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12일 서울 문화공간온에서 열린 이금주 활동가 방북 강연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사진 - 정연진]

지난 8월 미국 보스톤에 거주하는 재미활동가 이금주 씨 강연을 ‘AOK(Action One Korea)한국’이 주최하게 되었다.

이금주 씨는 보스턴에 15년째 거주하고 있는 재미동포로 이주민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교사 생활을 하면서 코리아 평화와 민주화를 위한 활동을 벌여온 활동가이다.

현재 보스톤에서 ‘매사추세츠 코리아평화행동’(Massachusetts Korea Peace Campaign) 공동의장과 ‘평화와 통일을 여는 보스턴행동’(Korea Peace and Unification Action of Boston) 대표를 맡고 있다.

이번이 첫 번째 방북인 이금주 씨는 작년부터 평화협정 운동을 보다 조직적으로 펼치기 위해 미국 전국적으로 평화‧통일 단체와 활동가들이 연대협력하고 있는 ‘Peace Treaty Now’(PTN. 한반도평화를 위한 해외동포연대)의 특파원 자격으로 방북을 하게 된 것이다.

▲ 8월 12일 서울 문화공간온에서 열린 이금주 활동가 방북 강연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사진 - 정연진]

무엇보다 방북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매우 구체적이다. 보스턴에서 한국전쟁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미국 시민, 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집회와 홍보 활동을 벌이면서, 그는 미국인들이 대체로 코리언들이 평화를 원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막상 미국이 평화협정 당사자인 북한을 대화 파트너로 여기려면 그들의 대북인식이 너무나 부정적이어서 이 것이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는 얼마나 북을 알고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고 ‘북녘 땅에 직접 가서 동포들을 만나고 북을 체험하고 돌아와 미국에 평화를 전파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금주 씨의 방북 강연은 AOK한국의 서울시 공모 평화통일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AOK한국은 연초에 서울시 공모 평화통일교육사업에 지원해 ‘영화와 문화로 만나는 통일이야기’라는 명칭으로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통일교육사업을 다섯 마당으로 나누어 진행 중이다.

올해 들어 더욱 활발해진 재미평화활동네트워크

▲ 이금주 씨가 찍은 8월의 푸르른 북녘 들판, 평양에서 개성으로 향하는 길인 듯하다. [사진제공 - 이금주]

이금주 씨가 특파원 자격으로 방북한 PTN(www.peacetreatynow.org, 코디네이터 한익수)은 2018년 4.27 직후 주로 미국과 일부 해외의 50여 단체들과 활동가들이 한반도 평화운동을 함께 하기위해 만들어진 네트워크로 미국내 거의 모든 평화, 통일 재미단체들이 동참하고 있는데 AOK 또한 이에 동참하고 있다.

PTN은 주로 한국어권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비해 영어권 활동가들은 위민크로스 DMZ 위주로 2년전 결성된 ‘Korea Peace Now’(KPW, 코디네이터 이현정)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위민크로스 DMZ, 노벨평화수상여성들 단체, 한국의 여성단체 네트워크 등 4개 단체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 KPW은 2017년부터 미구 전국적으로 풀뿌리 활동가들을 규합하고 있다.

PTN과 KPW 두 네트워크와 미국인 활동가/전문가 네트워크인 KPN(코리아 피스 네트워크)가 협력하여 지난 2월 말 미하원에서 발의된 한국전쟁종식 결의안(H Rev 152) 확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연방하원 국방수권법안내 ‘한국전쟁 종식 촉구 결의’ 조항 통과를 위한 긴급 행동에도 힘을 모았다.

로 카나 의원이 발의한 ‘한국전쟁 종식 결의안’은 현재 36명의 하원의원들이 공동발의자 (co-sponsor)로 동참한 상황인데 재미평화활동가들은 올 연말까지 100명의 동참자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활동하고 있다.

PTN은 지난 7.27 이전 7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한 달간 코리아 평화주간을 정하고 #EndKoreanWar 인증샷찍기, 한 날 한시에 트윗하기, 캠페인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행사를 벌였다.

이금주 씨가 활동하고 있는 메사추세츠 코리아 평화행동은 미국 시민, 언론,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한반도 평화의 필요성과 한국인의 평화에 대한 염원을 알리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촉구하고 있다. 메사추세츠 미의원들과 보스턴 시민한국전쟁 종식 결의안(H Rev 152)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홍보활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각 지역에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힘쓰는 재미활동가 네트워크들이 점점 많아 지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이다.

