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수령국가>저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던가? 또 인간사에서 참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자기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일 것이다. 그것만큼 아픈 것이 없어서 그렇겠다.  

지금 필자의 심정이 딱 그렇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어서 그렇다.  

2019년 7월 24일 통일부장관과 17개 광역 시·도지사가 서명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약문’ 체결도 그 인식에 한 몫 한다.  

협약문 체결 소식 그 자체로는 참으로 좋은 소식이겠으나, 딱 거기까지만 이다. 협약문 내용에 참으로 ‘어이없는’ 문장구성과 ‘우려스러울’ 정도의 정부인식이 보여줘서 그렇다. 

그 중 먼저 ‘어이없다’는 것은 협약문 넷째 문장구성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다름 아닌, 아래 표 안의 문장과 같이 확인받는 것이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고 쓰고 해설은 ‘통일’에 대한 얘기여서 그렇다. 언뜻 봐서는 ‘통일’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어 좋을 해설문장인 듯한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느냐며 질책할 수도 있겠지만, 맥락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음이 확인돼서 그렇다.

넷째,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국민 공감대 형성에 협력한다.
우리는 통일 공감대 확산을 위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사업 및 관련 시설 등의 확충을 추진하고 맞춤형 통일교육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대화와 분권·협치의 기반을 조성하는 등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해 나간다.

※ 그 전문 내용을 보고 싶으면 “김연철·17개 시도지사,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약문’ 체결(전문)” 내용을 참조하길 바란다.(<통일뉴스>, 2019-07-24)


즉, 총 네 개의 조항으로 이뤄진 위 협약문 그 어디에도 ‘통일’ 관련 조항이 없다. 더 좁혀 얘기하자면 ‘항구적 평화 정착’에 관한 조항을 해설하려면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방도를 설명해 내는 것이 맞지 뜬금없이 ‘통일’에 대한 내용으로 해설하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마치 이는 톱니바퀴로 치자면 암놈과 수놈이 맞지 않아 톱니바퀴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가 없는 이치이다. 반대는 암놈과 수놈이 맞는 톱니바퀴라면, 즉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에 맞는 해설내용이라면 ‘평화’ 중심의 서술형식을 띄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아래 그림표와 같이.

넷째,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국민 공감대 형성에 협력한다.
우리는 항구적 평화 정착(강조, 필자) 공감대 확산을 위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사업 및 관련 시설 등의 확충을 추진하고 맞춤형 평화(강조, 필자)교육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대화와 분권·협치의 기반을 조성하는 등 평화(강조, 필자)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해 나간다.

그러면 왜 이런 말도 되지 않는 해설기사로 협약문 내용을 왜곡 작성 했을까? 2가지 측면에서 그 합리적 추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협약문 내용작성 과정에서 기존의 것을 짜깁기 하면서 실수로 ‘통일’이 들어갔다는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아래 글에서 설명해 내려 한 ‘우려스러울’ 정도의 정부인식 문제와 연결된다. 

근거도 충분하다.  

알다시피 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좌표가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이다. 여기다가 대통령의 발언, “~나와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오직 평화(강조, 필자)입니다”(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중에서)도 이를 입증하고, 급기야 통일부가 17개의 시도지사와 함께 서명한 협약문에서 사실상의 ‘평화협약서’를 체결한데서 이는 명백히 증명된다.    

그렇게 이 정부의 성격규정이 서서히 드러난다. 다른 말로는 현 정부가 통일정책을 포기하고 평화정책(호도하시지는 마시라. 평화정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간다면 분단 상태에서 평화만 이뤄낸 2국가체제의 평화공존체제가 이 정부가 추구하고자 하는 실제 대북정책임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실수가 아니라면 위 협약문으로 그 사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갔고, 어쩌면 그 속내가 들켜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 누구보다도 촛불정부이길 바랬고, 그 방향으로 정책적 대안과 제언도 끝임 없이 하였지만, 이 정부는 전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다. 정말 안타깝다. 진정 촛불정부에 대한 기대는 한낱 신기루였단 말인가? 김연철 장관에 대한 믿음도 그냥 한낱 ‘짝사랑’에 불과했단 말인가?

아프지만, 이제 이 정부를 놓아줘야 할 것 같다. 
 
이 정부는 정부의 평화적 통일추구라는 헌법적 의무를 포기한 정부이다. 6.15 공동선언 2항을 ‘사실상’ 부정한 정부이다. 분단적폐 척결과 촛불민심을 외면한 정부이다. 

(통일정책과 관련하여서는) 최종적으로는 더 이상 촛불정부가 아닌 정부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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