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신이 내 몸 속에서 춤을 추고 있다 (니체)

 
 
 민들레와 개나리 
 - 서홍관
 
 어떤 엄마가
 영재교육 그림책을 펴놓고
 아이를 가르치고 있다.
 “이건 민들레!” “이건 개나리!”
 
 의자 바로 밑에는
 민들레가 피어 있는데.
 저기 담장 옆에는 
 개나리가 피어 있는데.
 
 아카시아 향기를 맡으며
 아카시아껌 냄새가 난다고 하는
 이야기가 이렇게 시작되었던가?
 
 
 루소는 ‘에밀’에서 첫 독서 교재로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채택했다. 로빈슨 크루소가 원주민을 노예로 삼는 대목은 뺐다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기생하는 삶은 엉터리니까. 루소는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남기!’를 교육의 제일 중요한 목적으로 생각한 것 같다.
 
 또한 루소는 에밀이 성장하면서 기술 하나를 익히기 바랐다. 이 세상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데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나 보다. 가끔 기술자를 집으로 부를 때가 있다. 당당한 기술자를 보면 경외감이 든다. 누구에게도 무릎 꿇지 않고 사는 사람에게서는 향기가 난다.
 
 세상에서 말하는 ‘좋은 직업들’은 어떤가? 그들은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친정어머니가 아프셔서 모 대학 병원에 자주 갔던 한 중년 여인은 과잉 진료에 대해 분노를 터뜨렸다. 그 교수가 나쁜 사람이어서 그렇게 한 게 아닐 것이다.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들은 어떨까? 그들의 높은 수입이 어떻게 가능할까? 국회의원, 고위 관료, 언론인들은 왜 다들 잘살까?
 
 그런데 우리의 교육은 어떤가? ‘헬조선에서 당당하게 살아남기!’가 가능할까? 
 
 ‘어떤 엄마가/영재교육 그림책을 펴놓고/아이를 가르치고 있다./“이건 민들레!” “이건 개나리!”//의자 바로 밑에는/민들레가 피어 있는데./저기 담장 옆에는/개나리가 피어 있는데.’
 
 ‘아카시아 향기를 맡으며/아카시아껌 냄새가 난다고 하는/이야기가 이렇게 시작되었던가?’
 
 우리의 교육은 얼마나 관념적인가? 실제의 삶을 잃어버리고 머리로만 살아가게 한다. 마르크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인간 최고의 덕목을 ‘단순함’이라고 했다. 실제의 삶에 충실하면 삶이 단순해진다. 경지에 오른 사람들을 보면 다들 단순하다. 그들은 아이처럼 웃는다. 그들의 삶은 저 산천초목처럼 담백하다.  
 
 소위 선진국들의 교육을 보면 자신의 삶의 문제를 중심에 둔다. 우리의 교육은 자신들의 삶이 빠져 있다. 객관적이고 파편적인 지식들을 머리에 가득 채우게 한다. 항상 머리가 분주하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할 줄 모른다. 자신의 구체적 삶에 충실하면 질문을 하게 되어 있다. 일상적으로 닥치는 문제들이 눈앞에 보인다. 문제를 정확하게 읽으니 문제를 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삶과 공부가 하나로 어우러진다. 삶의 격조가 점점 높아진다. 삶이 충일해진다.
 
 머리로만 익히는 공부를 한 우리는 실제의 삶이 관념의 안개에 가려져 있다. 삶이 흐릿하다. 발이 항상 허공에 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삶에서 질문이 나오지 않는다. 질문 없는 삶. 삶이 공허해진다. 허허로운 인생을 견딜 수 없다. 우리는 TV에서 들은 얘기들을 앵무새처럼 조잘댄다. 그래서 연말 송년회에 다녀오면 다들 허탈해진다. 우리는 좀비가 되어버렸다.        
 
 공자는 ‘스스로 분발하지 않으면 가르칠 수 없다.’고 했다. 분발은 구체적 삶에 충실할 때 나온다. 구체적 삶이 없는 우리는 분발한 적이 없다. 진정한 공부를 한 적이 없다. 자신이 더 나은 인간으로 거듭나는 기적을 체험한 적이 없다. 무당처럼 떨면서 신이 내리는 경이로움을 체험한 적이 없다.
 
 어제 토요 오전반 강의가 끝나고 몰려간 흐름한 선술집. 석가가 설법을 하면 꽃비가 내렸다는데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우리의 구체적 삶이 왁자한 웃음꽃으로 피어났다. 그 사이로 우리의 삶의 지혜들이 번갯불처럼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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