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화 / 재일동포, 대동연구소 소장

 

6.15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이해 재일동포인 강민화 대동연구소 소장의 기고를 게재합니다. 강 소장은 이 글에서 통일의 이정표인 6.15공동선언이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미완의 숙제’로 남겨져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표기법에서 한국식으로 수정했음을 알립니다. / 편집자 주

 

역사적인 6.15공동선언이 발표되어 어느덧 20년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역사적인 그날 이제는 통일이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며 온 겨레가 공동선언의 탄생을 한결같이 환영한지 20년이 지나고 보니 그동안 사람도 환경도 많이 변했다.

가령 그때 태어난 아기들이 이제는 스무 살의 청년이 되었는데 그들 속에는 6.15공동선언에 대해서 말로만 알고 있다거나, 혹은 전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날의 감격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6.15공동선언이 이제는 자기 기억 속에서 거의 사라져버렸거나 설사 기억한다고 해도 마치 골동품처럼 여겨진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현 시점에서 6.15공동선언 그 자체에 대해서 되새겨 볼 뿐이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공성선언발표 20년을 맞이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확인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1. 6.15공동선언은 조국통일의 이정표

6.15공동선언 발표 20년을 맞이해서 우리가 확인할 것은, 첫째로 공동선언이 조국통일의 이정표라는 것이다. 이것은 공동선언이 발표되었을 때부터 강조되어온 문제이므로 재확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정표(road map)란 목적지까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를 가리켜주는 표식을 말한다. 그러면 6.15공동선언이 어째서 통일의 이정표라고 불리게 되었는가?

우선 6.15공동선언의 서문을 보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숭고한 뜻에 따라”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이 만나서 회담을 진행했다고 적혀 있다.

이를 통해서 공동선언은 이날의 수뇌상봉과 회담이 납북의 평화공존 또는 교류·협력 문제나 논의하자고 열린 것이 아니라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뜻에 따라서 마련되었다는 것을 내외에 선언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동행한 남측의 한 대학교수는 “예상외로 핵심 화두는 통일이었다. …우리 정부가 통일보다는 평화공존을 우선시해왔다는 점에 비추어 통일협상의 개시를 시사하는 놀라운 것이다”라고 말했다(월간조선 2000년 7월호).

다음으로 6.15공동선언의 내용을 다시 보면, 첫째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들인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풀어 나간다, 둘째 나리의 통일을 위한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과 남측의 연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해 나간다, 셋째 이산가족(흩어진 가족, 친척) 방문단을 교환하며 비전향장기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 나간다, 넷째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나간다, 다섯째 이상과 같은 합의사항을 조속히 실천에 옮기기 위하여 빠른 시일 안에 당국 사이의 대화를 개최한다는 다섯 개 항목으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부속합의가 있었는데, 이는 남측 수행원의 한 사람인 임동원 씨가 말한 것처럼 당시 미국의 부시 정부의 방해 때문에 실현되지 않았다(임동원 저 <피스메이커> 중앙books, 417페이지 및 614~615페이지 참조).

공동선언의 항목 중 1항은 기본원칙에 관한 항목이고, 2항은 통일방도에 관한 항목, 3항과 4항은 실천적 과제에 관한 항목이며, 5항은 이 같은 합의사항들의 이행 담보에 관한 항목이었다.

이처럼 조국통일에 대한 온 겨레의 염원을 반영해서 탄생한 6.15공동선언은 통일을 위해서 어떤 원칙에 따라 어느 길로 갈 것인가, 또한 그를 위해서 어떤 실천적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것인가 등 통일을 위해서 제기되는 문제들이 다 언급된 것으로 하여 통일의 이정표라고 불리게 되었다.

6.15공동선언은 또한 그저 선언으로 그치지 않고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공동선언이 발표되자 남북 간에서는 민관을 불문하고 대화와 교류, 협력이 폭넓게 진행되었다. 그리하여 하늘과 땅, 바다에서 사람과 물자가 연일과 같이 남북을 오갔으며, 그 과정에 겨레의 마음과 마음이 뜨거운 동족의식과 혈육의 정으로 이어져나갔다.

