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 이하나 통신원(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정책국장)


“어디에서 왔어요?”
“평양이 고향이에요. 3년 됐어요.”
“평양 정말 가보고 싶어요! 한국에서 평양냉면이 유행이에요.”
“평양냉면 정말 맛있어요. 저도 이렇게 더운 날엔 평양냉면이 생각나요.”

2018 아시안게임이 진행중인 자카르타, 여자 농구 단일팀 경기장에서의 남북대학생의 깜짝 만남이었다. 경영학을 전공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유학중이던 북측 한청미 학생(21)과 한국에서 꾸려진 ‘원코리아 공동응원단’ 장현정(21), 조슬기(25) 학생이 응원석 앞뒤 좌석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현장에서 함께 셀카를 찍는 남북 대학생들.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평양에서, 서울에서 온 남북대학생들은 친근하게 대화를 나눴다.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어색함도 잠시, 까르르 웃으며 대화가 이어진다. 남측 대학생이 영어영문학이 전공이라고 하자 북측 대학생은 “영어 한번 해주세요”라고 청했다. 짧은 영어 대화가 이어지고, 북측 학생은 영어로 “평양에 오게 된다면 미리 환영합니다”는 말을 건넸다. 그리고 학생들은 함께 셀카를 찍었다. 남측 학생 휴대폰으로 한번, 북측 학생 휴대폰으로 한번.

남인지 북인지 구별할 수 없는 사람들

6.15남측위원회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등과 함께 꾸린 ‘2018 아시안게임 원코리아 공동응원단’이 지난 16일 자카르타를 찾았다. 17일부터 140명의 응원단이 시작될 예정이고 ‘응원리더’ 역할을 하게 될 대학생들이 선발대로 먼저 도착했다.

현지시간 17일 오전 10시, 여자농구 남북단일팀 경기현장에서는 서울에서 온 남측응원단과 인도네시아 현지 교민 - 특히 남측, 북측 교민들이 모두 함께 응원을 펼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 남북단일팀 농구경기를 응원하는 남, 북, 해외에서 모인 사람들.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남북해외가 같은 구호, 같은 응원을 펼쳤다.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섞여있으니, 누가 남이고 누가 북인지 구별되지 않았다. 티셔츠 모양은 약간 달랐지만 단일기 모양을 활용한 건 같았고, 모두가 손에 단일기를 들었다. 기자들조차 “누가 북측 교민이냐”고 우리에게 물어보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남북해외 모두가 같은 응원을 펼쳤다.

“우리는 하나다” “이겨라 코리아”
원코리아 응원단의 선창에, 현지 남북교민들 모두 목청껏 구호를 따라 불렀다.

“잘한다 로숙영 잘한다 로숙영”
북측 교민들이 남측 응원단에 자신들 구호를 권하기도 했다.

경기가 엎치락뒤치락 흥미진진해지면서 한골 한골에 모두가 환호했고, 자리에서 일어나 응원을 펼쳤지만, 단일팀은 연장까지 가며 아쉽게 패배했다. 모두가 함께 탄식했다.

▲ 대만과 남북단일팀의 농구경기는 접전을 거듭했다. 전광판의 한반도기가 모인다.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남북 모두 경기를 지켜보며 집중한 모습.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한골이 들어가면 모두 일어서서 환호했다.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반갑습니다’ 가사 저도 잘 몰라요

응원석은 훈훈했다. 남측 응원단이 준비해간 ‘반갑습니다’ 노래 가사종이를 보고, 북측대학생은 “이거 부를 줄 아세요?”라고 물었다. “열심히 외웠어요. 그쪽은 잘 부르시죠?”고 답하자, “나도 잘 모른다”고 웃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반갑습니다가 알려진 것도 꽤 오래전이다. 젊은 학생들에게 흘러간 유행가를 잘 아냐고 묻는 상황이었달까.

남측이 준비해간 응원도구 ‘짝짝이’를 달라는 분도 있었다. 그리고 그 짝짝이는 북측 교민분의 아이에게 건네져 장난감이 되었다.

▲ 남측 응원단이 건넨 짝짝이를 껴보는 북측 교민과 아이.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북측관계자들도 응원석 가까이 앉아 함께 응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응원단들은 열심히 경기를 응원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인사하며 짧은 대화들을 나눴다. 특히 젊은 세대의 만남은, 신기하거나 낯설기보다는 자연스럽고 친근했다.

“처음엔 북측 교민인줄 모르고, 우리처럼 응원하러 따로 오신 줄 알았어요. 그래서 언제 오셨냐고 묻자 1년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어제 왔다고 대답하려고 했는데 (웃음). 그리고 일 없습니다’는 말을 직접 들어본 건 처음이었거든요. 판문점 정상회담 때 느낀 ‘통역이 없는 사이구나’라는 걸 실감했어요. 마지막에 헤어지면서 ‘또 봅시다’라고 먼저 악수해주셨는데, 정말 또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전북대 박영서(대학생 겨레하나)

“북측 교민분들이 맞춰 입으신 옷이 ‘하나로’라는 글씨가 그려진 티셔츠였어요. 그래서 예쁘다고 했더니, 이거 지도모양이라고 독도도 있다고 자랑하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우리 옷에도 독도 있다고 보여드렸어요.” 조대 김신영(청준의 지성)

“처음 만나는, 한국의 보통 친구들과 대화한 느낌이었어요. 낯선 느낌이 안 들더라고요. 사실 말을 걸어서 그 특유의 억양을 듣기 전까지는 북측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친근하기도 했어요. 서울과 평양, 어찌보면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는데, 이렇게 멀리 인도네시아에 와서야 만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니 느낌이 묘하기도 하더라고요.” 청주교대 장현정(대학생 겨레하나)

아시안게임 단일팀, 판문점선언 양 정상의 약속

자카르타의 ‘원코리아 공동응원단’은 현지 교민들의 적극적인 바람에서 시작됐다. 판문점선언 이후 단일팀과 공동입장 등이 예정되면서 교민들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적극적인 화해분위기, 통일분위기를 만들고 싶어 했고 관련 경험이 많은 615남측위원회에 공동응원을 함께 준비하자고 요청했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며 한반도에 평화의 훈풍이 가득한 것은, 멀리 해외에 사는 교민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는 북측 대사관도 있고, 평양에서 온 유학생도 많고, 교민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다.

19일, 교민들과 응원단은 함께 자카르타 현지에서 ‘원코리아 페스티벌’을 연다. 이 자리에 북측 대사관도 정식 초청했음은 물론이다. 남, 북, 해외가 한자리에 모여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는 것. 그것만큼 판문점 선언 이후의 분위기를 양껏 반영하는 게 있을까.

원코리아 공동응원단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김병규(6.15남측위 조직부위원장) 씨는, 그런 바람을 반영하며 이번 응원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번 아시안게임 단일팀은 판문점 선언에서 양 정상이 약속한 내용이다. 현지 교민들의 적극적인 바람처럼, 남, 북, 해외가 하나되어 응원하는 것을 전 세계에 자랑하고 싶다. 우리 응원이 바로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는 길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 단일팀 응원이 판문점 선언 이행의 길이라고 생각하는 응원단의 모습.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응원단의 활약은 계속될 예정이다. [사진-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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