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단에 닥친 최대의 난관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 남북단일팀과 중국의 경기가 1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이스토라경기장에서 열렸다. 남북이 함께 응원하는 것은 이제 일상적인 모습이 되었다. [사진 - 통일뉴스 전위봉 통신원]

응원단은 현지 사정으로 인해 경기 직전까지 결승전 표를 구하지 못했다. 응원단 뿐만 아니라 현지 가이드 등을 비롯해 모두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응원이 가장 필요한 여자농구 단일팀 결승전 응원을 진행하지 못할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그런데 우리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게 아니었다. 북측 교포들도 마찬가지 이유로 우리 근처에서 경기장에 들어갈 방법을 찾고 있는 게 아닌가. 우리는 합심해서 경기장에 들어갈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응원단에게 벼락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코리아! 빨리빨리 붙으라! 떼로 들어가야 해!” 갑자기 북쪽 동포들이 우리 단원들을 자신들의 대오에 밀착시키고 함께 경기장으로 끌고 들어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북 동포들은 직접 우리 손을 잡아끌기도 하고 소리도 지르면서 마치 파도를 가르듯이 경기장 내로 함께 진입하였다. 알고 보니 북측 동포들 쪽에서 남북응원단 모두의 자리를 확보해 준 것이었다. 덕분에 남북응원단 모두가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승벽내기’라면 우리 민족

▲ ‘승벽내기’가 강한 우리민족 답게 격렬하게 응원하는 북측 교민들. [사진 - 통일뉴스 전위봉 통신원]
▲ 대형 한반도기에 '우리는 하나다' 글귀가 선명하다. [사진 - 통일뉴스 전위봉 통신원]

“어우야. 왜 그렇게 맥을 못추니!”, “기동을 왜 안 해. 뚫질 못 한다니까.”, “거기서 왜 그럽니까. 혼자서 안 돼.” 경기 초반 0:10까지 단일팀이 밀리며 답답한 모습을 보이자 북 교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더불어 응원목소리도 이제까지 보다 한층 높아졌다.

경기장 안엔 중국인들이 훨씬 많았지만 우리 단일팀 응원이 이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한 북측 교민이 “우리 민족이 승벽내기도 강하다”면서 “통일돼서 힘을 합치면 강대국도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응원에 힘입었는지 여자농구 단일팀은 2쿼터에 32:32 동점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북 사람들 새롭게 봤어요”

▲ '사진은 영원하다'. [사진 - 통일뉴스 전위봉 통신원]
▲ '사진은 영원하다2'. [사진 - 통일뉴스 전위봉 통신원]

원코리아 응원단 참가자들에게도 이 번 통일응원은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북 사람들이 촌스러울 줄 알았는데 아이돌 같은 외모를 가지기도 하고 다들 적극적이고 또 신사적이기도 하다”고 대전에서 온 이은주 단원이 말했다.

자카르타 현지에서 원코리아응원단의 가이드를 한 김가연 씨는 “평소에는 남북 교민이 서로 만날 기회가 없었다”면서 외국에 살면서 우리나라가 자랑 스러운 순간을 묻자 “한류 드라마를 인도네시아 인들이 알 때”라며 “하지만 한편으론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게 우리 나라가 밀리는 인상을 받아왔다”고. 그런데 “오늘 북측 교민들과 결승전 경기장 입장을 함께 하며 그들을 새롭게 봤다. 새로운 자부심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지역 참가자 송희란 씨는 “그저께 권투경기에서 남북 대결이 있었는데 마치 내 지식 둘이서 싸우듯이 마음이 아팠다”며 “이래서 통일이 필요하구나 느꼈다. 이제 내 아이에게 물려줘야 할께 한 개 더 생긴 것 같다. 바로 통일 된 우리 나라다”라고 말했다.

“잘 해, 근데 우리 좀 앞서라”
 

▲ 응원도구를 서로 챙겨주는 남북응원단원들. [사진 - 통일뉴스 전위봉 통신원]
▲ 인도네시아에서 코리아에 대한 인기와 관심이 높아 현지인들로 부터 사진 요청을 많이 받았다..[사진 - 통일뉴스 전위봉 통신원]

이 날 경기에서 남북 여자농구 단일팀은 중국에 65:71로 석패하며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들로 로숙영 선수가 5반칙 퇴장까지 당하는 등 힘든 상황에서도 선전한 것이다.

문득 경기 도중 북측 교민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잘 해, 근데 우리 좀 앞서라.” 우리 선수들이 더 분발하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경기장을 나오면서도 이 말이 생각났다. 지금 4.27판문점선언을 이행하는 데서도 딱 맞는 말이다. 우리 모두가 좀 더 분발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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