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과 핸드폰이 대세인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국학과 민족주의는 왠지 낡고 고루한 느낌을 준다. 세계화 시대에 굳이 국학이니 민족주의를 꺼낼 필요가 있을까?

여기에 답을 준 책이 나왔다. 국학연구소와 21세기민족주의포럼이 진행한 ‘2018 국학 월례강좌 - 국학과 민족주의 만나다’의 12강좌 결과물을 오롯이 담은 『나를 찾아 우리로 가는 길 - 국학과 민족주의』가 통일뉴스에서 출간된 것.

한마디로 21세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특히 남북 분단의 현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민족주의가 여전히 가장 중요한 화두이고, 민족주의의 컨텐츠라 할 수 있는 국학의 정립이 절실한 과제임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미국은 애국주의와 국익을 앞세우며 자국의 이익을 챙기고 있고,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중국몽을 외치며 전 세계에 공자학원을 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범국가인 일본마저도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 일본을 도모하고 있다.

유라시아를 견문한 이병한 개벽학당 당장이 ‘근현대 서구 중심의 국가‧계급적 시각’ 보다는 ‘고금을 아우르는 유라시아의 문명사적 시각’이 우리에게 절실함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세계적 흐름을 반영한 것이리라.

또한 실크로드 연구의 권위자인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은 “민족주의 개념 정의에서 중요한 것은 연대의식과 민족수호의지 및 발전지향을 민족주의의 3대 근본속성”이라며 ‘발전지향성’에 방점을 찍고 “각종 불합리한 민족주의 기능론과 폐기론을 극복하고 민족주의 속성에 부합되는 대응논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국학연구소를 30년간 끌어온 김동환 광복회 학술연구원 교수는 국학을 ‘나를 찾아 우리로 가는 길’로 정의했다. 나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찾아서 세계적인 보편성을 확보한 우리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 김동환.정수일 외, 『나를 찾아 우리로 가는 길 - 국학과 민족주의』, 통일뉴스, 2019. 11.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 책은 특히 우리 민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들불처럼 일어난 동학과 대종교에 주목하고 국어와 국사, 우리식 정치이론과 나아가 민족통일의 근거까지를 바로 국학과 민족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개화파나 위정척사파 보다 당시 훨씬 큰 흐름을 형성했던 동학의 갑오농민혁명을 조명하고, 임시정부나 공산주의계열 항일빨치산 투쟁 못지않은 대종교의 만주지역 항일무장투쟁을 재조명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제시기 대종교의 단군민족주의에 근거한 국어, 국사 운동과 해방후 조소앙의 삼균주의로 대표되는 정치사상 등도 조명했다. 민족통일운동의 원천을 동학과 대종교에서 찾은 셈이다.

동학을 천착한 주요섭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사회운동도 이제 ‘한’ 사람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들을 헤아려야 한다”며 “수운 최제우의 다시개벽은 무엇보다 ‘자기개벽’이다. 개벽은 초월적 자기완성이다”라고 ‘자기개벽’을 통한 ‘신인간’을 제시하고 있다.

조소앙의 삼균주의와 대중교에 주목한 정영훈 한국학중앙연구소 교수는 “단군민족주의는 근현대 한국사의 여러 방면에서 중요한 흔적을 남겼다. 학술방면에서는 신채호의 민족주의사학과 국학운동으로, 종교방면에서는 대종교 등 단군신앙운동으로 전개되었다”며 “단기 연호와 개천절 국경일, 홍익인간 교육이념 등은 단군민족주의가 발굴·정립해서 민족형성과 통합의 기제로 제공한 상징장치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통일분야를 오랫동안 취재해온 김치관 21세기민족주의포럼 기획위원은 “지금의 분단극복과 민족통일로 나아가는 길에 동학과 국학이 어느 때보다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선 개천절부터 한글날까지, 10월 3~9일을 남과 북, 해외를 아우르는 전민족적 국전(國典), 민족통일축전 주간으로 만들어 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시 홍익인간과 이화세계, 우리 고유의 삼신, 삼일사상 등이 단지 우리 민족에게만 해당되는 협소한 사상은 아니다. 김동환은 “홍익인간이란 가치는 이미 우리민족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홍익인간은 ‘지고지선의 인류애’다”라고 설파하고 있다.

정수일은 “필자의 체험으로서도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민족주의와 국제주의는 결코 서로 어긋나지 않고 조화를 이룸으로써 진정한 민족주의자는 진정한 국제주의자이고, 참된 국제주의자는 참된 민족주의자”라고 주창하고 있다.

김동환, 정수일, 이병한, 주요섭, 신운용, 박용규, 임찬경, 임영태, 정영훈, 김치관, 강철구 등 공동저자들은 각자의 경험과 연구성과를 통해 우리 시대 지상명령인 민족통일의 생명수로 국학과 민족주의의 의미를 일깨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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