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전 통일연구원 원장)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후속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북미 양국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난항을 거듭 하고 있다. 현 한반도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비핵화-평화체제로 나아가고 있는가? 혹은 다시 한반도가 위기로 회귀할 것인가? 에 대해 관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희망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북미간 실무협상이 성공하면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제4차 평양방문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제4차 평양방문이 곧(soon) 이뤄질 것으로 발표하였고 평양에서 빅딜(big deal)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12 북미정상회담은 탑다운(top down) 결단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향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는 북미간 정상의 통 큰 결단 없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표준 운영절차(SOP-standard operation procedure)만으로는 한반도 비핵화-평화 문제를 풀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필자가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북미 양 최고 정책결정자의 통 큰 결단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즈니스 ‘장사꾼’이라 그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돌발적 행동을 할 개연성이 높다.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트럼프가 빅 결단을 내릴 때가 되어가고 있고 평양의 책사들도 북한의 핵 물질, 시설과 핵탄두 신고 목록 제출을 통한 김정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을 현실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외교협상에는 각국의 국가이익에 따라 반드시 주고받은 것이 (give and take) 분명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이 아무런 보상 없이 대북제재와 압박으로만 통하리라고 믿는 환상에서 하루 빨리 깨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 4자 종전선언에 참여한다고 공식 발표

왕이 외교부장이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기자회견(8.2)을 자청하여 처음으로 중국의 종전선언에 대해 “시대발전의 흐름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밝힘으로써 종전선언 공식참여를 발표하였다. 그는 한중외교장관회담(8.3)에서 종전선언과 관련,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어서 비핵화를 견인하는 데 있어 긍정적이고 유용한 역할을 평가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북한은 북미간 종전선언을 선호했으나 지금은 중국의 권유로 4자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에게도 중국의 참여 없는 종전선언은 지지할 수 없음을 알렸고 미국의 동참을 원한다고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도 3자 종전선언에서 후퇴하고 4자 종전선언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과거 오랜 전부터 4자 평화조약(협정) 체결을 원했고 1990년대 말에 4자 한반도 평화회담에 남북미중이 참여하여 이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필자는 칼럼과 시론을 통해 북미 종전선언이나 북미 평화협정보다 구속력이 강력한 다자 종전선언과 4자간 한반도 평화조약을 제안하여 왔다. 지금도 남북미중이 종전선언과 함께 4자 평화조약(협정이 아닌) 체결을 위한 6자회담의 틀 속에서 한반도 4자 평화회담을 주창하여 왔다. 이유는 북미간 혹은 남북 양자간 종전선언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가칭 한반도 평화조약 속에 부속합의문으로 남북평화합의문, 한중평화합의문, 북미평화합의문, 중미평화합의문 등 4개 합의문을 포함하여 4자간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과 완전한 비핵화하고 맞교환하면 한반도에는 핵무기 없는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동시에 북한이 원하는 대북 군사적 위협 해소와 북한체제의 안전보장을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만이 보증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일관성 있게 이런 주장을 해 왔다.

