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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과거사 법안’, 박근혜 정부와 유사한일관계 이유로 일본 책임 덮고 ‘위자료’ 지급에만 급급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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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6  21: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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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법원의 강제징용피해자 판결을 두고 일본의 반발이 여전하다. 지난 22일 한국과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를 일단 봉합했지만, 갈등의 발단인 과거사 문제 해법은 요원한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이 대표발의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26일 <통일뉴스>가 입수한 ‘문희상 법안’은 일본의 책임을 묻는 대신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심지어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일본군‘위안부’ 합의와 상당히 유사하다.

   
▲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5일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과거사 문제 해법을 제시했다. 그리고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사진출처-국회]

‘문희상 법안’, ‘기억인권재단’ 설립해 한.일 기업.국민 성금 모아 ‘위로금’ 지급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5일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과거사 문제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과 일본 기업과 국민 성금(2+2+α)안으로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문 의장이 발의한 법안에는 관련 내용이 구체적이다.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국외강제징용, 일본군위안부 등) 피해자나 그 유족 등에게 위자료나 위로금을 지급하거나 관련 사업”을 하도록 ‘기억인권재단’을 설립한다는 것.

‘기억인권재단’은 △한.일 양국 관련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금, △한일 양국 민간인들의 자발적 기부금, △지금은 활동이 종료된 ‘화해치유재단’의 남아있는 잔액 약 60억 원 등으로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1인당 2억 원을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역할을 맡도록 했다.

△추도공간 조성 등 위령사업, △한.일 양국 기업 및 국민 등으로부터 민간 기부금 수탁업무, △사료관 및 박물관 건립, △학술사업 및 조사 연구사업 수행 등의 역할도 담았다.

‘문희상 법안’은 ‘기억인권재단’의 사례로 니시마쓰 건설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법원의 판결, 독일 ‘기억책임미래재단’을 들고 있다.

2009년 10월 일본 도쿄 간이법원은 △니시마쓰 건설사의 ‘심심한 사과’, △360명 희생자에 대한 47억 원 보상, △기념비 건립, △위령사업 등의 화해를 권고했다. 2000년 독일 의회가 주도해 설립한 ‘기억책임미래재단’은 독일 정부와 6천여 기업이 각각 50억 마르크를 출연한 기금으로 강제노동 희생자들에게 배상하고 있다.

그러나 위 사례는 ‘문희상 법안’과 차이가 있다. 독일 ‘기억책임미래재단’은 가해국으로서의 역사 성찰에서 출발했다. 니시마쓰 건설사 건은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판결에 기인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는 한국인 피해자에게는 1965년 청구권협정을 들며 개인 청구권 소멸을 주장한다.

오히려 ‘문희상 법안’은 가해국인 일본 정부가 아닌 피해국인 한국정부가 자발적으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이다. 일본 정부에 과거사 문제를 묻지 않겠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 판결에 의해 손해배상의 의무가 확정된 일본 기업이 배상하고 그 공모자로 명기된 일본 정부가 피해자의 권리 실현에 나서야 한다”며 “한국정부와 국회는 일본 기업과 정부가 그렇게 하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일본 측이 책임을 져야 할 사안에 대해 한국정부가 재단을 설립하고, 한국 기업과 국민이 기부금을 내고, 한국정부가 운영경비를 부담해야 한다”며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얼버무리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책임은 한국 기업과 국민, 한국정부, 일본 국민의 참여 속에 사라져 버린다”면서 ‘문희상 법안’을 반대했다.

   
▲ ‘문희상 법안’에는 ‘기억인권재단’을 설립해 한.일 기업과 국민의 성금, 화해치유재단 잔액을 모아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위로금’으로 배상문제가 해결됐다는 취지도 들어있다. [캡처-문희상 법안]

‘문희상 법안’, 박근혜 정부 ‘2015 위안부 합의’와 유사

‘문희상 법안’은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일본군‘위안부’ 합의와 유사하다. 당시 한.일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며 △일본 정부의 10억 엔 출연, △한국정부의 ‘화해치유재단’ 설립 및 위로금 지급을 골자로 합의했다. 그리고 화해치유재단은 배상금이 아닌 ‘위로금’ 명목으로 1인당 1억 원 지급을 강행했다.

‘문희상 법안’도 1인당 2억 원을 배상금이 아닌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하며, 2년 내에 배상문제를 일괄적으로 해결해, ‘기억인권재단’을 통해 위로금을 받은 사람은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설립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명시했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가 파기를 선언한 2015 합의를 법적으로 인정하겠다는 취지이다. ‘기억인권재단’의 기금에 ‘화해치유재단’ 잔액 약 60억 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일 정상이 2015합의가 유효하다는 확인을 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정치인의 진솔한 사과’ 합의,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사과’ 등 외교적 사전조치가 필요하다고는 했지만, ‘문희상 법안’은 과거사 문제를 배상금이 아닌 위로금 지급으로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한다’는 2015 합의와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2015합의를 계승하고 있다.

김창록 교수는 “‘2015합의’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사망선고를 스스로 뒤집는 자가당착”이라며 “일본군‘위안부’에 관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되살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것을 ‘강제동원’을 포함한 한일 과거청산 일반에까지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히려 “적어도 ‘2015합의’는 일본이 책임을 지는 형식을 취했던 데 반해, ‘문희상 구상’은 일본의 책임을 면탈시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21일 정의연 관계자들이 국회 정책수석실을 방문해 '문희상 법안'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국회 측은 해당 법안 통과 필요성만 강조했다. [사진출처-정의연 페이스북]

‘문희상 법안’은 ‘피해자 중심주의’가 빠져있다는 점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2015합의와 유사하다, 피해자들이 요구한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 ‘법적배상’을 무시한 ‘2015합의’는 거센 저항을 불러온 터. 피해자와 관련 단체들은 ‘문희상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

안영숙 ‘근로정신대시민모임’ 공동대표는 “해결하려는 원칙이 없다. 피해자 중심주의가 아니다. 문 의장이 나서서 법안을 통해 가해자에게 면책을 주고 있다”며 “사죄의 책임, 배상의 책임을 묻지 않은 기금은 그냥 기부금이다.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는 방안은 해결방안이 아니다. 그렇게 해결할 것 같았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사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등은 2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문희상 안’을 “반역사, 반인권적 강제동원 입법”으로 규정하고 반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문희상 법안’ 통과 강행될 듯...정부 예의주시

하지만 문희상 의장은 ‘피해자 중심주의’가 빠진 법안 통과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문희상 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일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일본 내 기류 때문이다. 

지난 21일 국회정책수석실을 항의방문한 정의연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회 측 관계자들은 “과거사 문제를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풀어가자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로 일본기업에 대해 강제집행에 들어가면 한일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며 법안 통과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정부도 ‘문희상 법안’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이다. ‘수출규제-지소미아’ 문제를 일단 봉합하고 근본문제인 과거사 문제 해법을 12월 초에 국회를 통해 만든 뒤, 12월 말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 계기로 한.일 정상이 만나 관계회복을 선언한다는 시나리오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22일 “(강제징용, 수출규제 연결고리 문제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며 “(향후 한일관계를) 낙관하지 않는다. 강제징용문제도 아직 해법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도 강제징용문제가 연내 해결되어야 한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26일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의 기본 입장에 맞는 합리적인 방안에는 열려있다. 입법 과정에서 정부와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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