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쉬운 말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가 바로 확증편향이다. 북한과 미국이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6시간 동안 실무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됐다. 그런데 결렬 이유, 협상에 임하는 자세와 의지 그리고 추가 협상 여부 등 핵심 사안 세 가지를 두고 양측의 입장이 모두 다르다. 서로 만나 얘기를 나눴는데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누군가 한쪽이 거짓말을 하는 걸까? 아니면 과장이나 무시를 하는 걸까? 양측은 서로 보고 싶은 것만 봤기 때문일까?

◆ 먼저, 결렬 이유를 두고 양측이 다르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결렬 이유에 대해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다”면서 미국 측이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며 비난했다. 한마디로 미국 측이 ‘빈손’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미.북 실무협상에 창의적인 방안들을 가져갔으며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대표단이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의 네 개 기둥 각각에서 진전을 가능하게 하는 많은 새로운 계획들을 소개했다고 구체적으로 말했다. ‘빈손’ 대 ‘창의적인 방안’이 맞선 것이다.

◆ 다음으로 협상에 임하는 자세와 의지다. 김명길 순회대사는 미국이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기에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 의욕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온 것은 결국 문제를 풀 생각이 없다는 것”이기에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 볼 것을 권고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미국과 북한은 한반도에서 70년 동안 이어진 전쟁과 적대 관계의 유산을 토요일 하루 논의를 통해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그 문제들을 풀 ‘헌신의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협상에 임하는 자세와 의지를 놓고 ‘자세 미비’와 ‘헌신적 의지’가 맞선 것이다.

◆ 추가 실무협상 여부다. 양측은 결렬에 따른 후속 협상 일정을 잡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양측이 모두 ‘완전 결렬’이라고 선언하지 않은 점이다. 미국 측은 2주 이내에 스톡홀름으로 돌아와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 주최 측 초청을 수락했다. 반면 북한은 6일 별도의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고 “(미국이) 두 주일이라는 시간 내에 우리의 기대와 전 세계적인 관심에 부응하는 대안을 가져올 리 만무하다”며 연내 협상 가능성 정도만 열어뒀다. 추가 실무협상을 놓고 ‘2주 이내’와 ‘연내’ 가능성이 맞선 것이다.

◆ 이처럼 매 사안마다 입장이 극명하게 다른 이유가 뭘까? 전체적으로 보면 북한은 강수를 연발했으며 미국은 수세적이었다. 김명길 순회대사가 실무협상 종료 30분 만에 협상 결렬을 선언한 것을 두고 ‘준비된 결렬’, ‘계산된 결렬’이라는 견해가 많다. 북한은 지난 2월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응어리가 있다. 이번 실무협상에서 북한이 뱃심 있게 ‘벼랑끝 전술’로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북미에게 주어진 시간은 올해 연말까지 3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사실 시한부 승부를 앞두고 있다면 누구나 확증편향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최후의 승리는 확증편향에서 먼저 벗어난 자에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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