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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통일운동이 나아갈 길 (1) –지역에 희망을, 청년세대에 비전을<연재> 정연진의 ‘원코리아운동’ 이야기 (72)
정연진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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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5  17: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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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정상회담 이후로 남북관계가 빛의 속도로 달라지면서 이제 남북교류협력 시대가 활짝 열릴 전망이다. 과거 이명박근혜 정권 동안 민간통일운동은 위축되었고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첫 해 특히 2017년은 촛불혁명의 성취감이 배반당하고 마는 것인지 하는 실망감과 아쉬움 속에 흘러갔다. 이제 2018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지난 70여년의 분단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남북관계가 열리고 있는 역사적 시점에서, 일부 통일운동 진영에서는 민간이 그간 해오던 일을 정부가 맡아서 한다면 ‘이제 민간통일운동은 어디로 가야하나’ 하는 우려섞인 소리도 들리고 있다. 그래서 풀뿌리통일운동은 앞으로 어떠한 길을 모색해야할지를 생각하는 글을 몇 차례 쓰고자 한다. /필자 주

 

목포에서 은빛순례단 초청으로 가진 통일운동 강연

2018년 4월말부터 5월말까지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은빛순례단’이라는 고운 이름을 가진 시민운동단체를 알게 되었다. 은빛순례단은 분단을 해결 못한 책임을 통감하는 기성세대 60대 이상 1,000명을 전국적으로 결집해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까지 한반도 평화민회를 조직해 내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올 3월 1일 출범한 시민운동이다.

은빛순례단은 전국을 거의 매일 순례하며 하루 4,5시간의 도보순례와 저녁모임 연찬회를 해나가고 있다. 5월 15일부터 2주간 전개될 전남순례 첫 날의 강연을 맡게 되어 무척 뜻깊었다. 전남순례의 첫 번째 순례지는 바로 목포. 몇 년 전 스쳐지나가기만 한 곳이라 더욱 가보고 싶었다.

   
▲ 은빛순례단의 전남순례 첫 날, 목포에서 강연하고 있는 필자. 목포 온누리교회 신도들과 은빛순례단의 전남 도보순례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였다. [자료사진 - 정연진]
   
▲ 5월 15일부터 27일까지 매일 계속된 전남지역 은빛순례. 15일 목포 행사는 전남순례 첫 날이었다. [자료제공 - 은빛순례단]

은빛순례단의 ‘은빛’은 이른바 실버세대를 의미한다. 60대 이상이 회원 자격이 주어지는 은빛회원이고 60대 미만은 금빛회원으로 불린다고 한다. 목포 강연에는 은빛 세대, 즉 어르신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강연장소인 온누리교회 목사님이 젊으신 덕분인지 금빛세대가 많아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어울려 하나되고 더불어 평화로운 은빛순례강연’에서 ‘평화를 위한 통일, 통일을 위한 평화’ 를 주제로 강연했다.

왜 우리는 통일을 이야기할수록 통일에서 점점 멀어졌을까

   
▲ 통일운동 강연에서 요즘 내가 가장 먼저 시작하는 이야기는 분단시대의 언어를 풀뿌리 입장에서 재해석해 보자는 것이다. 통일의 개념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하는 슬라이드. [자료 - 정연진]

 

어째서 한국 사회는 통일을 외칠수록 통일에서 점점 더 멀어져왔을까. 우선 통일이라는 한자어에 주목해보자. 일본식 한자어 통일은 다스릴 또는 ‘거느릴 통(統)’ ‘한 일(一)’을 쓴다. 즉, 다스려서, 거느려서 하나가 된다는 매우 획일적이고 뜻이다. 일본다운 군사주의적 용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에 반해 삼한일통이라는 표현이 신라의 삼국통일에 등장하듯이 우리 고유의 표현은 통일 보다는 일통을 써왔음을 유념해 봐야한다.) 일본식 군사주의적 용어를 쓰면서 통일을 부르짖어 왔으니, 통일을 얘기할수록 통일에서 한국사회가 점점 멀어졌던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았을까.

통일이라는 단어의 재구성을 위해 새로운 단어의 조합을 생각해 본다. ‘일통(一通) 하나로 통한다’, 또한 ‘일통(一痛) 하나로 고통을 느낀다’라고 대비시켜본다. 남과 북이 그 구성원들이 하나의 마음으로 통할 때 더 나아가 분단의 고통을 나누고 서로를 마주 바라볼 때, 비로소 통일국가로 가는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분단국가, 분단체제라는 것 자체가 풀뿌리민중이 진정으로 원하던 것은 아니었기에 통일이라는 개념 또한 다시 점검해 보아야한다. 일제로부터 해방직후 도대체 몇 퍼센트의 국민이 분단된 나라, 즉 피붙이의 생사도 영영 모른 채로 평생 헤어져 살아야하는 분단체제를 원했단 말인가.

