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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정상, ‘톱다운 방식’으로 일낼까? 한미정상회담과 김정은 시정연설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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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4  09: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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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워싱턴과 평양에서 중대 발표

한국시간으로 12일, 워싱턴과 평양에서 한반도의 명암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발표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결과 언론 발표’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현단계에서 사회주의건설과 공화국정부의 대내외정책에 대하여’가 그것이다.

전자가 짧고 추상적이라면 후자는 길고 솔직하다. 공통점은 남북미 최고지도자가 모처럼 마련된 한반도 평화 협상의 판을 깨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고, 그 해법은 ‘톱다운(Top-Down) 방식’ 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 북미(남북미), 한미 정상회담에서 돌파구가 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한국시간 12일) 백악관에서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가진 뒤 언론 발표문을 통해 “양 정상은 톱다운 방식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하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가 좋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조만간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현지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 방한해 줄 것을 초청하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초청에 사의를 표했다”고 브리핑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나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생각나면 아무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며 “미국이 옳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어쨌든 올해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시한도 제시했다.

1. 트럼프, 문재인에 새로운 ‘카드’ 쥐어줬나?

   
▲ 미국을 공식 실무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제공 - 청와대]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톱다운 방식’에 공감대를 마련해 △3차 북미정상회담 추진 △남북정상회담 추진 공감 △트럼프 대통령 방한 초청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가능성 확인 등 대화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통해 △식량 등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 확보 △‘스몰 딜(small deal)’ 여지 마련 등 미측의 다소나마 진전된 입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물론, 이 정도로 북한이 협상장에 나올 만큼 관심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공개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카드’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지에서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에 제기된 여러 가지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살리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관한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서 매우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의 기회가 됐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이 ‘톱다운 방식’을 무너뜨리려 하고, ‘대화 무용론’을 확산시키려 하는 것을 막고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한 것이 성과”라고 평가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듣고 싶다고 했다”는 대목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북미간 대화는 분위기만으로는 성사될 수 없는 법.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뭔가 새로운 방안을 수용했든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새로운 협상안이나 카드를 제시했는지가 관건이랄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우리가 준비해 간 안이 설득력이 약할 수도 있다”며 “우리 정부의 ‘굳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이라는 방안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스몰 딜’을 달리 표현한 것으로 미국은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스몰딜에 따른 북한에 대한 상응조치나, 비핵화 최종상태와 로드맵에 포괄적 합의를 이루되 단계적 과정을 설정해 각 단계별 상응조치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하거나 제시했다면 북미협상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딜 여지를 수용하고 한국의 대북 인도적지원 등을 용인하는 것을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로 꼽는 분위기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인도적지원과 식량지원에 관해 조금더 우리 정부에게 재량권을 준 것”이라며 “핵·미사일 실험 중단의 보상으로 인도적 지원은 가능하다는 인식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카드’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남북미 3자 종전선언’과 같은 정치적 카드일 것”이라고 관측했고, 다양한 추정이 나오고 있다.

2. 문재인, 김정은 만나 설득할 수 있을까?

   
▲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존 볼튼 NSC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별도로 만났다. [사진제공 - 청와대]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결과,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과 제안을 북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벌써부터 특사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임종석 전 비서실장까지 호명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낙연 총리의 대북특사설 보도에 대해 부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민간전문가는 “김정은 위원장이 ‘스몰 딜’ 상응조치로 밀가루, 옥수수 몇 포대 받는, 인도적지원은 받지 않을 것”이라며 “정의용, 서훈 라인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회의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이나 최소한 김여정 제1부부장을 직접 만나야 유의미한 의사전달이 가능하다”며 “특사 파견이나 남북 정상 간의 만남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남조선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리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여야 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한신 남북경제협력연구소 대표는 “낮은 단계에서 남북간 인적.물적 교류를 통해 북한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도적 지원을 위한 방북으로 인적 교류를 하고 인천-남포항 해로를 통해 인도적 지원 물자나 농수산물이 오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제재 해제보다는 유예나 예외조치가 현실적이라는 것.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너무 톱다운 방식만 고집하면서 다른 것을 안 하는 경향이 있다. 남북관계에서 분위기 조성은 인도적지원과 사회문화 교류를 통해서도 할 수 있다”며 신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남북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MBC>는 13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를 인용, “그렇게 빨리 준비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에 추진되는 남북정상회담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요약하면 4.27이후 원포인트 판문점 실무정상회담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측이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핫라인을 통해 대북특사를 제안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 측의 반응은 긍정적이었기 때문에 이것은 앞으로 외교 경로를 통해서 협의해 나갈 문제”라고 전해 사실상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26~28일 일왕 즉위식에 맞춰 일본을 국빈방문할 예정이고, 6월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이 일정과 연동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소식통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일임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워싱턴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 초청 때문”이라며 “북미관계는 교착된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는 두 차례나 방문하는데 한국을 들리지 않으면 문 대통령의 입지가 어려워질 수 있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방한 계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남북미 3자 정상회담과 종전선언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전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려있다”고 답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필요할 일을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3. 김정은, 트럼프의 제안 수용할까?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잇달아 주재하고 12일 장문의 시정연설을 발표했다. 새로 '선거'된 국무위원들과의 기념사진. [캡쳐사진 - 노동신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2.27~28) 이후 처음으로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은 전혀 실현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다. 다시말하여 우리를 마주하고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준비가 안되여 있었으며 똑똑한 방향과 방법론도 없었다”고 혹평했다.

