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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조치’는 아직 살아있다<천안함 10주기②> 천안함과 ‘5.24조치’, 그리고 남북관계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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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26  18: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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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달라질 것입니다.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나는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해 단호하게 조처해 나가겠습니다.”

천안함이 침몰한 지 두 달도 안 된 2010년 5월 24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남북관계 단절 의사를 밝혔다. 이어 외교.통일.국방장관이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한국전쟁 발발 60년 만에 아직도 풀리지 않은 단 하나의 사건으로 남북관계는 10년째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 2010년 5월 24일 이명박 대통령은 전쟁기념관에서 '5.24조치'를 발표했고 이어 현인택 통일부 장관, 유명환 외교부 장관,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2010년 5월 24일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천안함 사건’이 낳은 남북관계 잔혹사의 상징, ‘5.24조치

2010년 발표된 5.24조치는 강력했다. △북한 선박 운항 불허, △남북교역 중단, △방북 불허, △북한 신규투자 불허, △대북지원사업 보류 등이었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관계가 중단된 것. 1989년 시작된 남북교류는 2000년 6.15선언으로 이어져 2007년 10.4선언으로 본격화되려 했지만, 하루 만에 막혔다.

‘5.24조치’ 발표로 남북경협기업인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2012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집계한 남북경협기업 업체당 평균 피해액은 20억 원에 달했다. 투자손실과 영업손실까지 더하면 3조 원이 넘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제대로 된 민간단체의 남북공동행사가 열리지 않았고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들의 대북지원도 모니터링 강화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진행된 바 없어 5.24조치로 인한 민간교류 차단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합동조사단의 발표 이후 제기된 의문점들을 묵살하고, 북한의 검열단 파견 제의도 거부한 채, 남북관계의 문을 걸어 잠그는 데만 급급했을 뿐이다.

북한도 이에 맞섰다. ‘5.24조치’ 발표 이틀 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괴뢰당국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한다” △“이명박 패당의 임기기간 일체 당국사이의 대화와 접촉을 하지 않는다” △“판문점적십자 연락대표들의 사업을 완전 중지한다” △“북남사이의 모든 통신연계를 단절한다”는 4가지 조치를 발표했다.

이어 국방부의 ‘5.24조치’인 △대북심리전 재개 △서해상 대잠수함 훈련 강화 등이 발표되면서 남북 간 군사적 상황도 악화됐으며, 급기야 그해 11월 23일부터 12월 1일까지 연평도 포격전이 발생했다. 

‘5.24조치’를 발표하면서 천안함 이전과 이후가 달라지고 잘못된 북한의 자세를 바로잡을 기회라던 이명박 정부는 임기 말기에 ‘5.24조치’ 유연화 정책을 내놨다. 북한의 자세를 바로잡기는커녕, 경협기업인들의 상황이 악화되고 긴장의 피로도만 높아지자 정부가 꼬리를 슬그머니 내리기 시작한 것.

하지만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2011년 남북정상회담 추진이 바로 그것.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5월 9일 남북 비밀접촉이 있었다. 여기서 남측은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시간표를 제시하며, “제발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을 내놓자고 “애걸했다”고 한다.

특히, 남측 관계자가 접촉 결렬에 이르자, 차 트렁크에서 돈 봉투를 꺼내 북측 인사의 손에 쥐여주려 했다고 해 파문이 일었다.

북한의 자세를 바로잡겠다던 ‘5.24조치’ 발표 1년도 채 안 돼 벌어진 일에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과 ‘5.24조치’를 연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북한은 천안함 사건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지목하며 ‘5.24조치’를 발표한 이명박 정부가 ‘유연화’라는 미봉책을 내놓았지만 마주할 생각이 없었다. 이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한두 차례 관계개선 시도는 있었지만 큰틀에서는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문재인 정부, ‘5.24조치’ 통치행위로 결론...해제는 외면

보수정부에서 이른바 민주정부로 바뀐 문재인 정부는 ‘5.24조치’에 어떤 입장일까.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더불어 평화로운 한반도 구현’을 목표로, 남북을 하나의 시장으로 만드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토대로 점진적 통일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0.4선언’의 재현으로 남북경협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5.24조치’ 폐기를 예고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인던 2017년 4월 '튼튼한 대한민국, 평화로운 한반도'라는 구호로 '한반도 비핵평화구상'을 발표했다. 이후 '한반도 신경제지도'에서 '신한반도체제'로 심화됐지만, 지금까지도 '5.24조치'를 유지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자료사진-통일뉴스]

