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진보는 일보(一步)다 (발터 벤야민)


 푸른 하늘을
 - 김수영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革命)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강의 시간에 가끔 수강생들이 묻는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검찰 개혁을 할까요?’ 그러면 나는 ‘하리라 생각해요. 나는 그가 속한 정치 세력이 자신들의 정치 생명을 위해서 개혁을 하리라고 생각해요.’라고 대답한다.   

 나는 지금의 정치 상황이 고려 말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고려 시대에는 지방의 토착 세력, 호족들이 지배 계급이었다. 그들은 거대한 토지를 소유하고 온갖 특혜를 누렸다.

 이러한 사회의 모순 속에서 고려 중기 이후 신흥사대부 세력이 등장했다. 그들은 고려 초기 이래 지방 향리로 머물던 중소 지주들이었으나 고려 후기부터 과거에 급제하여 중앙의 관리로 진출하여 고려 말에 이르러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조선을 건국하게 된다.

 그들은 호족 세력에게 맞서기 위해 백성들을 위한 여려 개혁 정책을 실시하게 되는 것이다. 조국 장관이 속해 있는 정치 세력이 고려 말의 신흥 사대부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는 조선 말기부터 외세와 그에 영합한 세력들이 주류 세력을 형성해왔다. 이들은 고려 말의 호족들처럼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발전을 가로막아 왔다. 하지만 70년대 고도성장을 겪으며 우리나라엔 이들과는 다른 세력이 형성되었다. 이른바 ‘시민계급’의 등장이다.

 이 시민계급이 구세력에 맞서 1987년 6월 항쟁을 일으켰다. 시민계급을 대표하는 정치 세력이 권력을 잡으면서 비로소 우리나라에 문민정부가 수립되었다. 바야흐로 자유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신흥 부르주아 세력’이었기에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고 일반 국민을 위한 정책보다는 친자본가정책을 폈다.

 그 세력의 연장선상에서 ‘문재인 정부’가 집권했다.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위해 구세력과 맞설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을 위한 정책도 시행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친자본적이기에 일반 국민을 위한 정책에는 한계가 뚜렷할 것이다. 우리가 계속 촛불을 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결코 ‘자유’는 지배 세력이 준 적이 없다. 조선 초기의 신흥 사대부에 의한 여러 개혁들은 실패했고 그들은 결국엔 새로운 지배 세력이 되었다.   

 그래서 김수영 시인은 노래했다.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부러워하던/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사람이면 알지/노고지리가/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어째서 자유에는/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우리의 근현대사는 민중과 외세와 그에 영합한 세력들과의 처절한 자유를 향한 투쟁의 역사다. 우리는 힘겹게 힘겹게 여기까지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려왔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피를 뿌려왔는가!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수많은 자유들에는 이렇듯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 것이다. 

 지금 또 다시 우리의 역사는 ‘검찰개혁’의 이름으로 자유를 향한 투쟁의 길에 들어섰다. 재벌을 위시한 힘 있는 세력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자신들에게 맞서는 세력에게는 가차 없이 법의 칼날을 들이대는 검찰은 우리 사회의 정의를 무너지게 할 것이다.  

 ‘혁명(革命)은/왜 고독한 것인가를//혁명은/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우리는 각자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리 모두 수많은 촛불의 꽃으로 피어나야 한다. ‘인간은 자유- 카잔차키스의「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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