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
개미
- 이선영
개미 한 마리가 방안을 기어다닌다
개미가 내 몸에 닿을까 봐
나는 개미를 피해 자꾸 방을 옮겨다닌다
방이 좁아진다
나는 지친다
개미 한 마리가 방 하나를 다 가져간다
내 마음의 방안에 개미 한 마리가 기어들었다
개미가 온 방안을 돌아다닌다
나가지 않는 개미 한 마리를 피하려다
내 마음의 단칸방 하나가 통째로
개미의 차지가 된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호가 이리도 쉽게 침몰하는 모습을 망연히 지켜보고 있다. 세월호의 침몰이 계시였단 말인가! 그리도 웅장하고 호기롭게 전 세계를 누비던 대한민국호!
우리는 지금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 갑론을박하고 있다. 선장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배 바닥에 구멍을 내는 놈들이 있잖아! 누가 사주하고 있는 거야?
대한민국호는 끝내 침몰하지는 않을 것이다. 간신히 구멍을 막고 다시 바다위로 떠오르고 전 세계를 향해 운행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19보다 훨씬 강력한 바이러스가 오면 어떻게 될까? 치사율이 메르스 같고 전염성이 코로나 19같은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그때는 그야말로 거대한 대민민국호가 바다의 심연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종말’을 막을 수 있을까?
세계화 속으로 들어간 신자유주의의 대한민국호. 어떤 정파, 어느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을 차단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자급자족하며 버틸 수 있을까?
수도권, 큰 도시로 몰려있는 인구를 전국토로 분산할 수 있을까? 그래야 치명적인 전염병을 막을 수 있을 텐데. 그러려면 우리가 엄청난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우리 눈에 뻔히 수많은 쥐구멍들이 보이는데, 우리가 “앗! 쥐구멍이다!” 비명을 질렀을 때, 우리가 함께 쥐구멍을 막을 대안을 논의할 수 있을까?
‘아이’의 눈으로 보면 벌거숭이의 대한민국호가 훤히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어른이다. 다 색안경을 꼈다. 자신들이 가진 것을 지키려는 색안경을 벗고 세상을 볼 수 있을까?
개미들은 의사소통이 완벽하게 이루어진다. 한 개미가 기어가다 “앗! 비가 올 것 같아. 습기가 온 몸에 느껴져!”하고 소리치면(페르몬을 발사하면), 길 가던 다른 개미들이 몸으로 느낀 것을 솔직히 표현한다. “그래!” “맞아!” 순식간에 온 개미들의 의견이 모아진다. “이사 가자!” 일제히 소낙비의 재앙을 피하게 된다.
사람의 인격은 그가 위급할 때 온전히 드러나듯이 국가의 격도 위기의 순간에 온전히 드러난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대한민국호의 침몰이 우리의 진면목이다!
큰 둑도 작은 쥐구멍에서 시작되어 붕괴되어 버린다. 아, 우리는 쥐구멍을 봐도 말하기 힘들다. 내부 고발자의 가혹한 운명을 알기 때문이다.
‘개미 한 마리가 방안을 기어다닌다/-/나는 개미를 피해 자꾸 방을 옮겨다닌다/-/개미 한 마리가 방 하나를 다 가져간다/내 마음의 방안에 개미 한 마리가 기어들었다/-/내 마음의 단칸방 하나가 통째로/개미의 차지가 된다’
이제 우리는 말해야 한다. 우리의 온 힘을 모아 대한민국호의 침몰을 막아 낸 후, 대 토론의 광장을 열어가야 한다. 함께 재앙을 막은 우리의 마음을 다 모아 다가올 ‘종말’을 준비해야 한다.
모든 책임을 사이비 종교집단 하나에 돌리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돌리지 말아야 한다.
그들을 재물로 삼아 희생양으로 바치면 다가올 ‘종말’을 제대로 준비할 수 없다. 우리는 믿어야 한다. 역사의 물결을 만들어 온 우리의 거대한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