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입김 (3)


빈민촌(貧民村)의 동심(童心)

문패도 번지도 없는 빈촌
= 의무교육(義務敎育)이란 이들에게 아랑곳조차 없고=
온 식구(食口)가 벌어도 굶다시피 허덕여

○....신촌역에서 서쪽으로 약 2, 3백「미터」가량 철길을 따라 가면 철둑비탈 빈터에는 돼지우리 같은 토담집들이 줄지어 있다. 여기는 서울특별시 창천동 – 한결같이 문패도 번지도 없는 빈촌...

길의 5「미터」에 폭이 3「미터」 지붕 위에는 가마니때기나 궤짝 조각 등으로 덮고 돌을 얹어둔 이 토담집 방안에서는 목쉰 어린이의 울음소리, 문밖 양지쪽에서는 학교 갈 또래의 아이들이 철없이 놀고 있다.

○....운동화 한쪽에 한발에는 고무신을 신었고, 숫제 이발사가 필요 없는 이곳, 아이들의 머리는 더벅머리거나 가위자국이 엉성하며 딱지놀이에 흥이 나서 콧물이 입에 드리우도록 흘러도 모른다. 손은 까마귀발처럼 새까맣고...

한 놈이 뭣인지 한번 넓적 베어 먹고 동생 손에 넘겨주자 「야ㅅ!」 소리치며 달아나는 놈, 이 순간 그들에게 있어서는 가난이 서글플 것 하나 없다.

○....「열네살이야요」 「학교는 안다녀요.」 「아버지는 지게ㅅ벌이, 할머닌 담배장수야요」 「언니는 구두닦기 재네 언닌 순경한데 잡혀 갔어요」 이것은 연극의 대사가 아니다. 속임 없는 현실이다. 이렇게 온 식구가 깡그리 벌어도 굶다시피 허덕이는 이들 가운데 경찰에 끌려간 소년도 있다는 것이다.

○....북쪽 뒷 숲에 웅장하게 솟은 이 나라의 문화의 전당, 연세대학과 이화대학의 훌륭한 건물은 의무교육조차 받지 못하는 이들과는 너무나 먼 거리에 있는 것이다. 또한 아랫마을 아이들과는 아예 어울려 놀 수 없는 이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어느덧 서글픈 열등의식과 계급의식 같은 것이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이들이 자라 만약 어떤 막바지에서 죄를 저질렀다고 한다면, 또는 무서운 반항을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자기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어른들에게 죄가 있음을 잊어서 안 된다.

비단 창천동 움막집 뿐이랴! 문명을 자랑하는 수도 서울 어느 곳에나 이와 같은 번지 없는 집들이 있고 앞날이 캄캄한 우리 어린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사진 = 장천동 토담집 마을의 어린이들)

▲ 사회의 입김 [민족일보 이미지]

<민족일보> 1961년 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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