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친구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전격적인 2차 정상회담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사진제공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전격적인 2차 정상회담이 26일 오후 3-5시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루어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예상치 못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4일(현지시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에 이어 또다시 허를 찌른 듯 전격적으로 진행된 2차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공개된 발언과 보도를 중심으로 둘러본다.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안

1-1.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안

비공개로 진행돼 26일 밤에야 회담 소식이 개략적으로만 공개되자 갑작스런 회담이 어느 쪽의 제안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성사됐는지 관심이 쏠렸다. <한겨레>가 26일 남북 정상이 핫라인 통화 중 문 대통령이 ‘이러지 말고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단독보도했지만 청와대는 ‘오보’라고 부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그제(25일) 오후,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고, 저는 흔쾌히 수락했다”고 확인했다. 또한 “남북의 실무진이 통화를 통해서 협의를 하는 것보다 직접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서 전격적으로 회담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제 최근의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과 남북 관계 발전 방안을 위한 4·27 후속조치 등에 관한 협의가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북측에서 김 위원장의 구상이라고 하면서 격의없는 소통을 한번 갖자는 방안을 제시해왔고, 두 사람의 접촉 뒤 관련 장관들과의 협의 과정을 통해 대통령께 건의했고 대통령이 승낙했다”고 전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남북 간에는 여러 소통 경로를 유지하고 있고, 그 중 하나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부위원장 간의 소통 경로”라고 확인했다.

1-2. 북측, 회담결과 발표 하루 연기 요청

26일 오후 3-5시 통일각에서 진행된 2차 판문점 남북정상회담는 이날 오후 8시가 지나서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서면브리핑과 사진‧동영상을 통해 간략히 소개됐고, 27일 오전 10시에서야 문재인 대통령의 발표를 통해 공개됐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 말미에 “마지막으로 공통적으로 갖고 계실 의문에 대해서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다”면서 “어제 논의한 내용을 왜 어제 바로 발표하지 않고 오늘 이렇게 발표를 하게 되었느냐라는 것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확인하고 “북측의 형편 때문에 ‘오늘(27일) 논의된 내용을 보도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우리도 오늘 발표해 줬으면 좋겠다라는 요청을 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1-3. 서훈‧김영철 단독 배석, 김여정 영접

▲ 2차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남측은 서훈 국가정보원 원장이, 북측은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단독 배석했다. [사진제공 - 청와대]

2차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측 통일각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영접을 받았다. 김 부부장은 환한 표정으로 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지만 1차 판문점 회담 때와는 달리 회담에 배석하지는 않았다.

이번 회담에는 남측은 서훈 국가정보원 원장이, 북측은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단독 배석했다. 남북간 핵심 소통경로 책임자들이 명실상부한 실세임을 보여준 것. 1차 때 공동배석한 임종석 비서실장도 이번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2.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불씨 살리기

2-1. 싱가포르회담 ‘기대’와 ‘의지’

이번 회담이 전격 성사된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취소라는 돌발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6.12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우리의 여정은 결코 중단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긴밀히 상호협력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저는 북미 양국 간에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는 가운데 지금 회담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실무 협상도, 또 6월 12일의 본회담도 잘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취소 발표 하룻만에 싱가포르 정상회담 재개 입장을 흘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될 것으로 믿고 있고, 또 회담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보다 직접적으로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북측도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께서는 6월 12일로 예정되여있는 조미수뇌회담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문재인대통령의 로고에 사의를 표하시면서 력사적인 조미수뇌회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하시였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만큼 양측이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정상회담에서 합의해야할 의제에 대해 실무협상을 통해 충분한 사전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도 이에 동의하였다”고 밝혔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성사가 코앞임이 분명해 보인다.

2-2. 핵심 의제, 비핵화와 상응조치

그렇다면 북미정상회담 의제가 관건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 이어 다시 한 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확인했다. 아울러 “북한은 스스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결단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비핵화에 대해서 뜻이 같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실현해 갈 것인가라는 로드맵은 또 양국 간에 협의가 필요하고, 그런 과정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그 로드맵은 북미 간에 협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불분명한 것은 비핵화의 의지가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를 할 경우에 미국에서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해서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남북 간에 실무차원에서 북미 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는 북한이 갖고있는 안보 측면에서의 우려를 해결해줄 수 있는 방안도 여러 가지 검토하고”있다며 “예를 들면 적대행위 중지라든지 상호 불가침 약속을 다시 한다든지, 현재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키는 협상을 개시한다든지 또는 3국간 종전선언” 등을 예시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정상회담에 관해 협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했다. [사진제공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경우 적대관계를 확실히 종식화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번영까지 도울 뜻이 있다는 의사를 분명히 피력했다”고 확인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 간 회담과 통화 과정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하면 미국은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대규모로 할 의사와 용의를 갖고 있다’고 몇 번 말한 적이 있다”고 상기시켰다. 통상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경제협력이나 지원은 한중일 몫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새삼 주목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의제에 관한 실무 협상이 얼마나 순탄하게 잘 마쳐지느냐에 따라서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열릴 것인가, 또 성공할 것인가가 달려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시 북미간 샅바싸움의 핵심은 ‘의제’인 셈이다.

