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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와 남북교류협력<기고> 김한신 남북경제협력연구소 대표
김한신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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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21  1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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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남북경제협력연구소는 2018년 3월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재난재해 대비 남북협력모색토론회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변종 바이러스 발생에 대한 접경지역 방역과 남북공동방역, 전염병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2019년 말 중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환자가 발생한 이래 국제 사회는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그동안 국제 사회의 질서와 협력을 주도해오던 유럽과 미국 등 강대국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어서 국제 사회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의료체계 붕괴에 직면해 있는 것은 물론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국경봉쇄로 일부 무역이 통제되면서 대공황이 올수도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가장 큰 희생 국가의 하나로 여겨지고 경계의 대상이었던 한국이 국제 사회로부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모범국가로 인정을 받고 각국으로부터 도움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은 전화위복을 넘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정상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의 대응책에 찬사를 보내고 코로나19 진단 장비 등 물품 제공과 긴밀한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에 코로나19 극복의 희망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이러할 때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닫혀있는 남북관계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에 대한 모범적인 대처로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 각국에 원조의 손길을 뻗치고 있으니 그런 기대할 만도 하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남북관계의 문을 여는 계기로 작용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나마 남아 있는 남북의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북한의 새로운 노선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은 이전의 북한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이전의 북한이 시간 끌기와 외교적 살라미 전술을 일삼았다면 지금은 지도자가 전면에 등장하여 과감하게 속내를 표출하고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외부 지원의 손길을 단호하게 뿌리치는 모습을 보인다. 북한이 주장하는 핵 무력 완성에 대한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있는 것 같다.

북한은 2017년 말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자기의 길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대외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 및 대북제재의 완화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그 이후의 행보는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자기의 시간표에 맞추어 정해진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대내외에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자력갱생으로 풀어가겠다는 견해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최근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없었지만, 중거리 미사일과 방사포 발사, 박격포 사격 훈련 등 군사훈련을 진행하면서 국방력 강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은 3월 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북한의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할 의사를 표명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코로나19 대응을 돕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할 의사가 있음을 여러 차례 공개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김여정 제1부부장을 통해 ‘공정성과 균형’이 북미 관계의 기본임을 강조하며 미국의 지원 의사를 거부했다.

3월 초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통해 ‘코로나 극복 응원’ 메시지를 보냈으나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남측의 지원을 요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새로운 노선을 가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설령 코로나19로 기존의 대북제재에 가중된 어려움에 봉착해 있을지라도 미국과 우리의 지원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요청하는 것은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는 코로나19 또한 자기 방식으로 해결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민간 교류의 역할

북한은 코로나19 지원과 관련하여 남측의 민간단체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이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것인지 예방적 차원인지를 떠나서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창궐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요구는 나름대로 절박성이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합의서 등 요건을 갖춘 북한의 지원 요청이 없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에 코로나19 관련 지원을 요청한 나라는 미국과 유럽을 포함하여 전 세계에 100여 개국이 넘는다고 한다. 이 중 이란을 포함한 중동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는 이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말에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밤에 전화해 코로나19와 관련한 지원을 요청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화답한 것은 북한에는 아픔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된다. 그나마 남아 있던 남북 간의 신뢰가 무너지지 않았을까 우려도 된다.

우리의 코로나19 대처 과정을 보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마스크 대란, 중국발 입국 금지 논쟁, 봉쇄전략 논란 등의 중심에는 4.15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표 계산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남북관계에서도 정경분리 원칙은 영원한 화두이다. 혹자는 정치 상황을 고려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근거해서 필요한 남북교류는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마스크 대란으로 비등해진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코로나19 관련 대북지원을 결정할 수 있을지, 그것을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을 듯하다.

문제는 아직도 남북교류협력이 정부 주도로 이루어진다는 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민간과 지자체에서 남북교류를 추진하더라도 그 허가권이 정부에 있는 한 남북관계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남북교류협력의 모든 책임이 정부에 돌아오는 구조를 바꿔줄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이 남북당국 간 관계에 소극적이라면 민간을 통해서 출구를 찾아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정부의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허가권이다.

우선 최근에 전 세계적 국가적 재난시 인도주의적 전염병 방역을 위한 진단장비와 진단키트, 열화상 감지기, 체온계, 방역복, 소독약 등을 지원하기 위한 절차만을 놓고 생각해보자. 통일부에 반출승인을 신청을 하면 모든 제품의 HS(품목분류) 코드를 입력하여 전략물자심판원의 판정을 받아야하는데 비전문 민간기업들이 하기에는 고시패스 수준으로 난이도가 높다. 심판원으로 판정 결과 받으면 유엔 제재 면제신청을 해야하는데, 이 과정 또한 통일부, 외교부를 거쳐 유엔까지 가서 돌아오는 데까지 최소 몇 개월이 걸린다.

긴급을 요하는 방역물자 지원이 몇 개월씩 걸린다면 이것의 지원효과를 거둘수있을까 의심이 된다. 미국 상하 양원에서 북한의 코로나 방역을 위한 인도적 긴급지원법을 발의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의 관계당국은 어떠한가 한심스러울 뿐이다.

이제 신기루와도 같은 정경분리 원칙은 그만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 5.24조치가 건재한 상황에서 정경분리 원칙을 외치는 것은 허망해 보인다. 남북교류에서 민간과 정부가 각각의 특성에 맞는 역할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경분리가 아니고 민관분리를 추진하자. 남북관계가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자율성을 갖고 유연하게 안정적인 남북 교류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은 민간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자 힘이다.

정부는 원칙을 갖고 남북 간 신뢰, 평화경제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민간교류협력에 대한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민관분리의 핵심은 남북교류협력법의 개정에 있다. 1990년 제정된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 주민의 대화, 만남, 방문 등 모든 교류협력을 정부의 허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소한 남북 간에 의사소통하는 것만이라도 사전허가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민간의 자율성과 남북교류 역량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이다.

민간과 지자체에게 시혜를 베풀 듯 하는 대북지원사업자 승인 제도 역시 손볼 필요가 있다. 남북교류협력은 정부의 전유물도 특정단체의 사유물이 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 구성되는 21대 국회에서는 남북교류협력법의 개정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평화경제를 이루는 데 앞장서 줄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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