심 정책기조로 삼고 있는 이 정부이건만 현실은 그와 역행하여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177석을 얻었다는 그 사실만으로 결코 이 사회가 좋아진다는 확실한 보장도,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못 주고 있는 것이다. 해서 다시 한 번 문재인 정부에 간곡한 제언의 글을 띄운다.

먼저 인식의 문제 부분이다.

핵심에 최근의 사태가 놓여 있다. 북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지 불과 5일 만에 ‘9일 정오부터 모든 남북 통신연락선 완전 차단’시켰다.

끝이 아니다. <조선중앙통신사>(6.9) 보도 전문을 보면 “이번 조치는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공간을 완전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의 행동이다”라고 밝히고 있듯이, 앞으로의 대남관계가 ’대적사업으로 전환'함은 물론, 그 후속조치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는 이미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담화를 발표하면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지와 함께 후속조치로 언급한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이 언급되었는데, 추측컨대 이들이 순차적으로 폐기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의미이겠다.

바로 여기서 우린 이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하는 그런 문제가 나서고, 그 명분이-북 자신들이 취한 조치의 명분에는 전단 살포가 있겠지만, 북이 실질적으로 드러낸 표월지(標月指)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이다.

첫째, 대북정책을 전환하라는 의미이다.

둘째,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낮추라는 말이다.

셋째, 남북정상회담 선언 약속을 이행하라는 말이다.

(1) 대북정책 전환이 갖는 의미

① 핵심에는 평화를 넘어 통일정책 지향을 분명히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이는 이 정부의 다음과 같은 자세(태도)가 늘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평화도 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지금 바로 통일을 얘기할 수 있느냐’고. ‘그랬다간 반통일·수구세력들로부터 오히려 반격만 받는다’고. 그러면서 그들은 항상 ‘일단은 평화부터 정착시켜 놓고 그 다음 통일을 논의하던지, 말던지 그렇게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늘 그렇게 변명해 왔다.

언뜻 보면 매우 현실적이고도 이치에 맞는 말 같기도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 거짓이다.

이유는, 그건 남북관계 문제의 본질이 ‘평화’가 아니라, ‘통일’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는 필자의 기고, <통일뉴스>, 2017.10.26.)를 참조하길 바란다.

참고로 짧게만 언급하면, 남북문제의 본질이 왜 ‘평화’가 아니고, ‘통일’이어야 하는지는 다음과 같다. 평화의 기본문제는 한반도 문제이다. 하지만, 통일의 기본문제는 민족내부의 문제이다. 그럼으로 우리가 ‘남북관계 개선’을 그 주목적으로 하는 남북문제는 통일의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그렇지 않고, 평화의 문제로 접근하면 오류가 발생하게 되어있다.

② 또 다른 한 측면에서는 기능주의적 접근방식에서 반드시 탈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 방식은 적대국가들 사이의 관계를 개선할 때 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적대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서로 믿지 못하니, 서로 하나씩 주고받으면서 그 신뢰를 증명해내어야 한다. 하지만, 남북 사이는 그런 사이가 아니다.

이는 늘 필자가 얘기하고 있듯이 남북기본합의서에 충실해야 함이다.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점을 인정”하는 토대 하에서 남북관계 문제를 바라봐야 하고, 또 6.15공동선언 1항에 있는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나가기로 한 정신으로 철저하게 되돌아가야만 한다는 의미이다.

(2)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는 의미

본질은 미국과의 관계는 외교관계라는 것이다. 한미동맹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런 만큼, 제 아무리 굳건한 동맹관계라 하더라도 이는 각자 국가의 이익을 넘어 설 수는 없다. 그러니 당연히 (외교적)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

① 그런 측면에서 중재라는 명분 뒤에 항상 숨어 미국의 입장만 전달하려했는지에 대한 철저한 성찰이 요구된다.

② 남북문제를 전 민족적 단합과 단결의 문제로 귀속시켜내려는 관점이 있는지, 없는지를 북은 묻고 있다.

