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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실현의 역사다<연재>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211)
고석근  |  ksk21cc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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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0  09: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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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실현의 역사다 (융)


 밤비
 - 백거이

 철 이른 귀뚜라미 우는가 했더니 뚝 그치고
 기름 적은 등잔불도 꺼질듯 다시 밝아져
 창밖엔 밤비가 내리고 있구나
 그러니까 파초닢이 소리를 내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의 주인공 댈러웨이 부인은 노년이 되어 혼자 중얼거린다. ‘다 끝났어. 이젠 사랑을 나누지도 않지.’

 그녀는 처녀 시절 사랑과 열정을 지닌 피터를 사랑하지만, ‘모험은 위험해!’ 현실적인 남자 정치인 리처드와 결혼을 한다. ‘한 가지에만 매달려 사는 건 위험해!’ 그녀는 안전한 집에서 숨 쉴 수 있는 공간 ‘자기만의 방’을 갖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녀의 가슴엔 여전히 꺼지지 않은 뜨거움이 있다. ‘태양의 열기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사나운 겨울의 횡포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댈러웨이 부인은 파티를 열며 일상의 권태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녀는 커다란 감옥 이 세상에서 그래도 함께 웃을 수 있는 공간을 파티라고 생각한 걸까? 

 이 소설에서는 댈러웨이 부인의 이야기와 더불어 전쟁 통에 죽은 동료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를 지닌 셉티머스의 이야기가 겹쳐있다. 눈앞에서 잃어버린 동료 에반스는 댈러웨이 부인의 처녀 적 꿈이 아닐까?

 셉티머스의 아픔을 정신과 의사는 보듬어주지 못한다. 정신과 의사가 집에까지 찾아와 강제로 입원시키려하자 셉티머스는 ‘너희들은 내 생명을 원하지?’라고 외치며 창밖으로 몸을 던진다.

 저자 버지니아 울프는 한평생 자신을 옥죄는 이 세상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살밖에 없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녀는 끝내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하고 만다.

 꿈과 현실의 두 세계를 다 안고 가려는 댈러웨이 부인은 한평생 ‘자아 과잉’에 시달린다. 자아는 항상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온갖 환상을 지어낸다. ‘지금 여기’를 누리지 못한다. 늘 과거가 현재와 함께 뒤엉켜 있다.

 인간의 실제 삶은 무의식이 이끌어간다. 의식의 중심, 자아는 무의식을 합리화하고 변명하는 허상에 불과하다.

 철학자 메를로 퐁티는 인간의 생각을 아메바의 허족에 비유했다. 필요하면 몸에서 생겨났다가 역할을 다하면 몸이 되어 사라지는 아메바의 허족.

 하지만 우리 인간은 얼마나 자신의 생각에 매달려 사는가? 자아는 허족인데 우리의 자아는 사라지지 않는다. 항상 자신을 알아달라고 보채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남들을 거리낌 없이 이용한다.

 백거이 시인은 무심하게 ‘밤비 소리’를 듣는다.  
 
 ‘철 이른 귀뚜라미 우는가 했더니 뚝 그치고/기름 적은 등잔불도 꺼질듯 다시 밝아져/창밖엔 밤비가 내리고 있구나/그러니까 파초닢이 소리를 내지’
  
 밤비와 파초가 만나 파초닢 소리를 낸다. 백거이 시인도 밤비를 만나 ‘시(詩) 소리’를 낸다.

 삼라만상 저 혼자 외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 다 함께 어우러져 소리를 내고 새로운 무언가가 되어간다.

 딱딱한 자아를 가진 댈러웨이 부인은 다른 존재를 만나 소리를 내지 못한다. 늘 혼자 중얼거린다. 머릿속에는 늘 과거의 유령들이 떠돌아다닌다.

 버지니아 울프의 묘비명에는 이렇게 적혀있다고 한다. ‘정복되지 않으며 굴하지 않는 나 자신을 네게 던지리라. 오, 죽음이여!’

 자유로운 영혼 버지니아 울프가 ‘자아 과잉’으로 살 수 밖에 없었던 20세기 초의 영국. 그녀는 얼마나 애타게 다른 사람과 마주쳐 소리를 내고 싶었을까?

 파티장의 웃음소리로는 끝내 이 세상을 견딜 수 없었던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가 가슴 저리게 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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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1)
굽은소나무 (qnseksrmrqhr) 2018-10-14 13:54:19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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