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민중공동행동,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통일트랙터 출정식 및 미국반대 자주평화 행진’을 공동 주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역사는 통일트랙터 출정을 민족자주와 대동세상을 위해 몸 바친 전봉준 장군의 부활로 기억할 것이다.”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맞아 통일트랙터를 앞세워 임진각으로 향하는 농민들이 26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에서 출정식을 갖고 갑오년(1894) 동학농민혁명을 호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민중공동행동,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이 공동주최한 ‘통일트랙터 출정식 및 미국반대 자주평화 행진’은 성금을 모아 마련한 ‘통일트랙터’ 5대가 미국대사관 맞은편에 자리잡은 채 진행됐다.

250여 농민과 단체 관계자들은 ‘통일트랙터 출정문’을 통해 “평화와 통일은 민족의 숙원이며 우리가 치켜든 깃발은 자주”라며 “전봉준 장군의 척양척왜, 보국안민 정신은 자주민주통일로 계승되었다”고 밝히고 “갑오농민전쟁 125년, 분단 74년, 전농 30년, 우리의 길은 오직 자주”라고 선언했다.

이들은 “하노이 2차 북미회담 합의서 서명 무산 책임은 분명하게 미국에 있다”며 “미국에 의한 대북제재를 박살내자”고 외쳤다.

또한 “나가자! 통일트랙터야, 분단의 선을 넘자! 통일품앗이로 조선의 땅을 갈자!”면서 “품앗이 한다는데 제재가 웬 말이냐, 품앗이를 허가하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는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당장 재개하라”고도 했다.

▲ 27일 통일대교로 행진해 갈 통일트랙터 5대가 미국 대사관 맞은편에 자리잡았다. 나머지 22대의 통일트랙터는 여의도에 집결해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박행덕 전농 의장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과 전봉준을 떠올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박행덕 전농 의장도 “이 자리에 서자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1894년 동학농민혁명으로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고 우리 민족의 정기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전봉준 장군”이라며 “바로 여기에 있는 동지들이 전봉준 장군”이라고 역사적 의미를 되짚었다.

박 의장은 남북의 정상이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미군의 존재 이유가 사라졌다며 “전쟁은 없는데 왜 있느냐. 저들은 하루속히 이 땅을 떠나야 한다. 그런데 지금도 똬리를 틀고 앉아서 이래라 저래라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꺾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래서 우리 전농이 앞장서서 통일트랙터를 마련하게 됐다”며 “이 일을 성사시키 위해서 함께 도와주신 우리 동지들께도, 우리 어르신들께도, 우리 어린 학생들에게도 감사의 말씀드린다”고 인사하고 “내일 투쟁에 적극적인 협조와 우리가 바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기대해주시고 함께해주시길 거듭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전농을 중심으로 한 통일트랙터품앗이운동본부는 전국적 모금운동을 벌여 28대의 트랙터를 마련했으며, 전국 각지에서 출발해 이날 오후 여의도로 집결했다. 그 중 5대가 이날 출정식이 열린 광화문으로 옮겨온 것.

이들은 통일트랙터를 앞세우고 27일 오후 2시 ‘대북제재 해제! 통일품앗이 실현! 4.27 전국농민대회’가 열리는 통일대교로 향할 예정이며, 오후 4시에는 6.15남측위원회 등이 임진각에서 개최하는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식에 합류할 계획이다. 기념식에서는 6.15민족공동위원회의 공동호소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오늘 우리들이 미국반대 자주평화 행진을 시작하는 날이다. 반미자주화의 기치를 올리는 날이다”며 “오늘 우리는 광화문 이 자리에서 미국과 북의 싸움이 아니라 우리 민족과 미국의 싸움이라는 것을 선포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아가 “전 세계 평화세력과 미국의 싸움으로 확대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상임대표는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한다. 반미자주의 기치, 민족 대단결의 기치가 올라간다”며 “농민이 트랙터를 앞세워서 앞장섰다. 트랙터가 무엇인가. 비탈길도 갈아엎고 웅덩이도 메우면서 없던 길을 개척하는 트랙터다. 그 트랙터에 농민들이 탔다”고 비유했다.

그는 “우리들의 싸움은 외롭지 않다. 전 세계가 함께 한다”며 “이제 오늘을 시작으로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8천만 민중이 함께하는 반미자주의 기치를 높이 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가 '우리 민족과 미국의 싸움'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와타나베 겐주(오른쪽) 일한민중연대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가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엄미경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미대사관이 바로 앞에 보인다”며 “미국은 242년의 역사 동안 전쟁을 하지 않은 기간이 단 16년이다. 역사상 가장 호전적인 나라다”라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한 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그저 우리 손에 내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엄 통일위원장은 “오늘 트랙터를 끌고 전국에서 이 자리에 모인 그 결심으로 농민이 노동자 앞에 서라. 그 뒤에 노동자가 서겠다”며 “농민을 앞세워 노동자와 빈민이 손을 잡고 미국의 저 전쟁책동을 넘어 대북제재의 고리를 끊고 평화와 통일의 나라로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와타나베 겐주 일한민중연대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지금 한반도 평화로의 커다란 흐름에 혼자 방해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일본의 아베 정권”이라며 “한국 촛불혁명을 잇자,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목표”라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와타나베 공동대표는 “지난 3월 11일에 일본에서는 ‘한반도와 일본에 비핵, 평화 확립을!’이라고 하는 시민연대행동을 새롭게 발족시켰다”면서 활약상을 소개하고 “여기 모이신 여러분, 한일 민중연대를 더욱 발전시켜 함께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만들어 나가자”고 호소했다.

앞서, 와타나베 공동대표를 비롯한 일본 대표단은 이날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코리아 평화체제와 한일 평화연대의 모색’을 주제로 4.27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 한일 공동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 출정식에 이어 참가자들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광화문 네거리를 거쳐 미국 대사관 앞까지 자주평화 행진을 벌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미국 대사관 앞에 도착한 행진 대오는 노래와 구호를 외치며 미국에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기형 전농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출정식에는 <우리민족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이라는 노래와 춤이 무한반복됐고, 빈민대표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출정식을 마친 참가자들은 깃발과 현수막을 앞세우고 광화문 네거리를 끼고 돌아 미국 대사관 앞까지 행진한 뒤 농민대표의 발언과 “대북제재 해제하라”, “통일품앗이 실현하자”, “미국은 빠져라”, “판문점선언 이행하라” 등의 구호로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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