③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 벽을 넘어서려는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보려한다.

(3) 남북정상회담 선언 약속이행이 갖는 의미

여기서 핵심은 지금 문재인 대통령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경쟁하듯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이것저것 사업제안을 내놓는데 있지 않다. 진작 이것보다 더 우선적으로 선결해야 될 것은 남북정상회담 정신과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약속한 것들에 대한 이행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핵심에 늦은 감은 있으나 △5·24조치 해제 △‘조건 없는’ 금강산·개성공단 재개선언 △남북문제는 반드시 민족공조 우선의 원칙에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 천명이 있어야 한다.

이름 하여 남북관계 신뢰회복 조치를 내 놓을 수 있는가 없는가하는 그런 문제이고, 그 연장선상에서 이제까지 남북관계가 개선이 되지 않는 진짜이유가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해당 사업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각인하는데 있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이 정부 들어와 얼마나 많은 사업제안들이 있었던가? 가까이로는 문 대통령의 신년사를 필두로 삼아 삼일절 기념사, 최근에는 ‘독자적 협력구상(4.27)’까지. 또한 김연철 장관도 이에 뒤질세라 통일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5/7)를 한다, 또 그전에는 DMZ를 방문(5/6)한다는 등 두 분이 참으로 많이도 이런저런 사업구상들을 피력했다.

구체적으로는 비무장지대를 평화공원으로 만드는 문제, 국제평화기구 유치문제, 생태평화 관광문제, 순례길 조성문제, 코로나 방역협력사업 문제, 철도 연결사업 문제 등등 수없이 많은 예들이 있다.

그런데도 북은 늘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왜 그랬을까? 급기야 이번에는 왜 그렇게 적대적 정책으로 선전포고를 하고 나섰을까?

정답은 다른데 있지 않다. 남북 사이에 벌어진 신뢰관계의 틈을 메우지 않고서는 남북관계가 단 한 발짝도 진전되지 않는다는 그 사실, 그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 정부로서도 (충분히) 억울할 수도 있겠다. 왜 그렇게 북이 우리의 마음을 못 알아주느냐고?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았지, 둘은 모르는 억지이다. 역지사지만 하면 금방 알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승인사항과는 하등 상관없는 남북문제조차도 미국의 눈치만 보고 (설령 문제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건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의 문제이고, 그러니 그 외교적 마찰은 문재인 정부가 주권국가로서 의지만 갖고 있다면 당연히 헤쳐 나가야 할 외교정책,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이다), 또 이 정부 하에서 제안한 사업들에 대해서는 자신들과는 단 한마디의 상의도 없고, 나아가 자신들이 사업제안을 수용할 만한 환경과 여건을 같이 만들어나갈 생각과 노력은 전무하면서 덜커덩 이 정부가 하고 싶은 사업들만 발표해 이를 북 보고 받으려고만 하니, 이를 어찌 북이 받겠는가?

(4) 결론: 번지수를 잘 못 짚지 않아야 한다

위 (1) (2) (3)으로부터 북은 문재인 정부가 충분히 신뢰할만하다고 판단될 때(확신이 서야만)만이 문재인 정부와 손잡고 남북문제를 본격적으로 풀어나가려 하고 있다.

그러니 문재인 정부는 지금의 이 시점에서 남북관계 해법문제를 신뢰관계 회복이 선행되지 않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 (case by case)라는 사업관계 문제로 풀려는 기능주의적 접근방법을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보다 문제를 본질적으로 천착해 지금의 남북관계가 사업적 문제라기보다는 신뢰관계에 금이 발생해 생긴 문제로 바라보고, 어떻게 하면 이 신뢰관계를 회복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차근차근 하나하나 접근해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내내 ‘진정성’ 운운하며 최악의 남북관계만 남게 될 것이다. 노태우 정부보다도 못한 무능한 남북관계 정부로 말이다.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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