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이 6개월에 걸친 대담을 엮은 책 「평화의 규칙」이 발간됐다. 4일 오후 '달개비'에서 발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평화를 원하면 평화를 준비해야지, 전쟁을 준비해야 할 것은 아니라는 하나의 규칙을 우리가 발견했다.”

올 초부터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요즘,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하나로 모여 책 「평화의 규칙」을 펴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이 6개월에 걸친 대담을 엮은 책 「평화의 규칙」 발간 기자간담회가 4일 오후 2시 20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달개비’에서 열렸다.

“평화를 원하면 평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하나의 규칙을 우리가 발견했다”

책 「평화의 규칙」은 제목 그대로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규칙을 세워야 하는지를 담고 있다. 한반도 평화 만들기에 대한 저자들의 고뇌가 고스란히 녹여져 있는 셈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문정인 교수는 “지금 돌아가는 것을 보면 평화가 올 것 같은데, 어떤 규칙을 지켜야 평화가 오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면서 ‘평화의 규칙’에 대해 이야기했다.

문 교수는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고 했는데, 지금 보니까 전쟁을 이야기하면 평화가 안 왔다”며 “작년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그렇게 외칠 때는 평화 기운이 없었는데, 대화하겠다고 하니까 평화가 오더라. 그래서 평화를 원하면 평화를 준비해야지, 전쟁을 준비해야 할 것은 아니라는 하나의 규칙을 우리가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로마 시대 역사학자 플라티우스 베게티우스의 말은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것.

▲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두 번째 ‘평화의 규칙’은 ‘역지사지의 규칙’이라고 문 교수는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북한을 상당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해하려는 노력 때문에, 북한을 인정하려고 했기 때문에,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로 나왔다. 남의 입장을 알고 접근하는 게 평화의 길로 가는 게 아닌가.”

세 번째는 ‘실사구시의 규칙’. 문 교수는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입장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며 “가령 미국이 선핵폐기 후보상이나 일괄타결이나 일방적으로 주장했다면 북한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 교수는 네 번째로 “전쟁이 사람의 마음속에서 나오듯이 평화도 사람의 마음속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평화의 마음, 평화의 문화 이런 것들이 있어야 평화가 올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평화의 규칙의 핵심은 상식과 순리대로 하는 것”이라며 “상식과 순리에 따라서 모든 일을 생각하고 행하면 대한민국에 평화가 온다”고 제시하고 “평화의 규칙 제1은 어찌보면 상식과 순리대로 남북한관계, 한미관계를 보자는 것이다”고 첨언했다.

홍익표 의원은 “어떤 시기에, 어떤 상황에서 평화로 가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유지되는지 역사적, 동시적 맥락에서 보면서 규칙을 만들자는 초보적 문제 제기가 깔려 있었다”고 책 「평화의 규칙」 배경을 설명했다.

“남북관계,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가지 쟁점에 대해서 한 번 정도는 우리가 다시 한번 다른 시각에서, 기존 전통적 시각과 다른 시각에서 되짚어본 것이다”라며 “새롭게 평화의 규칙을 만든다, 패러다임의 전환기 과정에서 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문정인, “싱가포르 선언, 종전선언 표현 안 했을 뿐 뜻을 같이했다는데 의미”
홍익표, “전쟁위험 근원적 해소해야 통일 토대 마련”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책의 내용을 토대로 한 현안 질의가 쏟아졌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와 집권여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인 문정인 교수와 홍익표 의원의 무게감을 통해 얻고자 하는 기자들의 관심은 다양했다.

지난 6.12 북.미 정상회담 결과 ‘종전선언이 담겨 있지 않다’는 지적에 문 교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 1조는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고, 2조는 평화체제를 만드는데 두 정상이 같이하며, 3조는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했기 때문에, “종전선언이라는 표현을 안 했을 뿐이지, 평화체제라고 하는 상위의 광범위한 개념을 삽입함으로써, 종전선언, 평화조약, 평화체제에 뜻을 같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홍익표 의원도 “제일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어느 단계에서 시작이 아니라 연속성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봐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이 아닌 ‘평화’를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서, 홍 의원은 “통일을 전면에 내세울수록 남북관계가 좋았던 적이 없다”며 “통일이라는 것이 실제로 화해 협력이라는 기초에서 이뤄진 게 아니라 정권의 정통성 차원에서, 상대에 대한 정치 공세적 차원에서 남북관계 통일 담론으로 이끌어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정세를 감안할 때, 시급한 것은 남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전쟁위험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이후에 통일로 가는 토대를 만드는 게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가 아닌가 하는 점”에서 통일보다는 평화를 이야기했다는 것.

