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신한용)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우리는 개성공단에 가고 싶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3년,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179명이 오는 16일 시설점검을 위한 방북을 정부에 신청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네 번째로, 지금까지 유보 결정을 내린 정부가 이번에는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신한용)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문재인 정부를 신뢰하는 바탕에서 지난 3년간 희망고문을 견디어 왔는데, 더는 버티기 힘든 개성 기업인들은 긴급한 조치를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먼저, “개성공단 점검을 방북 승인”을 요청, “그동안 여섯 차례에 걸쳐 시설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을 했으나, 모두 불허 및 유보 결정이 내려졌다”며 “우리는 개성공단에 가고 싶다. 아무 대책 없이 철수한 공장의 설비 관리를 위해 방북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는 16일 기업인 179명 방북을 통일부에 신청한 상태. 앞서 박근혜 정부 당시 세 차례, 문재인 정부에서 세 차례 등 총 여섯 차례 방북을 신청했지만,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승인 유보는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맞물려 개성공단 재가동을 시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 개성공단 전면중단 3년,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179명이 오는 16일 시설점검을 위한 방북을 정부에 신청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하지만 기업인들은 미국 정부로부터 시설점검을 위한 방북은 대북제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한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유동옥 개성공단 재개준비 테스크포스(TF)단장은 지난해 7월 미국 측의 요청으로 마크 램퍼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과의 비공개 면담 내용을 공개했다. 당시 램퍼트 부차관보 대행의 방한은 남북경협기업을 단속하려던 취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따르면, 미국 측에 “시설점검은 유엔제재와 관계없기 때문에, 방북을 공식적으로 요청”했으며 미국 측은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고, (방북은) 한국 정부에서 결정할 일”이라는 답변을 들었다는 것.

면담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차일피일 이루고 있을 명분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 단장은 “특별히 정부로부터 (방북) 유보 이외에 배경설명을 들은 것은 없다”며 “다만,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받았다. 정부 쪽으로부터 다른 구체적인 언질이나 대안은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도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자산점검 방북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요인들을 살펴보면서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북한도 기본적으로 기업인들의 개성공단 방문에 대해서 동의하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과도 개성공단 기업인의 자산점검 방북의 취지, 목적, 성격 등 필요한 내용을 상세히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관계부처 간의 협의, 그다음에 국제사회의 이해과정뿐만 아니라 북한과도 구체적으로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고 방북 신청이 들어오면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개성공단 기업인 20여 명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정부서울청사로 이동, 통일부에 방북신청서를 전달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조건없이 개성공단을 재가동할 용의를 밝힌 데 대해,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고무적인 상황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제재가 풀려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데 대해,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다.

이들은 “개성공단은 한반도 평화 지킴이로서 평화공단으로 인정받아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무관하게 사업이 시작되었다”며 “개성공단이 대북제재의 예외사업으로 설득되어질 수 있도록 정부는 미국 등 국제사회 설득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 남북 정부는 개성공단을 국제사회로부터 예외로 인정받기 위한 설득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3년,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시름은 더 깊어졌다. 문재인 정부로부터 ‘희망고문’을 받고 있다면서, 차라리 개성공단 폐쇄 명령을 내려달라고도 했다.

정기섭 개성공단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이번에도 통일부에서 공단 방문을 허용해주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통일부가 개성공단 재개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그 기조부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통일부의 재개 의지가 없고 미국의 의견에만 순응하고 추종하다가 개성공단 재개가 이대로 장기적인 숙제로 표류한다면, 무기한 희망고문하지말고 차라리 공단은 없어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일갈했다.

신한용 위원장은 “방북이 또다시 유보 등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싫고 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며 “반드시 개성공단 사업은 올해, 그것도 말까지 가면 지친다. 상반기 전에 재가동이 되어야 한다는 다짐을 전달한다. 개성공단에 평화가 있었고 안보가 있었고 그곳에 경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개성공단 기업인 2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정부서울청사로 이동, 통일부에 방북신청서를 전달했다.

▲ 통일부 관계자가 개성공단 방북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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