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나는 멋진 삶을 살았다고 전해주시오 (비트겐슈타인)


 화내고 있다
 - 이성미
 
 꽃에게 화내고 있다.
 풀에게 화내고 있다.
 깃털을 집어 던지며
 지푸라기를 집어 던지며
 발을 구르면서.


 화가 수시로 활활 타오르는 중년 여인이 있다.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가 너무나 크단다. 그래서 일찍이 이혼을 했다. 그녀는 심리 상담을 공부하며 자신을 성찰하게 되었단다.

 학창 시절에 남들에게는 항상 아버지를 좋게 얘기 했단다. 고위 공무원인 아버지를 남들에게 나쁘게 얘기할 수 없었단다. 겉으로는 존경한다고 말하면서 속에서는 미움이 가슴에 치솟아 올랐단다.   

 ‘꽃에게 화내고 있다./풀에게 화내고 있다./깃털을 집어 던지며/지푸라기를 집어 던지며/발을 구르면서.’ 

 그녀는 이렇게 연약한 것들에게 신경질을 부리며 자랐다. 속에서는 화가 쌓이고 드디어 그녀는 성인이 되어 신경증 환자가 되어버렸다.     
 
 우리 주변에 이런 히스테리성 신경증 환자가 아주 많다. 남의 욕망에 맞춰 살아온 삶의 업보다.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주홍글자’의 주인공 헤스터 프린을 생각해 본다. 그녀는 간통죄를 저지른 대가로 ‘간통(adultery)’을 의미하는 주홍글자 ‘A’를 가슴에 새긴 옷을 항상 입고 다녀야 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온갖 저주를 퍼부었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꿋꿋했다. 그들을 향해 고개 숙이지 않았다. 불륜의 씨앗인 딸 펄을 낳고 나서도 아이 아빠를 밝히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로 ‘사랑’을 했기에 그 대가를 당당하게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녀는 괴로워하는 딸의 아빠, 딤즈데일 목사에게 말한다. ‘나는 그날 성(聖)스러운 경험을 했어요.’

 뒤늦게 미국으로 오던 그녀의 늙은 남편 로저 칠링워스는 원주민들에게 붙잡혀 고생을 하다 풀려나 헤스트 프린을 찾아온다. 남편은 헤스트 프린과 목사에게 복수를 꿈꾼다.  

 복수의 화신이 되어버린 로저 칠링워스는 점차 망가져간다. 가부장 사회의 윤리에 갇힌 그는 세상을 좀 더 넓게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딤즈데일 목사는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다. 하느님에 대한 깊은 죄의식으로 그는 대중들 앞에서 죄를 고백하고 헤스트 프린 곁에서 끝내 숨을 거둔다.  
 
 니체는 인생에는 크게 두 개의 길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자신의 의지로 사는 것. 다른 하나는 남들에게 맞춰 사는 것. 니체는 자신의 의지로 살아가는 사람을 ‘초인(超人)’이라고 하고, 남들에게 맞춰 살아가는 사람을 ‘말인(末人)’이라고 한다.

 헤스트 프린은 초인의 길을 가고 있다. 끝없이 자신을 초극해 가는 삶. 그런 삶은 남들에게 향기를 준다. 그녀를 미워하던 주변 사람들이 차츰 그녀에게 이끌리기 시작한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가둔 마음의 감옥에서 서서히 해방되어 가는 것이다. 자신들 안의 영혼이 깨어나기에. 허상이었던 ‘죄와 벌’들이 한순간에 갈가리 찢겨져 나가며.     

 자신 안의 강한 ‘힘의 의지’를 느끼는 사람은 그 의지가 이끄는 대로 살아간다. 그 길에는 고통이 있지만 그 고통들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간다. 고통이 큰 기쁨으로 바뀐다.
 
 철저히 자신의 의지로 한 평생을 살았던 위대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죽음을 맞이하여 유언을 한다. ‘그들에게 나는 멋진 삶을 살았다고 전해주시오.’

 아버지로부터 깊은 상처를 받았던 그녀도 서서히 화(火)의 지옥에서 빠져 나오고 있다. 심리 상담을 강의하며 그녀는 자신을 극복해가고 있다. 그녀 안의 ‘힘의 의지’가 그녀를 이끌어가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구성해가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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