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타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미국에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임금 우선협상을 제안했다. 하지만 미국의 반응은 없다. 방위비 분담금을 두고 한.미 간 이견은 여전히 크다.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 대표는 28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임금 지급 해결을 위해 교환각서를 미측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정은보 대표는 “SMA 협상타결이 지연될 경우를 대비해서 정부는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인건비 지급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교환각서 체결을 미 측에 이미 제안해 놓고 있다”고 알렸다. 제안 시점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한미 양측 모두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에 관련해서는 한미동맹 강화와 발전, 근로자의 생계 안정,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통한 연합방위태세 유지 등에 비추어 무급휴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은 함께하고 있다”는 배경에서다.
그에 따르면, 정부가 미측에 제안한 교환각서에는 지난해 수준에 준해 확보한 방위비 분담금 예산 중 한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건비를 우선 지원하도록 하고, SMA가 최종 합의되면 이에 포함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한국인 노동자 임금 합의와 SMA 합의를 분리해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밟겠다고도 했다.
지난 10차 SMA에 따라, 한국은 국방예산에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의 88%를 부담했다. 한국인 노동자의 무급휴직을 막기 위해 10차 SMA를 토대로 인건비를 우선 타결하자는 것.
정부의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해결을 위한 교환각서 체결 제안 사실 발표는 이날 주한미군사령부가 4월 1일부로 무급휴직을 시행한다는 사전 통보에 따른 것이다. 주한미군은 9천여 명의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을 볼모로 방위비 분담협정을 압박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한국인 직원들에 대한 고용비용 분담에 대한 한국의 지속적인 약속이 없으면, 주한미군사령부는 한국인 근로자들의 급여와 임금을 지불하는 데 드는 자금을 곧 소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인 노동자 임금은 SMA가 타결되지 않더라도 주한미군사령부는 자체 예산으로 지급할 수 있다. 가용한 재원이 있음에도, 주한미군사령부가 무리하게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경두 국방장관은 “주한미군사령부의 예산이 있다면, 그걸 먼저 지원해 줄 것을 부탁한다”며 “그 부분이 안된다면, 조건부라도 인건비를 먼저 타결하고 나머지를 진행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은 정부의 제안에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보 대표는 “한미 간 총액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 차는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인건비 관련해서는 이견이 없는 만큼 미 측도 이를 수용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희망했다.
“방위비 분담금, 최종합의 이르기에 입장 차 있다”
지난해부터 열린 제11차 SMA는 지난 1월 6차 회의를 끝으로 한 달이 넘도록 열리지 않고 있다. 정부가 수차례 수정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미국 측이 꿈쩍도 하지 않는 모양새이다.
정은보 대표는 “정부는 합리적이고 공평한 방위비분담을 통해서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하는 한미 간 상호 수용 가능한 협상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그동안 노력해왔”으나 “아직까지 최종 합의에 이르기에는 입장 차가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 측이 현재 언급하고 있는 수정안이 의미 있는 수준의 제안으로 보기 어려우며, 양측 간 협의를 위해 만나자는 우리 측의 거듭된 제안에도 차기 회의가 지연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이라고 표명했다.
‘합리적이고 공평한 방위비분담’이라는 원칙에 한.미가 공감하고 있지만, 해석이 다른 상황. 한국은 인건비, 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주한미군 주둔비용만 다루자는 반면, 미국은 전략자산 전개비용, 순환배치 비용, 작전준비태세 등 작전지원항목 포함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10차 SMA에서 8.2% 인상률보다 더 높은 증가율로 부담하겠다며 수차례 수정안을 제시하며 미국 정부를 설득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임금을 볼모로 삼고 있다.
에이브람스 주한미군사령관은 “그들(한국인 근로자)의 부재는 준비태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불행히도 방위비 분담금협정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잠정적 무급휴직에 계속해서 대비해야 한다”며 겁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