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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은 사라지는가?<연재> 전영우의 미디어와 사회 (12)
전영우  |  youngwoo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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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16  11: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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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영화 아이리시맨을 감독한 마틴 스콜세지는 만화를 기반으로 하는 슈퍼히어로 영화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밝혔다. 그런 류의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여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마블과 디씨코믹스 만화를 기반으로 하는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진지한 영화적 성찰을 담은 영화가 아니라 거대한 테마파크와 같이 상업성만을 내세운 영화라는 의미를 담은 비판이었는데, 많은 영화감독들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대부"의 프란시스 코폴라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의 감독 켄 로치와 같은 거장들도 스콜세지의 견해에 공감을 표했다. 기생충으로 주목받고 있는 봉준호 감독도 쫄쫄이 의상을 입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를 자신이 만들지는 않을 것 같다며 완곡하게 스콜세지를 옹호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은 그런 류의 슈퍼히어로 영화는 대기업이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만든 공산품이며 예술적인 창작활동은 아니라는 비판이다.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영화는 단연 아이언맨, 앤트맨 등 무슨무슨 맨을 내세운 슈퍼히어로 영화들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영화에 열광한다. 영화는 어차피 상업성을 배제할 수 없는 창작물이니 애초부터 예술이 될 수 없는 존재일 수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상업성을 앞세운 영화에 열광한다고 해서 비난만 할 일은 아니다. 스콜세지나 코폴라의 영화와 같이 서사를 내세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의 시대는 이미 저물고, 마블이나 디씨코믹스의 만화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영화 문법의 시대가 이미 와 있는데, 이들이 시대착오적 불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재미있는 것은, 정작 스콜세지 본인도 최근 제작한 영화인 아이리시맨을 전통적인 영화관이 아닌 새로운 플랫폼 넷플릭스에 개봉했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영화관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이미 무너졌다. 전통적 영화를 고집하는 스콜세지가 무려 3시간이 넘는 대작 아이리시맨을 넷플릭스에서 제작, 개봉하기로 한 상황을 보더라도 이미 영화판의 트렌드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제 영화는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스크린에서 개봉한다. 스콜세지를 비롯한 영화감독들은 이런 변화에 어쩔 수없이 적응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고,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렇게 변화하는 트렌드는 미디어 산업에 큰 변혁을 불러오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전통적인 미디어의 시대가 완전히 저물고 새로운 미디어로 전환되는 시점을 살고 있다.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콘텐츠가 전통적 미디어 채널을 통한 콘텐츠를 밀어내고 있다. 영화관은 가까운 미래에 완전히 사라지게 될지 모른다. 이미 TV 방송도 지상파를 통한 시청은 사라지고 인터넷을 통한 시청이 대세가 되었다. 최근 출시되는 TV 수상기는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 채널을 시청할 수 있는 기능이 기본으로 내장되어 있다. TV 수상기는 전파가 아니라 인터넷 기반의 기기로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서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콘텐츠 플랫폼은 미디어 산업 자체를 흔들고 있다. 우편으로 DVD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하여 기존의 비디오 대여점을 사라지게 만든 넷플릭스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였고, 이제는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하였다. 원하는 콘텐츠를 언제 어디에서건 마음대로 골라서 광고 없이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은 미디어 콘텐츠를 접하는 방식을 근본부터 흔들어놓은 새로운 콘셉트이고, 시청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넷플릭스에 월정액을 지불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하여 영화관이 아니라 컴퓨터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영화들은 평단의 호평과 관객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으며, 아이리시맨과 같은 영화는 아카데미 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기존 거대 영화제작사들이 흥행을 위해 감독의 창의력을 제한하고 상업적 성공을 위한 영화를 찍어내는 것에 비해,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영화나 영상 콘텐츠는 창작자의 의도를 존중하고 제작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 결과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콘텐츠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으니 미디어 산업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당 수의 한국 영화나 시리즈도 넷플릭스의 자본으로 제작되고 있고,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인이 동시에 시청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창작자와 제작자 모두가 윈윈 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디즈니와 같은 콘텐츠 제작사들도 자체적으로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미디어 플랫폼이 미국 회사의 독무대가 되는 것이다. 종국에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모든 나라의 미디어 산업을 종속시키는 독점 자본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플랫폼 전쟁이 끝나고 난 후, 독점적 지위를 얻게 된 몇몇 거대 자본이 지금처럼 창작자의 자유를 보장해줄지도 의문이다.

우리는 정신없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순식간에 문화 식민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있는다고 해서 피해 갈 수 있는 문제도 아니기에, 숨 가쁜 기술 발달을 마냥 즐기기도, 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늘 그렇듯, 자유시장경제는 필부들의 발목을 옥죄며 무기력하게 만드는 족쇄라는 사실만 확연하게 깨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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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1)
굽은소나무 (qnseksrmrqhr) 2020-01-17 09:59:50
괴로운 식민시대의 추억이 다시 부활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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