문 교수도 “남북이 서로 수요하는 합의형 통일을 하려면 꼭 필요한 게 평화이고, 신뢰가 있어야 어떻든 통일의 양식에 대해서 합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평화 없는 통일은 현실적 대안이 되기 힘들다는 인식을 우리가 대화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정인.홍익표, “주한미군 철수문제는 우리에게 달린 것”..“대북제재는 과정이자 생물”

책 「평화의 규칙」은 주한미군 문제도 다루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과 관련된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문 교수가 참여해서인지, 주한미군 문제도 이날 질의에 빠지지 않았다.

문 교수는 “한반도에 비핵화가 이뤄지고 북미관계가 수교관계까지 간다면 주한미군과 한미동맹 운명이 어떻게 되느냐 논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주한미군 유지 혹은 철수는 북한이 북미수교 과정에서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을 어떻게 보느냐의 변수, 미국의 전략적 선택 변수, 한국 정부와 국민의 주한미군 필요성에 대한 인식 변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진단.

“(주한미군 문제가) 쟁점이 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선택은 대한민국과 국민들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원하면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 우리가 원하지 않으면 떠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고 있다. 우리에게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주한미군은 북한과 우리가 딜을 해서 하는 문제가 아니다. 한미 양국이 결정할 문제”라며 “최소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기본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미 양국이 그런 상황에 대한 납득이 이뤄져야만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논의되거나 수용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중국이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며 “철수가 자기들 국익에 부합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철수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관계를 차단하거나 동북아 긴장을 하는 추가적인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교수도 “(중국 입장에서) 주한미군 성격 자체 규정을 사드와 연결시키는 것 같다”며 “그것(사드)만 해결되면 중국이 주한미군에 대해서 소위 쌍심지 켜고 반대할 것은 아니라고 보고 싶다”고 공감을 표했다.

▲ 1시간 넘게 진행된 이 날 기자간담회에는 20여 명의 기자가 모여 열띤 취재를 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문 교수는 최근 북미 간의 협상 흐름에 대해 “워싱턴 뉴욕 분위기는 상당히 비관적이다. 요즘 아마 워싱턴 뉴욕 그런 쪽에 전문가들 90%가 부정적으로 볼 것”이라며 “트럼프가 잘할 것이라는 숫자는 적은데, 이를 의식해서인지 트럼프는 잘 되고 있다고 하고, 폼페이오는 (북에) 가고. 이것만 봐도 나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저렇게 멀리서 온 폼페이오를 그냥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핵문제에서도 진전이 있을 것이고, 그다음에 미군유해 송환문제도 쉽게 진행될 것이라고 본다”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홍 의원은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논란에 관해 “미국과 한국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충분하다고 납득하는 비핵화가 되면 저는 그걸(완전한 비핵화)로 그게 다 포함되는 것”이라며 “(CVID) 용어 자체에 얽매이는 것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미 국무부 대변인이 말한 것(FFVD, 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은 CVID보다 강한 개념”이라며 “파이널(final)이란 말이 들어가고, 베리파이어블(verifiable, 검증가능한)이 아니고 베리파이드(verified, 검증된), 두 용어가 들어갔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것으로 CVID를 말하기 때문에, 더 강력한 것”이라고 짚었다.

대북제재 해제 시점과 관련해서는, 홍 의원은 “제재도 역시 과정”이라며 “대북제재의 핵심변수는 미국정부이기 때문에, 북미관계, 비핵화가 나름대로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관계가 정상적 트랙으로 진전한다면, 미국정부 주도로 대북제재 다소 완화되거나 규정의 적용이 느슨해지게, 해석을 유연하게 하는 것을 통해서 현재 제재국면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도 “제재완화라는 것도 사실은 생물과 같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핵 관련 성실 신고를 하고 사찰을 허용하는 단계라면, “의미 있는 제재완화는 가능할 것”이라며 다소 엄격한 잣대를 제시했다.

최근 꾸준히 제기되는 북한의 개혁개방과 관련해, 문 교수는 “북한 사람들이 정하는 모델로 받아주면 된다. 북한은 독창적인 개혁개방모델로 갈 것”이라며 “우리가 명칭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북한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시장기능 받아들이고 개방 폭 넓히고 하는데, 꼭 우리가 중국모델, 베트남모델이라고 이야기할 필요는 없고, 북의 주체적 경제모델이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이 날 기자간담회에는 20여 명의 기자가 모여 열띤 취재를 했다.

책 「평화의 규칙」은 도서출판 바틀비(대표 정희용)에서 펴냈다. 가격은 1만 6천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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