바로 문익환 목사가 겨레의 마음과 마음이 하나 되면 그것이자 통일이라며 “통일은 다 됐어”라고 말한 상황, 또한 김일성 주석이 민족이 화합하고 단결하면 그것이 곧 통일이라고 말한 상황이 눈앞에서 현실로 벌어졌던 것이다.

참으로 기나 긴 분단세월동안 볼 수 없었던 이러한 변화는 그저 변화가 아니라 시대적 변화였다.

오해와 불신, 반목과 대결로 엮어져 온 조국땅에 화해와 단합의 시대,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을 지향해 나가는 새 시대가 펼쳐졌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민족통일사에 명확한 획이 그어졌다는 의미에서 이를 “6.15시대의 도래”라고 말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6.15공동선언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야겠다”니 뭐니 하면서 ‘잃어버린 10년’을 되살리려고 했던 반통일 세력의 재집권 야망이 좌절되었으며, 마침내 10.4선언이라고 하는 6.15의 실천강령이 마련되게 되었다.

2. 강한 생명력을 가진 6.15공동선언

20년이 지난 오늘 우리가 확인할 것은, 둘째로 6.15공동선언이 갖는 강한 생명력에 대해서이다.

6.15공동선언에 의해서 모처럼 펼쳐졌던 6.15시대이지만 한때 그 흐름이 멈추고 이전과 같은 격폐상태와 대결상태에로 되돌아가버렸다.

더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미국의 사촉을 받은 남측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문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부터 부정해 나섰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6.15시대 흐름에 밀려서 자취를 감추었던 반북대결과 흡수통일의 야망을 되살려놓았다. 뿐만 아니라 조국땅과 주변에는 전쟁의 먹구름이 다시 드리우게 되었다.

심지어 남녘에서는 패배주의에 빠진 일부 사람들이 우리가 통일을 지향하는 데 대해서 “현실과 동떨어진 통일지상주의”라고 찬물을 끼얹기까지 했다.

그로 말미암아 모처럼의 화해와 단합, 통일의 열기는 다시 식어버리고 공든 탑이 무너졌다고 한탄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일은 결코 반통일 세력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남녘동포들의 촛불항쟁으로 반통일 보수정부가 물러나고 2018년의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본 것처럼 그때까지의 대결국면은 다시 대화국면에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해 4월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들의 상봉과 회담이 진행되고 4.27판문점선언이 발표되었다.

판문점선언을 통해서 남과 북은 이미 채택된 선언과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는 당연히 6.15공동선언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우리가 6.15공동선언이 죽다가 살아났다고 볼 수 있을까? 한때 모양새가 그렇게 되었을 뿐 결코 그렇지 않다. 공동선언은 죽지 않고 어제도 오늘도 살아 있다.

4.27판문점선언은 6.15공동선언의 계승이다. 바로 6.15공동선언은 반통일 세력의 ‘잃어버린 10년’ 되찾기를 박차고 4.27판문점선언으로 계승되고 그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것도 그저 계승이 아니라 보다 높은 단계에로의 계승이었다.

4.27판문점선언을 통해서 남북의 수뇌들은 우리 민족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에 대해서 합의를 보았다. 이것은 바로 6.15공동선언에 명기된 우리 민족끼리의 심화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민족끼리는 민족의 운명개척의 방도를 자기 민족을 중심에 놓고 밝힌 것으로서, 자기 민족의 운명을 그 어떤 타민족이나 외세의 개입 없이 자주적으로 개척해나간다는 것이다.

6.15공동선언에서 지적된 것처럼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풀어 나간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민족의 운명을 스스로가 개척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철저히 고수한다는 내용과 함께 사상과 이념, 계급적 이해관계의 차이나 종교 신앙의 유무를 초월하여 민족이 힘을 합친다는 민족대단결의 원칙이 포함된다.

결국 우리 민족끼리는 민족자주와 민족대단결이 함축되고 표어화된 것이다.

그런데 한날한시에 6.15공동선언에 접한 우리 겨레였지만 우리 민족끼리가 민족공동의 이념의 자리를 차지하게 하는데서는 난관을 겪지 않으면 안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민족끼리는 6.15공동선언의 기본이념이라고 말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그것은 북측의 주장이라고 말했으며,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우리 민족끼리’에 대해서 배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4.27판문점선언은 온 겨레 앞에서 민족자주의 원칙을 그 어떤 자의적 해석의 여지도 없게 남북의 공동재산으로 명기했으며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그를 재확인했다. 이날 평양의 5.1경기장에서 남북의 수뇌들은 10만 관중들 나아가서 온 겨레에게 그것을 소리높이 선언했다.

