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심판 청구 4년에 즈음해 개성공단기업협회 기업대표들이 11일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헌재의 조속한 판단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4년전 5월 9일 개성공단 기업들은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 박근혜 대통령과 홍용표 통일부장관을 피청구인으로 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석달전인 2016년 2월 10일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결정하고 다음날부터 공단에 체류중인 남한 주민 전원 복귀, 이후 방문승인 불허를 통보한 데 대해 개성공단기업협회 기업들이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을 집행하기 위한 일련의 공권력 행사는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하고, 기업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했으므로 위헌임을 확인한다'는 결정을 구한 것이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나 5년째 접어든 2020년 5월 11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당시 위헌 확인 헌법소원심판청구(2016헌마364)를 한 개성공단기업협회 기업대표들이 모여 4년동안 공개변론조차 진행하지 않는 헌법재판소를 향해 "지연된 정의는 우리를 두번 죽이고 있다"며, "이제라도 우리나라가 법치국가임을 확인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헌법 제23조 2항을 보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제한할 때는 법에 따라 해야 하고, 그 법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은 그런 법적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보상에 대한 입법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구두지시 한마디로 집행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이치는 아주 명백하고 간단하다. 그런데 헌법소원을 제기한지 4년이 넘도록 심판이 끝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아직 시작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헌법재판소의 존재 의미는 헌법정신을 국민들속에 지켜주고 그것을 확립하는 것 아니겠나. 더 이상 지체되지 않는 심판결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헌재가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조속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2017년 10월 통일부가 구성한 정책혁신위원회에서 조사를 통해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가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일체의 절차를 지키지 않고 대통령의 독단적 구두지시에 의해 전격 집행된 사실을 이미 확인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이날 준비한 기자회견문에서는 "헌법재판소는 아직껏 재판진행을 미루고 있다. 재판진행을 미루는 이유가 어떻든간에 국가의 부당한 조치로 재산권과 생존권을 박탈당한 개성공단 기업인과 종사자들의 억울한 호소를 외면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헌법재판소가 국정농단을 일삼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심판하여 정의를 세웠듯이 박근혜 정부의 위법적인 공권력 행사로 이뤄진 개성공단 폐쇄를 법적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하면서 "무너진 정의로 삶의 벼랑끝에서 하루 하루 고통을 견디고 있는 우리 개성기업인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신속한 재판진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지난 4년동안 10% 넘는 개성기업들이 휴·폐업에 들어갔고 몇몇기업들은 법정관리와 부도가 난 상태라고 기업들의 최근 근황을 소개했다.

"정부 방침도 오락가락이어서 기업들은 아직도 해외로 나가야 하는 것인지, 국내에 남아 있어야 할 것인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면서 "헌재는 신속한 판단을 내려주고 정부는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결론을 내려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송대리인인 송기호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변호사는 "5년이나 기다리게 하는 건 해도 해도 너무하는 일이다. 아무리 정의로운 심판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너무 지연된 정의라면 그것이 과연 법치국가의 정의이겠는가"라며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 직업의 자유, 기업할 자유를 다름아닌 박근혜 정부가 침해한 이 중대한 사건에 대해서 그것을 바로잡는 일이 이렇게 어렵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원칙위에 서있다는 것을 헌법재판을 통해서 반드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개성기업들의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가 발생한 후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는 법규에 따라 청구마감일인 5월 10일을 하루 앞둔 9일 진행됐으며, 여기에는 개성공단에 현지법인을 둔 108개의 입주기업을 비롯해 영업기업 37개, 협력업체 18개 등 총 163개의 기업이 참가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그해 5월 24일 심판회부 결정을 하고 소송 청구인 등에게 이 사실을 통보한 바 있으나 그 후 심판 절차는 중단 상태이다.

헌재에서 개성공단 중단이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리면 정부는 위헌 상태를 정상화해야 할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책임자 처벌과 피해에 대한 배상은 물론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 송기호 변호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통일뉴스 : 위헌심판 청구 4년이 지나도록 아직 헌재의 답변이 없는데...

■ 송기호 변호사 : 명확하게 말하자면 (헌재로부터)답변은 왔는데 본격적인 심리가 안되고 있는 상태이다. 답변기한에 관한 문제라기 보다는 너무 오랫동안 본격 심리를 하지 않고 있는 점은 헌법상의 적법절차 보장에도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 규정엔 없지만 아무튼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인가.

■ 그렇다. 따로 (심리 기한 등에 관한)무슨 규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 소송 제기 취지나 이후 통일부 혁신위가 발표한 내용을 보더라도 사건의 핵심은 매우 명백한 것으로 보이는데.

■ 그렇다. (과거 정부에서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결정하면서)법에 정한 절차, 헌법상의 기본권을 지키지 않은 것은 명백하다.


□ 헌재에서 위헌으로 판결이 난다면, 정부는 정상화 의무를 지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정부,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가 국민 기본권 실현이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 불법적 개성공단 폐쇄가 기본권 침해라고 확인이 된다면 그 위헌 상태를 시정할 의무가 국가에게 발생하는 것이다. 바로 그 점을 위해서 헌법재판에서 제대로 결론이 나는 것이 중요하다.


□ 정부 입장에서 개성공단 정상화의 의지가 있다면 헌재 판단이 반가운 결론이 될 수 있겠는데, 3권분립 체재에서 정부가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나.

■ 정부도 헌법재판소 절차법에 따라서 의견을 낼 수 있다. 과거 정부 시기에 제대로 준수하지 못했던 법률위반이라던지, 신속하게 심판해달라는 의견을 정부도 제출할 수 있다. 3권분립 안에서도 정부가 신속하게 절차에 협력할 수 있는 그런 걸 기대하고 있다.


□ 정부에서 그런 의견을 내지는 않았나.

■ 아직 본격적으로 제출은 안된 상태이다.


□ 앞으로 정부나 헌재에 바라는 바는.

■ 소송대리인 입장에서 말하자면, 이 심판청구가 지나치게 지연됨으로써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국민적 합의 이후 적극적인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스스로 헌법재판소법이 보장하고 있는 참여권을 통해서 신속한 재판을 요청하는 공식적인 절차를 진행해주길 기대한다.

 

□ 헌법재판 결과가 나더라도 행정 시정 절차까지는 여러 변수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 중요한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있으면 정부는 그것에 근거해서 더 적극적으로 국민여론을 수렴해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북한과의 협의 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헌재의 판단은 그런 과정을 더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3권분립하에서 헌재가 직접 어떤 행정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헌재의 결정이 난다면 그것은 굉장이 중요한 계기, 출발점이 될 수 있고 행정부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수정, 추가-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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