2017년 12월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는 ‘5.24조치’가 법을 뛰어넘는 통치행위라고 규정하면서 ‘5.24조치’가 폐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정책혁신위는 “‘5.24조치’가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통일부 장관의 발표로 이루어졌지만, 국가 행위의 형식과 절차에 관한 ‘헌법’(국무회의 심의 등)과 ‘남북교류협력법’, ‘행정절차법’ 등의 법률의 절차가 준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8년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에 남북교류협력의 제한.금지 시에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명시하는 내용을 신설했고, 해제 시에도 국무회의를 거치도록 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4.27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 ‘9.19 남북군사분야합의서’ 등으로 2010년 내려진 ‘5.24조치’의 내용 일부는 무력화됐다. 남북 간 행사에 해당하긴 하지만 남북의 항공기가 서로의 영공을 다시 드나들었고, 민간단체의 방북도 조금씩 열렸다. ‘모니터링 강화’라는 조건은 유효하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도 재개되는 분위기이다. 군사분계선 일대를 울리던 확성기도 멈췄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5.24조치’ 해제를 위해 국무위원회를 소집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제안했다지만, 남북 철도 현대화사업을 위한 1차 조사만 진행됐을 뿐, 여전히 진척은 없다. 

오히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남북경협의 상징인 금강산을 둘러보며,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되어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되어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질타했다. 남측 시설물을 전부 철거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5.24조치’에 대한 입장은 구체적으로 내놓은 적은 없지만, 지난 2018년 10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국회 발언과 이후 철회가 ‘5.24조치’를 바라보는 문재인 정부의 단면을 보여준다.

강경화 장관은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서 ‘5.24조치’ 해제를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남북관계 발전과 비핵화 대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북제재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차원에서 유연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정부가 5.24조치의 해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사실이 없다.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5.24조치의 원인이 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5.24조치를 따르면 모든 방북도 금지하고 인도적 지원도 금지해야 하며 남북교류협력을 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교류협력을 하면서 (5.24조치에 대해) 유연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기조 유지를 재확인했다.

박창일 평화3000 운영위원장은 “정부가 5.24조치를 해제하는 경우에는 바로 천안함을 북한에서 했다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념전쟁이나 이념 프레임에 빠지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념전쟁을 극복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짚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평양에서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남북은 '평양공동선언'에서 민족경제 균형발전을 담았지만, '5.24조치'는 물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5.24조치’ 10년, 지금은 유엔 대북제재 해제가 남북관계 관건

물론, 문재인 정부가 ‘5.24조치’를 해제하더라도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심화시킨 ‘신한반도체제’로 대표되는 남북경협사업의 삽을 뜨기란 쉽지 않다. 북핵.미사일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가 있고, 이보다 더 강한 미국의 ‘웜비어법’이 있기 때문이다. ‘5.24조치’ 해제 문제보다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일이 당면과제라는 의미이다.

북한은 겉보기에 ‘5.24조치’에 무관심한 분위기이다. ‘5.24조치’ 해제를 외치던 초기와 달리 ‘5.24조치’를 언급하는 대신 지금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해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

지난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중재자, 촉진자가 아닌 당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의 배경이기도 하다.

박창일 운영위원장은 “천안함 사건 문제는 참 어렵다. 5.24조치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우리가 죽은 군인들을 생각해서라도 역사 앞에 진실을 밝힐 기회는 찾아야 한다”며 “5.24조치 무력화가 오히려 간편할 수 있다. 완전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 더 큰 것은 유엔 대북제재 해제문제이다. 여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은 진상규명대로 추진해 북한의 ‘1번 어뢰’에 의한 폭침인지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며 “결과가 밝혀지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남측 내부의 문제이고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따라서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는 우선 ‘4.27판문점공동선언’과 ‘9.19평양공동성명’, ‘9.19군사분야 합의서’를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사실상 5.24조치를 뛰어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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