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5일 조선로동당 본부 진달래관에서 대북 특사단을 접견, 6개항에 걸친 '3.5합의' 내용을 거침없이 풀어놓았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정권 출범 때부터 지난한 과정을 거친 남과 북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대북 특사단 중 한 명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러분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발표문에 포함된 6가지 사안을 줄줄이 풀어내자 이같이 마음 속으로 환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대북 특사단의 1박2일 여정에 따른 뒷이야기들을 전했다. 특히 평양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풀자 곧바로 추진된 김정은 국무위원장 면담과 만찬은 극적이다.

수석특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서훈 국가정보원 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 실장 등 특사단은 고방산초대소에 도착해 “상당수는 (김정은 위원장을) 오늘 만나기 힘들거다 생각”했다. 과거 일정 조율을 위해 상당한 신경전을 편 뒤에 막바지에 북한 최고지도자와의 접견이 성사됐던 전례들을 떠올렸기 때문.

▲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특사단의 숙소인 고방산초대소로 찾아와 당일 김정일 국무위원장 면담과 만찬 일정을 통지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그런데 숙소에서 짐을 풀자 대남분야를 책임진 김영철 조선로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부위원장이 찾아와 “그냥 앉자마자 곧바로 오늘 만난다”며 면담과 만찬 일정을 알려줘 특사단 중 한 명은 “야, 일이 잘 풀리겠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일정 협의’는 1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통상적인 밀고당기기가 전혀 없었다는 방증이다. 오히려 옥류관 평양냉면을 맛보고 싶다는 남측 특사단의 요구로 다음날 오찬은 옥류관에서 진행됐을 정도다.

특사단은 조선로동당 본부 건물로 리무진으로 이동, 현관문에 내리려고 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바로 몇 미터 앞에 있더라”는 것. 눈앞에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특사단을 맞이해서 “현관 들어오면 바로 있는 사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접견장소로 이동을 했다”는 것.
 

▲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영접을 받은 특사단은 김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정의용 수석특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탁자 폭이 넓어 김정은 위원장이 테이블 옆으로 옮겨와 친서를 받았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청와대 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어제 ‘솔직하고 담대하다’는 표현을 썼는데. 좀 배려하는 모습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건네기 위해 정의용 수석특사가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테이블 폭이 너무 넓었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일어나 테이블 바깥 쪽에서 친서를 받아줬다고 사례를 들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을 대비해 정의용 수석특사가 메모를 준비했지만 “접견 시작하고 몇 마디 안 꺼냈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먼저 꺼내서 “여러분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 이런 말을 하면서,..” 이번 ‘3.5합의’ 6개항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다 이야기했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 모라토리움, 군사회담, 문화교류 등 6개 항목”은 이미 김여정 특사와 2시간 50분간, 김영철 부위원장과 1시간 가량 접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던 사안이라고 확인했다. 이같은 사실은 처음 확인된 것이다.

이번 ‘3.5합의’ 6개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것을 김여정 특사와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고해 어떻게 답할지 “숙성된 고민”을 해서 내놓은 것으로, “문 대통령이 준 숙제 답안이 온 것”이라는 설명했다.

한 참석자는 “정권 출범 때부터 지난한 과정을 거친 남과 북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고 느꼈고, 접견은 1시간 남짓 만에 완료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축적된 노력, 김정은 위원장의 숙성한 고민이 합쳐져서 항목이 나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접견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언론이나 해외 언론을 통해서 보도된 자신에 대한 알려진 이미지 등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고, “무겁지 않은 농담을 섞어서 여유있는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특히 베를린선언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구상도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고, 특사단의 접견에 대해 “전 세계 시선과 우리 국민들이 갖는 기대도 잘 알고 있었다”고.

특사단의 일원은 “북한으로서도 쉽지 않은 몇 가지 난제를 말끔히 푸는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 만찬장에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등장해 한명한명 따듯하게 인사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접견을 마치고 10분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만찬장으로 옮겨가자 “나가자마자 만찬장의 밖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가 기다리고 있었고, 특사단 모두에게 한명한명 손잡고 따뜻하게 인사”했다.

만찬장에서 구면인 김여정 제1부부장은 “북한 음식이 입에 맞습니까” 묻고 챙겨주며 환대했고, 참석자들은 와인을 한잔하고 주로 평양소주를 마셨다,

청와대 관계자는 “화려한 환대, 극진한 환대, 이런 거라기 보다, 굉장히 세심하고 정성어린 대접을 받았다”는 특사단의 소감을 전했다. 평양냉면을 맛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와 다음날 오찬을 옥류관에서 대접하는 등 “사려깊게 준비하고 마음 써줬다”는 것.

특사단은 국빈급 경호를 받으면서도 “현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열린 경호를 닮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특사단을 보호하면서 부담을 안 주는 방식으로 자유를 보장”해줘 초대소 밖 산책까지 자유롭게 했다.

고방산초대소에는 KBS MBC YTN 등 남측 방송은 물론 CNN CCTV 등 외국채널도 시청할 수 있었고, 인터넷 포털 네이버, 다음 등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서 국내 뉴스를 실시간 검색하기도 했다.

특사단은 방북 이틀째인 6일 오전 11시부터 고방산초대소에서 김영철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면담하고, 옥류관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고, 다시 숙소로 가서, 짐을 정리해 돌아왔다.

▲ 정의용 수석특사가 6일 저녁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사단 전원이 배석한 가운데 방북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당시 당선되면 취임 1년 내에 남북정상회담을 갖겠다고 공약했지만 2017년에는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았다면서도, 4월말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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