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고위급회담이 1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렸다. 리선권 북측 단장은 모두발언만 기자들에게 공개하는 관례와 달리 회담 전체를 공개리에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한 차례 무산 소동을 겪은 남북고위급회담이 1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에 힘입어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쌓인 앙금의 일단이 드러나기도 했다.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회담장에 마주앉아 “우리가 5월 16일로 예정되었던 북남고위급회담이 그대로 열리지 못하고 무기한 연장되었다가 북남 수뇌분들이 전격적으로 4차 수뇌상봉을 열으시고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았다면 올해 연말까지 또 내년까지 회담이 진행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측면을 놓고 볼 때 역시 신뢰하고 배려하는 이 마음가짐이 북남 당국자들에게 있어서 누구보다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북측은 남북고위급회담이 예정됐던 16일 당일 새벽 ‘맥스 선더’ 한미군사훈련과 태영호 국회발언, 탈북자단체 대북전단 살포 문제 등을 거론하며 회담 무기 연기를 통보했고, 17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은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은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리선권 북측 단장은 남측 기자들의 질문세례를 받았다. 특히 지난 17일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은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 발표에 대해서도 질문을 받았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리선권 위원장은 “아까 기자 선생이 나한테 ‘엄중한 상황이 해소됐다고 생각하느냐’라고 해서 내가 ‘그거는 조명균 선생한테 물어보라’고, ‘그 장본인, 그 초래한 사람한테 물어야지 나한테 물어보는가’ 그렇게 얘길 했”다면서 “이자(이제) 그런 문제는 여기서 논의할 필요는 없고, 이미 과거가 됐으니까 앞으로 그걸 범하지 않으면 된다”고 털고 갔다.

그런데 리 위원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기자 선생들은 오늘 회담에서 어떤 문제들을 논의하나 또 매우 궁금해 한다”면서 “판문점 선언이 온 겨레의 지지찬동은 물론 세계의 환영을 받고 있는 조건에서 선언 이행을 위한 첫 북남고위급회담인만큼 공개적으로 기자 선생들이 다 있었으면 좋겠다”고 공개회담을 제안했다.

지난 1월 9일 첫 남북고위급회담에서도 단장을 맡았던 리선권 위원장은 “오늘 이 회담을 지켜보는 내외의 이목이 강렬하고 또 기대도 큰 거만큼 우리 측에서는 전체공개를 해서 이 실황이 온 민족에 전달되면 어떻나 하는 그런 견해”라며 공개회담을 제안했다 슬며시 접은 적이 있다.

리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서 이행될 공동의 책무를 어떻게 이행될 것인가 실무적 논의가 진행되는만큼 오늘만은 회담문화도 좀 개변할 겸 과거하고 결별할 겸 새로운 출발을 할 게 어떤가 생각하고 있다”고 조명균 장관을 향해 회담 공개를 재차 촉구했다.

조명균 장관은 “그런 기본 취지에 대해선 나도 이견이 없다”면서도 “우리가 공개를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회의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서 일단 기본적인 의견을 한번 교환한 다음에, 그 다음에 가능하다면 중간에라도 우리 기자단들이 들어와서 오래 취재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비공개 의사를 밝혔다.

리선권 위원장은 “역시 회담이라는 거는 타협의 예술이라고 했으니까 타협을 하자”며 “그러면 내가 오늘은 양보를 하겠는데 다음번에는 공개를 좀 하자”고 호기롭게 넘어갔다.

리 위원장은 정작 하고싶은 말이 있었던 듯, “양해를 구하고 한마디 더 하겠다”며 “1월 9일 회담이 예상보다 좀 길어졌다. 왜냐하면 회담장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그런 문제가 서울에서는 와짝 떠들”었다고 지적했다. “이게 결국은 북남 사이에 불신을 조성하는 그런 조건의 하나가 됐다”는 것.

1월 회담 당시 리선권 단장은 “그 무슨 비핵화 문제 가지고 회담 진행하고 있다는 얼토당치 않다는 여론을 확산했다. 무엇 때문에 이런 소리 내돌리는지 이해 안 된다”, “우리 최고 수뇌부 결심에 따라 3일 15시 개통된 군 통신선이 아직까지 열지 않았다고 거짓 보도한 그런 데 대해서 당장 취소시킬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 등 남측 언론의 보도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결국 리 위원장의 공개회담 제의는 남측 언론의 회담 보도에 대한 불만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회담장을 기자 선생들이 다 투시하면 ‘아 그런 게 없었구나’, 또 누가 설사 부실한 목적에서 그런 것을 추구한다고 해도 제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전격적인 남북 정상의 두 차례 정상회담 직후에 성사된 남북고위급 회담은 판문점선언 이행에 대한 의욕이 넘쳤다.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어쨌든 남북 양 정상이 전격적으로 두 차례나 회담한 직후라서 이날 회담장 분위기는 비교적 밝고 의욕적이었다.

리선권 위원장은 “수뇌분들이 앞장서 가고 계시는데 우리가 왜 뒤따라가지 못하겠는가. 걸어서 안 되면 달려가고, 달려서 안 되면 종주먹 부르쥐고 뛰나가서라도, 뛰나가는 모습을 보면 온 겨레가 좋아하면 좋아했지 나빠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명균 장관도 “장관급이 거의 매달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거 자체가 남북관계가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4.27, 5.26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분 정상께서 보여주신 신뢰와 배려, 이해를 바탕으로 해서 남북 간의 모든 문제를 풀어간다는 기본정신에 대해서 우리 남측뿐 아니라 북측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논의한다면 우리가 풀지 못할 문제가 없다”고 화답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