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직접 협상을 벌였던 미국의 전 외교 당국자들은 북미 실무협상의 새 북측 대표로 거론되는 김명길 전 베트남주재 대사를 매우 전문적이고 식견이 높은 외교관으로 평가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6일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과거 미국 내에서 김명길 전 대사와 가장 활발히 접촉했던 인사 중 한명은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정책 국장을 지낸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 ​

자누지 대표는 1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로 재직 중이던 김 전 대사와 비핵화, 억류 미국인 석방 문제 등을 집중 논의 했었다며, 그를 미국의 메시지를 매우 정확히 북한에 전달하고 미국의 삼권 분립 체제를 잘 이해하던 외교관으로 회고했다.

특히 자누지 대표는 2009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여기자 2명과 2010년 억류된 아이잘론 말리 곰즈의 석방 교섭에 김 전 대사가 ‘뉴욕채널’로서 중요한 교량 역할을 했다며, 당시 미국의 고위 특사 파견 문제에도 깊이 관여했다고 말했다.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따른 방어적 목적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미국이 대북 접근법을 바꿀 경우 핵 프로그램에서 인권 문제에 이르는 모든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자누지 대표는 밝혔다.

이보다 앞서 1996년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참사관을 맡은 김명길 전 대사를 주로 상대한 미국 측 관리는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를 지낸 에반스 리비어 당시 국무부 한국과장.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VOA에 1998년 말 버지니아 자택에 당시 리근 차석대사와 김명길 참사관을 초대한 적이 있다면서, 자신은 두 사람을 저녁 식사에 초대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사안에 대해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당시 리 차석대사와 김 참사관 모두 매우 전문적이고 박식했으며, 폭넓은 주제를 논의하는데 있어 현재 같은 급의 북한 관리들보다 재량권을 약간 더 갖고 있는 듯이 보였다고 말했다.

김명길 전 대사는 미 관리들뿐 아니라 학계 인사들과도 활발히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는 1997년 9월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 예비회담이 컬럼비아대에서 열렸을 때 김 전 대사를 처음 만났고, 그가 2000년대에 차석대사로 다시 뉴욕에 부임했을 때 재회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 전 대사를 매우 호감이 가고 정력적이며 박식한 외교관으로 묘사하면서, 북미 간 건설적 관여를 진지하게 모색했었다고 말했다.

VOA는 “김 전 대사의 역량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끌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실무협상팀이 통일전선부 중심으로 이뤄졌던 기존 대표단보다 유연성을 보일지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이 많다”고 짚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이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상대하지 않기 위해 외무성을 전면에 내세웠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것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진전을 원하는지 여부에 달려있을 뿐 협상 대상이 누구인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2002년 10월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비밀 우라늄 농축활동을 추궁했던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당시 테이블에 앉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김명길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며, 대표가 발언하고 나머지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북한 대표단의 두드러진 특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명길 전 대사를 전문성과 식견이 높은 외교관으로 평가한 에반스 리비어 국무부 전 수석부차관보도 김 대사가 북한 실무 협상팀을 이끌더라도, 결국 지도부가 공들여 만든 입장을 매우 “프로페셔널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대본처럼 읽는 역할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VOA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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