그래서 4.27판문점선언은 6.15공동선언의 계승이며, 그것도 그저 계승이 아니다고 말하는 것이다.

민족이란 오랜 역사적 과정을 통해서 형성된 공고한 인간의 사회적 집단, 핏줄과 언어의 공통성을 핵심적 징표로 하는 운명공동체라고 하는데, 이제 우리 민족은 민족자주를 공유하는 운명공동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새삼스럽게 조국의 통일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의 강토에서 살아온 같은 민족이 일제 식민지통치에서 해방되자 외세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갈라진 상황을 끝장내는 문제이다.

이 문제는 어느 한쪽이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갈라진 민족의 혈맥을 다시 잇고 민족적 화합을 이룩하는 문제이자 민족의 자주권을 실현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이것은 외세가 개입하는 국제문제도 아니고 당국만이 취급하는 특수문제도 아니며, 어떤 계급이나 세력만이 다루는 사상·체제 문제도 아닌 민족문제, 다시 말해서 민족의 운명, 생존에 관한 문제이다.

따라서 조국의 통일은 설사 그 과정에 난관을 겪어도, 또한 오랜 세월이 걸린다고 해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으며, 그 앞길을 가리키는 이정표인 6.15공동선언의 생명력은 그 무엇으로써도 약화시킬 수 없다.

3. 공동선언의 고수·이행은 무엇에 의하여 담보되고 추동되는가?

6.15공동선언 발표 20년을 맞이해서 우리가 확인할 것은 셋째로 공동선언의 고수와 이행이 무엇에 의해서 담보되고 추동되는가 하는 것이다.

필자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문제이지만, 자연현상으로서의 아침은 저절로 밝아 오지만 통일의 아침은 저절로 밝아오지 않으며 오직 통일의 주인들인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분단의 어둠을 밀어 내야만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무리 6.15공동선언과 같은 좋은 선언문이나 합의가 마련되어도 그것이 끝까지 고수되고 이행되지 않으면 빈 종이장이 되고 만다. 바로 이 같은 고수·이행은 통일의 주체역량에 의해서 담보되고 추동된다.

6.15공동선언이 발표되기 이전까지 우리 민족내의 역량관계는 주로 친북이냐 친남이냐 혹은 진보냐 보수냐로 나뉘어졌다(물론 지금도 남녘에서는 같은 구별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공동선언 이후부터는 이를 지지하느냐 아니면 반대하느냐를 잣대로 해서 통일 세력과 반통일 세력으로 나뉘게 되었다.

그리하여 비록 사상과 정견, 신앙의 유무와 단체소속, 거주지역 등에서 차이가 있어도, 또한 과거가 어떻든 6.15공동선언을 지지하고 실현한다는 한 점에서는 누구든 함께 손잡고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를 반영해서 발족된 것이 바로 ‘6.15공동선언실천민족공동위원회’(6.15민족공동위원회)였다. 6.15민족공동위원회는 1990년대에 우리의 통일운동을 남, 북, 해외를 포괄하는 거족적 운동으로 전환시킨 조국통일범민족연함(범민련)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보다 폭넓게 각계각층을 망라하고 남, 북, 해외에 각각 거점을 두는 통일운동체이며, 오늘의 통일운동은 그를 모체로 해서 벌어지고 있다.

6.15민족공동위원회는 그동안 주변정세가 어떻게 변해도 자기 활동을 중단 없이 벌여왔으며, 통일운동에서는 물론 남녘동포들의 반미자주화투쟁과 거족적인 반전평화운동 등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오늘도 그들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과 전쟁도발, 남북합의 이행에 대한 그들의 간섭을 반대하는 투쟁에서, 그리고 일본당국의 부당한 민족적 차별을 반대하며 재일동포들의 민족교육을 지원하는 활동 등에서도 적극 앞장서고 있다.

이 같은 통일주체세력이 그동안에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얼마나 장성 강화되었는가 하는 것을 한 가지 사실을 통해서 보기로 한다.

