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꼽고 싶다. 세기적 담판일 것 같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은 생각보다 간단히 끝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자국 기자들과 2차 협상을 벌인 듯한 모양새였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 대부분은 부정적 평가에 근거한 공격적 질문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던 그 트럼프가 이 트럼프 맞나 싶을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뛰어난 정치력과 핵심을 꿰뚫는 답변으로 원맨쇼를 완수했다.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평양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현안들을 협의했다. 한미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문제를 두고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들을 일축하고 일사천리로 정상회담을 마쳤다. 기자들 앞에서 한미FTA 개정 협정문에 서명하고 공동성명까지 발표했다.

▲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25일 미 외교협회 등이 주최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질문을 받았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미국 보수성향의 <폭스 뉴스>와 첫 현지 인터뷰를 갖고 현안들에 답했다. 질문에는 '언론 탄압'과 '탈북자 탄압', '북한 편들기' 등이 포함되기도 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 대신 문재인 대통령이 나섰다. 25일 미국의 보수성향 방송인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와 미 외교협회와 아시아 소사이어티, 코리아 소사이어티 공동주최 행사에서 나온 질문들은 하나 같이 미국 주류 사회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의혹어린 시선이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전달하는가 하면, 종전선언의 필요성과 주한미군.한미동맹의 존속 등을 차분하게 풀어냈다. 열린 마음으로 경청한다면 누구나 상식선에서 받아들일 만한 수준높은 ‘문재인 뉴욕 구상’을 유감없이 펼친 것.

물론,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난 이후에도, 심지어는 남북이 통일을 이루고 난 이후에도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한 대목은 너무 나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하나의 국가로의 통일이 그 시대 우리 남북 국민(인민)들의 결정사항이듯, 통일 이후 주한미군 주둔 여부도 그 시대 국민들에게 맡겨야 할 사안일 것이다.

어쨌든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진정성을 전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공적을 추어주며, 문 대통령이 미국 주류사회를 상대로 2차 협상에 나선 것은 ‘수석 협상가(Chief Negotiator'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그 결실은 당면한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와 연내 종전선언으로 결실을 맺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문재인 뉴욕 구상’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으로 대미를 장식한다면 더 바랄 것이 있을까 싶다.

▲ 2005년 베이징 미국 대사관에서 2차 협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크리스토퍼 힐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가 호텔 로비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2005년 베이징 6자회담 당시 크리스토퍼 힐 미국측 수석대표가 6자회담 회담장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회담을 마치고 베이징 미국 대사관에서 비화기(秘話機)를 붙들고 그의 상관들과 2차 협상 벌이며, 9.19공동성명이라는 옥동자를 탄생시켰던 장면이 자꾸 오버랩된다. 10여년이 흐른 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2차 협상을 지켜보는 기자의 착잡한 심경을 문 대통령은 알고나 있다는 듯 이렇게 다독였다.

“과거의 비핵화 합의는 6자회담 등 실무 차원에서 이루어졌던 그런 합의였기 때문에 언제든지 쉽게 깨어질 수 있는 그런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비핵화 합의는 사상 최초로 미국의 대통령과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직접 만나서 정상회담을 통해서 합의하고, 전 세계에 약속한 것입니다. 그 책임감과 구속력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함께 합의를 했습니다.”

(수정,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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