그러기에 위정자, 집권층의 시각이 아니라 풀뿌리 민의 입장에서 통일의 언어를 재해석, 재구성해 나가야 비로소 이 사회 구성원들이 통일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주체로 거듭날 수 있지 않겠나.

또한 요즘 “통일은 너무 부담스러우니 평화만 이야기하자, 남북이 평화롭게 사는 것이 최고의 목표아니겠나”라고 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그러나 평화와 통일은 어느 한 쪽도 놓칠 수 없는 존재이다. 평화와 통일은 서로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수단이 되어야한다. 평화적 방법이 아닌 통일은 있을 수 없고 통일을 지향하지 않는 평화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식민지-분단-전쟁-적대체제로 이어지는 20세기 불운한 우리 역사를 진정으로 끝내기를 원한다면, 평화로운 방법에 의한 통일,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 안에서 우리의 길을 찾아야한다.

또한 통일이 정부기관이나 특정단체 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풀뿌리통일운동이 앞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평범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나에 대한 부분에서 강연 참석자들의 호응이 높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통일운동으로 내가 제시한 것은 첫째, 북맹에서 탈출하기 – 통일의 상대자인 북에 대해 제대로 알고 배우자. 둘째, 나만의 통일콘텐츠 (관심분야) 만들고 공유하기. 셋째, 남북의 동질성과 이질성 연구하고 이질성은 어떻게 극복해야하나 생각해보기. 넷째, 나는 어떠한 통일국가에서 살고 싶은가- 나의 소망과 통일시대를 연결해 보기. 다섯째, 평화와 통일을 누구나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생활운동화 하기였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연재글을 위해 남겨둔다)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평화, 통일운동으로 AOK(Action One Korea) 평화보자기를 활용해 선물포장하기(전 지구적 문제인 종이 쓰레기를 절감하여 지구를 구하는 캠페인이 될 뿐 아니라 통일은 누구에게나 ‘선물’이 될 수 있다는 함의도 있다) 또한 오로지 평화통일을 위해 저 멀리 네델란드 헤이그부터 한반도까지 뛰고 있는 강명구 유라시아평화마라톤 응원에 동참하기를 예로 들었다.

   
▲ 은빛순례단의 목포 강연이 끝난후 남은 참석자들과 함께. 참가자들의 표정이 무척 밝다. 풀뿌리통일운동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에 모두가 기뻐하는 표정 아닐까. 순천의 박소정 선생님(서있는 분 오른쪽에서 세번째)과 3년만의 반가운 만남도 잊을 수 없다. [자료사진 - 정연진]
   
▲ AOK 통일보자기를 활용하여 선물포장을 한 예. 남과 북 경계없는 하얀색 한반도가 세계각국어로 ‘평화’ 이미지로 빼곡찬 이미지의 보자기를 활용해 선물을 쌓으면 선물받는 사람이 풀어보면서 자연스럽게 평화코리아의 이미지를 접할 수 있다. 지구를 구하는 캠페인이라고 설명한다. [자료사진 - 정연진]

새로운 사회의 열망을 담아내는 생명력있는 시민운동

강연이 끝나고 목포의 인구가 18만 밖에 안 된다는 말에 적지 않게 놀랐다. 그래도 전남의 주요 도시인데 적어도 30-40만은 될 줄 알았는데 목포 인구가 그것 밖에 안 되다니 믿기 어려웠다.

광주에서 살다가 온 한 주민은 “목포는 일제가 필요해 인위적으로 만든 도시라서 그 목적을 다한 이후에는 쇠락하는 길만 남았다, 희망이 없다”라고 자조섞인 말을 하는데 가슴이 아팠다.

내가 묵었던 숙소는 ‘노르웨이숲’이라는 매우 낭만적인 이름을 가진 게스트하우스였는데 이름과는 달리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이전에 여기는 복지관으로 쓰였는데, 철도의 종착역인 목포에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형편인 부모들이 자기아이를 버리고 가는 장소였다고 한다. 버려진 아이들은 이 곳에서 어떻게 자라났을까. 앞날에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었을까. 혹시 그 아이들의 절망이 대를 이어 내려져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지역사회에 통일운동이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으면 한다. 각자 발을 붙이고 살고 있는 지역공동체에 새로운 사회로 가는 열망을 담아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풀뿌리시민운동이 일어나기를, 그러는 가운데 참여자들이 한국사회 총체적인 부조리의 첫 단추가 되는 분단문제를 직시하여 통일시대로 나아가려는 열망과 비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사회 방방곡곡에서 통일시대를 꿈꾸고 실현하고자 하는 에너지가 꿈틀 꿈틀대기를 고대한다. 지금과 같이 통일운동이 여러 사회 운동의 한 분야와 같이 인식되어 있어서는 요원할 것이다. 풀뿌리시민운동으로서 통일운동이 여러 사회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우리사회에 분단을 끝내고 통일로 갈 수 있는 동력이 생길 것이다.