특히 “지금 미국에서는 우리의 대륙간탄도로케트 요격을 가상한 시험이 진행되고 미국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군사연습들이 재개되는 등 6.12조미공동성명의 정신에 역행하는 적대적 움직임들이 로골화되고 있으며 이것은 우리를 심히 자극하고 있다”며 “나는 이러한 흐름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직설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를 강조하면서 “미국이 옳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우선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결국 미국이 제재에 매달려 변화하지 않는다면 미국과의 협상에만 매달리지 않겠다는 이야기”라며 “세계 모든 평화애호력량과 굳게 손잡고 나아갈것”이라는 대목을 들어 “외교적 다변화 확장도 모색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북은 일단 내부의 관료주의 문제나 우리로 치면 ‘적폐’를 청산하고 자강력 제일주의를 견지하면서 우리 정부나 미국의 움직임을 보겠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첫 시금석은 남측의 4.27 1주년 공동행사 제안에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가 될 것”이라고 봤다.

조성렬 전 수석연구위원은 “우리가 창의성을 발휘해서 북한이 받아들일만한 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일단 북한의 대외파견 노동자 철수 시한, 미국 국적자 북한 방문 금지 문제와 같은 북한의 이탈을 방지하는 신뢰회복 조치들부터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리비아 문제나 국내적으로 오바마 케어, 멕시코 장벽 문제와 같은 데로 초점을 옮겨갈 수 있다”며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못할 것으로 보고 비핵화 협상을 후순위로 놓고 김정은 위원장이 시한으로 준 연말까지 느긋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은 남북 당국이 민간교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당국-민간 투트랙’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창현 소장은 “민간교류와 공동행사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인도적 지원과 금강산을 오고가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으로 하여금 매력을 느끼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고,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드러난 것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되지 않은 ‘카드’가 일말의 여지를 남기는 정도다.

한반도 평화의 촉진자이자 당사자

김정은 위원장도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이번 시정연설에서도 ‘경제건설 집중’을 강조했다. ‘자립 자력의 기치’를 들고 자주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지만 국제적 제재를 떨쳐내지 않으면 한계가 뚜렷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훌륭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을 때 협상을 마무리지을 필요성이 절실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도 미중 무역전쟁으로 손발이 묶여 대북제재에 숨통을 틔워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우리 정부 역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철도도로 연결 등을 외쳐왔지만 무기력한 모습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북미간 협상타결 만이 지금의 답답한 제재의 틀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이 입증된 셈이다.

결국 단시일 내에 북측이 대화의 장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촉진자’이자 ‘당사자’로서 창의적 방안을 마련해 북미간 협상을 촉진하고 남북관계 진전에 과감히 나섬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역사적 기회를 붙잡아야 할 것이다.

남북미 최고지도자가 ‘톱다운 방식’에 공감대를 가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랄 수 있다. 현대 국제정치가 자국민들을 상대로 하는 국내정치에 크게 영향받는다는 점에서 북미협상을 성공적으로 타결짓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국내정치 상황을 잘 살피는 지혜도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수정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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