이명박·박근혜와 같은 반통일 세력과 그들의 ‘잃어버린 10년’ 되찾기가 과연 저절로 좌절되었는가? 물론 그렇지 않았다. 이것은 남녘동포들이 촛불항쟁으로 이룩한 승리이며 동시에 그들과 한마음 한뜻이 되어 온 겨레가 벌여온 투쟁의 결과이다.

우리는 이 점을 명심하고 지난날 모처럼의 6.15통일시대 흐름이 멈추어버리고 조국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노력이 다시 시련을 겪게 된 것과 같은 치욕스러운 일을 결코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6.15공동선언을 계승하고 새 시대를 펼쳐준 역사적 이정표, 자주통일의 강령인 4.27판문점선언과 그를 전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9월 평양공동선언을 철저히 고수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그를 위해서 우리는 공동선언과 합의들을 그 어뗜 외세와 반통일 세력도 감히 건드릴 수 없게 그들을 압도하는 강력한 자주통일역량을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힘이 있어야 우리는 그 누구의 눈치를 보는 일도 없이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서 풀어나갈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2018년 9월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환영하는 만찬회에서 한 연설가운데 다음 한 구절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의 전진 도상에는 여전히 많은 난관이 가로놓여 있고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과 남이 서로 손을 맞잡고 뜻과 마음을 합쳐 좌고우면하지 말고 앞으로 나갈 때 길은 열릴 것이며 우리 스스로 주인이 되는 새로운 시대는 흔들림을 모르고 더욱 힘있게 전진하게 될 것입니다.”

글을 맺으며

우리가 조국통일의 이정표이며 강한 생명력을 갖는다고 확인한 6.15공동선언이지만 이는 아직 이행되지 않았으며, 더욱이 우리에게는 미완의 ‘숙제’가 남아 있다.

그 ‘숙제’란 바로 남북이 서로의 통일방안 사이에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그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해 나가기로 한 6.15공동선언의 2항을 구체화하고 이행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반통일 세력에 의해서 6.15공동선언이 부정되기 이전에도 다른 항목들처럼 남북 간에서 토의되거나 구체화되지 못한 채 사실상 뒤로 미루어져 왔었다. 그래서 필자는 이를 미완의 ‘숙제’라고 말한다. 그로 말미암아 아직도 전 민족적인 합의에 기초한 통일방도 확정에 이르지 못했다.

6.15공동선언을 통일의 이정표라고 하는 만큼 더는 이 문제가 ‘숙제’로 남아 있거나 소홀히 다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후 남북수뇌들의 상봉과 회담이 진행될 때마다 6.15공동선언을 비롯한 남북 합의들의 유효성과 그 이행 의지가 확인되었으니 더욱이 그렇다.

그런데 필자는 이 글에서 연방제가 어떻고 연합제가 어떻고 하는 문제를 이론적으로 다루어보자는 것이 아니며, 6.15공동선언 2항이 갖는 의의에 대해서 다시금 확인하자는 것이다. 그 의의는 바로 여기에 담겨진 구동존이(求同存異), 즉 서로의 차이점은 뒤로 미루고 공통성을 중시하며 앞세우자고 하는 근본자세에 있다.

이 같은 근본자세가 없이는 연방·연합 사이에 아무리 공통성이 있다고 해도 그 차이점만이 부각된 채 오히려 혼란과 갈등이 야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6.15공동선언 2항은 통일방도에 관한 항목이라고 하며, 필자는 그에 따르는 통일을 서로의 공통성에 기초해서 통일을 지향하고 이룩하는 ‘6.15식 통일’이라고 부른다.

재일동포사회에서는 새 세대 속에서 조국통일이 자기들에게 어떤 이익이 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데. 통일조국의 표상이 잘 안겨오지 않는 것이 그 원인중의 하나이다. 이 문제 역시 6.15공동선언 2항이 구체화되고 통일방도가 확정되어야 풀릴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제는 6.15공동선언을 계승한 오늘의 통일강령 이행을 통해서 실현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참으로 복잡하고 엄혹하다. 그렇다고 통일의 주인들인 우리는 절대로 비관하거나 정세가 좋아지기를 앉아서 기다릴 수 없다.

자주로 뭉친 민족의 힘으로 분단의 어둠, 전쟁의 먹구름을 밀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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