2-3. 남북미 정상회담과 종전선언

이번 2차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남북미 3자 정상회담과 종전선언이 협의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남북미 종전선언’을 협의했다고 발표된 바 있다. 중국은 빠졌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3국 간의 핫라인 통화를 개설할 정도까지 가려면 사전에 남북미 3자 간의 정상회담부터 먼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는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다”면서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에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서 종전선언이 추진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협의는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3자 정상회담을 어떻게 언제 개최하느냐, 아마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가 된 게 없고 계속 실무차원에서의 가능성 검토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돼 성공적 결실을 맺을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곧바로 싱가포르에 합류해 남북미 3국 정상이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북측 <조선중앙통신>도 “최고령도자동지께서는 조미관계개선과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구축을 위하여 앞으로도 적극 협력해나가자고 말씀하시였다”면서 “김정은동지께서와 문재인대통령은 회담에서 론의된 문제들에 대하여 만족한 합의를 보시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이나 종전선언 등에 대해서는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3. 판문점선언 이행과 남북관계 개선

3-1. 판문점 선언 이행

▲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번 회담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합의 내용은 27일 아침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먼저 보도됐다. “북남수뇌분들께서는 북남고위급회담을 오는 6월 1일에 개최하며 련이어 군사당국자회담, 적십자회담을 비롯한 부문별회담들도 가속적으로 추진해나갈데 대한 문제들을 합의하시였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남북 고위급 회담을 오는 6월 1일 개최하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당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연이어 갖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지난 16일로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이 무산되고 합의됐던 5월 군사회담도 열리지 못하는 등 남북관계가 난항을 겪었던 데 대한 평가와 해결과정 등은 상세히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고위급회담과 군사회담 적십자회담 등은 모두 6월 이후로 순연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어제 판문점 정상회담은 4월 27일 이후에 남북 정상간의 실제적인 신뢰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며 “남북관계 발전과 판문점 선언의 이행이 탄력 받게 될 것으로 본다”고만 전했다.

3-2. 남북 정상의 ‘수시 대화’

<조선중앙통신>은 “북남수뇌분들께서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나갈데 대한 립장을 표명하시며 앞으로 수시로 만나 대화를 적극화하며 지혜와 힘을 합쳐나갈데 대하여 견해를 같이하시였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도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서로 통신하거나 만나, 격의없이 소통하기로 하였다”고 전했다.

청와 고위관계자는 “남북 정상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확대해나가고, 격의 없는 실무적 성격의 대화를 갖자고 합의한 것이 남북 관계에 중대한 좋은 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반겼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첫 회담을 한 후, 꼭 한 달만”이라며 “지난 회담에서 우리 두 정상은 필요하다면 언제 어디서든 격식 없이 만나 서로 머리를 맞대고 민족의 중대사를 논의하자고 약속한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나아가 “우리 두 정상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 중대 현안을 두고 격식 없이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이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인 셈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미간 의사소통 원활하다고 확인했다. 특히 “양국 NSC 간에는 전에 맥매스터 보좌관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존 볼튼 보좌관 취임 이후에도 거의 매일 소통을 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나가며: 완전히 새로운 시작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차 판문점 정상회담을 마치고 작별하며 포옹하고 있다. [사진제공 - 청와대]

<조선중앙통신>은 “북과 남의 최고수뇌분들께서 격식과 틀이 없이 마음을 터놓고 중대한 현안문제들에 대하여 서로의 견해를 청취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신 이번 상봉은 북남관계발전에서 새로운 장을 열어놓는 또 하나의 력사적인 계기로 된다”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회담에 앞서 문재인대통령은 판문점 우리측 지역 방문을 기념하여 통일각 방명록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위원장과 함께! 2018.5.26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이라는 글을 남기였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2차 판문점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마지막으로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이제 시작이지만, 그 시작은 과거에 있었던 또 하나의 시작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산의 정상이 보일 때부터 한 걸음 한 걸음이 더욱 힘들어지듯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평화에 이르는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이 제게 부여한 모든 권한과 의무를 다해 그 길을 갈 것이고,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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