우리 겨레의 통일역량은 결국 통일시대를 살아갈 그 구성원들이 분단시대를 끝내기 위해 얼마만큼의 열정과 에너지를 모으고 행동으로 옮겨 힘을 축적하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분단조국 73년째. 문득 나에게는 분단조국 아니면 통일조국 두 가지 중의 하나 밖에 없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남이든 북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원해서 분단된 나라에 태어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분단된 나라를 온전한 통일조국으로 만들어갈 잠재력은 우리 모두 가지고 있다. 풀뿌리통일운동을 통해 그 거대한 잠재력에 우리 모두 깨쳐 일어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 조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염원하며 현재 미국에서 재미한인들이 전개하고 있는 평화코리아 #PeaceinKorea 인증샷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목포 강연 참여자들이 고맙다. [자료사진 - 정연진]
   
▲ 조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염원하며 현재 미국에서 재미한인들이 전개하고 있는 평화코리아 #PeaceinKorea 인증샷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목포 강연 참여자들이 고맙다. [자료사진 - 정연진]

청년세대에 비전을 주는 창의적인 통일운동

5월 초 성공회대에서 국내최초의 통일학 박사가 된 탈북인의 강의가 있어서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질문응답 시간에 강의를 들은 한 학생은 “기성세대는 통일에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통일하지 않고 남북이 평화적으로 교류하면서 살면 되는 것 아닌가, 왜 반드시 남북이 통일을 해야하나? 같은 민족이 꼭 하나의 국가로 살아야하나?”라고 질문을 던졌다. 아마 그 또래 많은 학생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질문 아닐까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각박한 현실은 젋은이들에게 남북이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해야한다는 기성세대의 명제가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청년세대는 평생토록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한 기성세대의 감수성을 공유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하나의 국가를 이루어 살아야한다’ 라는 명분도 통하지 않는다. 이미 대한민국은 다민족구성원이 2백만에 이르는 다민족 국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는 ‘민족공동체’로서의 통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비전공동체’로서의 통일론을 전개해야 하지 않을까. 가슴 뛰는 미래의 비전을 만들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분단국가 하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며 온전한 통일국가가 되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라는 점을 젊은 세대가 느껴야한다. 통일국가에 대한 21세기다운 빛나는 청사진이 나오고 공유될 때 미래세대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통일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지난해 12월 AOK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가 주최하고 (사)한류산업포럼이 주관하는 2017 대한민국 한류대상(국제교류 부분)을 받았다. 수상 기념으로 국회헌정도서관에서 ‘평화운동과 문화운동을 결합해 새로운차원의 한류를 개척하자’라는 요지의 강연을 하고 있는 필자. [자료사진 - 정연진]

내가 강연했던 장소 온누리교회의 조은호 목사는 고맙게도 “목포에 언제든 오라, 숙소가 마련되어 있다”고 반기신다. 이 지역에 다시 와서 통일시대의 비전 세우기 그리고 통일콘텐츠 만들기 등 시민들과, 청년들과 할 수 있는 풀뿌리통일운동을 다져나가고 싶다. 지역의 민심을 엮어내고 희망을 불어넣는 풀뿌리운동, 청년에게 비전을 주는 운동을 펼치고 싶다.

마침 서울에서 만난 시민운동의 선배되는 분은 지역경제와 청년세대의 일자리를 동시에 해결해 주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었다. 미디어에 재능을 갖춘 젊은이들이 ‘번잡한 서울을 떠나 연간 지역과 해외에 몇 개월씩 번갈아 체류하며 의미있는 프로젝트에 몰두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해외 체류시 ‘남북의 청년들이 만나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창의적인 교류협력사업을 만들자’라고 반가운 제안을 해왔다. 평소 평화운동과 문화운동의 결합을 항상 고민하고 있던 나의 계획과도 딱 들어맞는 것이었다.

그렇다. 이미 21세기 한국의 젋은이들은 국경을 초월해 디지털 노마드(유목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디지털세상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러한 젊은이들에게 분단의 장벽으로 막혀있는 비극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이미 국경을 초월해 있는 그들의 가슴에 분단세대의 이야기가 잘 먹혀들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닌가.

젊은 세대, 창의력 있는 청년세대가 새로운 꿈과 비전을 찾고 지역경제도 동시에 활성화 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데 앞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으로 이글을 마감한다.

(다음 연재는 풀뿌리통일운동이 나아갈 길 (2) – 반미에서 승미로 가는 대미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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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소나무 (qnseksrmrqhr) 2018-06-13 12:47:19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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