중국은 동북아 체제의 초강대국이며 지경학적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의 핵심 관련국이다. 현재 9년간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의장국이며 정전협정과 향후 평화조약 체결의 핵심 당사국인 중국이 종전선언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은 다행이다. 2016년 3월 왕이 외교부장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병행하는 “쌍궤병행” 방안을 제안하였다. 현 한반도 비핵화 진전이 중국 제안인 ‘쌍궤 병행’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고, 북한의 핵실험 중단과 한미 군사훈련의 잠정유보 조치도 사실상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이 실현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현시점에서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간 후속협상을 놓고 순조롭지 못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안타깝다. 그러나 북중간 새로운 관계로 진전되고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3차례에 걸친 북중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진핑 주석이 북한의 후견인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중국 고위급 전용기를 2대나 빌려주고 중국 영공을 지날 때 전투기 편대 호위까지 제공하는 의전을 갖추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후 일주일 만에 제3차 북중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는 북중이 서로 전략적 파트너임을 인정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시 주석은 정권수립 70주년 9.9절에 평양을 공식 방문할 예정이어서 북중관계는 향후 더욱 공고화 하게 될 것이다. 북중관계가 튼튼하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향후 미중협력이 깊어지면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 훨씬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다르다. ‘중국배후설’을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초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제3차 방북했으나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주지도 않고 북한은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해법에 대해 미국을 강도적인 요구라며 신랄하게 비판까지 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협상실패의 원인으로 중국 배후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중국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향후 중국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비핵화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미중간 전략적 협력이 필요충분조건인데 미중간 무역전쟁으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프로세스에도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욱이 종전선언에 문재인 정부는 남북미 3자가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을 제안하자 중국은 이에 반발하여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중국이 종전선언에 참여를 공식적으로 주장하자 문재인 정부도 이젠 남북미중 4자간 종전선언을 지지하고 있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간 비핵화 후속협상의 돌파구 있나?

문재인 대통령은 73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간 비핵화 후속 협상을 통해 비핵화 조치에 양국이 합의할 것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북미) 양 정상이 세계와 나눈 약속”이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과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포괄적 조치가 신속하게 추진되길 바란다”면서 북미 양측에 비핵화 이행 조치에 합의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남북 간에 더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는 주도적 노력도 함께해 나가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더욱 적극적인 가교역할을 할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워싱턴과 평양에 보내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는 9월에 개최하는 제3차 남북정상 평양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단계적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을 기대한다. 특히 제3차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구체적인 핵심의제까지 제시한 것은 보다 적극적인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 이행 로드맵을 준비하여 미국과 북한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면 4자간 종전선언과 북한의 핵 신고 목록 제출과 맞교환을 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시점에서 북미간 비핵화 후속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는 북한은 비핵화의 초등단계에서 체제안전 보장으로 종전선언을 강력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종전선언을 위해서 먼저 북한의 비핵화 조치로 최소한 ‘핵신고서 제출’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두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그러나 북미간 실무 협상에서 종전선언과 핵신고서 제출을 절충하여 구체적인 방안에 협의를 끝내고 합의단계로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최종목표로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위한 초등단계에서 북미 실무팀이 양측의 주장에 대해 절충안에 합의하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곧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핵신고서 제출과 4자간 종전선언이 맞교환되는 빅딜이 이뤄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8월 19일 공식적으로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평양방문을 발표하였고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1년 안에 비핵화 실현을 약속했다고 공개하였다. 폼페이오의 방북 이후 시진핑 주석의 북한 국빈방문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방북 시기는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이 끝난 후 북한정권 수립 70주년 9.9절에 참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차 북미정상회담 시기와 핵 신고 및 종전선언의 빅딜,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유엔 총회 연설 여부 등의 일정들이 보다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첫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9월말 유엔에서 북한의 핵신고서 제출과 동시에 남북미중 4국 정상이 종전선언에 서명할 가능성도 보인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북한이 각각 국내적 요인 때문에 한 발짝씩 물러나 핵신고와 종전선언을 맞교환하는 국제적 행사가 유엔총회에서 9월 말경에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실적으로 중국은 이미 미국에게 4자 종전선언을 제의하여 긍정적 반응을 이룬 상태라고 보도된 바 있다. 이미 필자가 강조한 바와 같이 문재인 정부의 “가교역할”이 절대적이고 필수적이다.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비핵화-평화체제 이행 로드맵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하여 이번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로드맵을 제시해 북한을 설득하고 동시에 미국과 중국에 특사를 보내 설득하면 9월말에 유엔에서 남북미중 4자 정상이 종전선언과 핵 신고목록 제출을 맞교환하는 가칭 종전선언 합의문에 서명하는 큰 그림을 그려 볼 수 있다. 이것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상호양보와 타협을 통해 통  큰 결단을 해야 한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미국 Eastern Kentucky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등, 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