평양에서 톡톡톡, 실시간으로 통하다

▲ 2018년 11월 AOK 방북 중 평양체류 중인 방북단과 한국의 회원들이 AOK한국 회원방에서 실시간으로 카톡을 주고받는 장면. 노란색 박스의 메시지가 필자가 쓴 것. [캡쳐사진 - 정연진]

평양에서의 실시간 카톡은 2018년 11월 AOK 방북단이 북녘 방문 중 시도한 적이 있었다. 작년 11월 7박8일간 방북기간 동안 AOK미국과 AOK한국 단체카톡방에서 실시간으로 톡을 회원들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여기는 평양입니다”하고 시작한 나의 카톡 메시지와 평양, 묘향산, 개성 등의 사진을 미국과 한국 곳곳에서 AOK 단톡방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받아보고 “아하, 실제로 북과의 카톡이 가능하구나”하고 신기해하면서 현장에서 전해주는 북녘소식에 큰 호응을 보였다.

북에서 SNS 개통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평양시내 고려링크 회사에서 심카드를 구입하면 휴대전화에 인터넷을 연결해 준다. 심카드 구입과 인터넷 연결은 200불에 가능했는데 여기엔 데이터 송수신에 기본으로 50MB가 제공되고, 그 이후는 250MB당 50불이 들어간다. 지난 11월 평양에서 나는 기본 50MB 이외에도 250MB를 추가 구입했지만 다 쓰지 못하고 북녘을 떠나게 되어 무척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 2019년 8월 이금주 평양 카톡 라이브 홍보 웹자보. [사진제공 - PTN 홍보부]

2018년 AOK 방북 당시, 물론 그 이전에도 평양에서 카톡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평양에서 카톡이 가능한지 경험하지 않은 상태라서 미리 홍보하지는 못했었다.

그에 반해 이금주씨의 방북은 ‘평양에서 카톡 라이브’를 하자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북가주에 거주하는 남관우 씨 주도로 PTN 홍보부에서 기획하고 이를 차근차근 실행에 옮겼다. 이금주씨는 사전에 방북경험이 있는 사람들, 평양 카톡 라이브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들과 단체 카톡방을 열어, 사진용량 줄여서 보내기 등 필요한 요령을 습득하고 필요한 조언을 구했다. 방북과 함께 평양에서 카톡 라이브를 실시한다는 홍보가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면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방북 직후 AOK한국이 주최한 강연은 “평양에서 카톡하고온 재미활동가 이금주의 방북 이야기’로 제목을 잡았고 많은 분들이 큰 관심을 보여주었다. 강연장소에 일부는 자리가 모자라 돌아가기까지 했다. ‘카톡 라이브’ 기획의 힘을 실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 한여름에 인기 최고인 평양의 빙수 매점과 빙수 내용물. [사진제공 - 이금주]
▲ 평양시내에서 전차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여성들이 쓴 각양각색의 양산이 인상적이다. [사진제공 - 이금주]

“세계 각지역 동포활동가들의 격려와 응원을 받고 소통하니 마치 혼자 여행온 게 아니라 같이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신났다”고 소감을 말하는 이금주 씨는 평양에서 미국, 유럽, 한국 등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느낌이 매우 흥분되었다고 한다.

“북이 고립되고 은둔된 사회가 아니라 언제라도 조건이 되면 세계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는 평양에서 현지 시민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을 라이브로 시도하고 싶다”고 말한다.

재미동포들 방북금지 해제를 위해 적극 나서야

그렇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이금주라는 재미동포를 통해 남과 북이 만나고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남북해외가 하나됨을 느낄 수 있었다.

▲ 판문점이 내려다보이는 북녘 판문각에서 한국전쟁종식 캠페인 인증샷을 해보이고 있는 이금주 씨. [사진제공 - 이금주]

그러나 한편으로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현실이다. 4.27 선언과 9.19 선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선언의 실천면에서는 한 발작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답보 상태, 민간교류가 꽉 막혀있는 상태에서 방북이 가능한 해외동포들이 전해주는 간접적인 체험담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족해야 하는 현실이 그러하다.

이금주 씨는 미국에 오래 살았어도 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재외동포(영주권자)라서 방북이 가능했다. 나 또한 같은 체류신분이라 작년에 AOK 방북단을 추진할 수 있었다.

올해 8월 31일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국적자(시민권자)들의 방북금지 행정명령을 또다시 연장하고야 말았다. 미시민권자들의 북녘 방문이 막혀있는 상태에서 당분간은 재미동포 중 영주권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AOK 차원에서도 가까운 장래에 방북을 다시 시도할 계획이다. 이제부터라도 재미동포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시민권자 방북금지 행정명령 해제가 아직 언제 내려질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조건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방북 계획을 하고 방북계획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미 행정부에 압력을 넣는 등, 다시 인적교류가 활발해져서 미국인들이 부정적인 대북인식을 바로잡고 평화협정 체결을 지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행동을 취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이금주 활동가가 보여준 용기있고 진솔한 행동이 많은 미주동포들에게 귀감이 되어 북미교류와 남북교류에 재미동포들이 다시금 활발한 오작교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한다.

▲ 서울에서 열린 이금주 씨 방북강연에서 참석자들이 한국전쟁종식 캠페인 인증샷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 - 정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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