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래 자료에 따르면 72%가 미투(#me too)를 권력관계로 본다. 사실 잘 모르겠다. 미투 운동이 새로운 어떤 조짐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섣부르지만 몇 마디 거들고 싶다. 
http://v.media.daum.net/v/20180227110807272?f=m

                                                          2

권력관계의 가해자 측면을 보자.

전두환 정권을 파쇼정권이라고 불렀다. 이 당시 권력관계의 핵심은 폭력이었다. 권인숙 사건이 대표적일 것이다. 1987년 이후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폭력은 많이 사라졌다. 대신 부와 위계질서가 전면에 부상한다. 장자연 사건이 그런 예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미투에서 가해자는 누구일까?

가해자는 민주-독재와는 별 상관없다. 이윤택, 오달수는 민주나 진보로 분류될 것이다. 부에 기초한 소수 특권층이라고 보는 것도 무리이다. 그들은 대체로 직장 내의 영향력 있는 상사에 가깝다. 미투 운동은 직장이나 소그룹 내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권력 집단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문제를 사회구조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니면 그저 개인적인 일탈행위에 불과한가? 이것이 나의 문제의식 중 하나이다.

피해자는 고학력 신세대 여성이다. 전통 시대의 여성이라면 그냥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게도 특정한 역사적 맥락이 있을까? 이것이 두 번째 문제의식이다.

                                                           3

문재인 정부와 함께 파워 엘리트로 부상한 민주화 세대의 궤적은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월항쟁 당시 혁명 구호가 난무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이 되자 혁명이 잘못된 구호였음이 명백해졌다. 이때부터 민주화 세대는 순차적으로 제도권에 진입하기 시작한다.

제도권 진입과정이 매우 순조로웠다. 공장에서 몇 년 노동자로 일하다가 몇 년 후 변호사가 되어 나타난 친구들이 허다하다. 빈털터리였던 청년이 학원 강사로 큰돈을 번 것도 한 순간이다.

덕분에 그들은 매우 양면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매우 과격하고 행동적인 반면 사회문화적으로 보수적이고 위계적이다.

촛불 시위에서는 전자가 부각되었지만 미투 국면에서는 후자가 부상하는 것 같다.

촛불은 박근혜에 반대하는 거의 모든 세력이 연합했다. 따라서 그 내부의 균열과 분화는 간과되었다. 촛불이 끝나자 잠재되어 있던 당연한 갈등이 발발하는 것 같다.

미투 운동은 권력의 주인으로 부상한 중년 민주화 세대 남성 집단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닐까 싶다.

                                                         4

촛불 이후 다양한 분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장 낡은 유물이 이른바 노동이다.

최저임금제는 자영업에 심대한 타격을 가한 반면 노동자들에게 혜택이 가는지도 의심스럽다. 최저임금제의 수혜 대상 중 하나인 청년층은 특별한 호응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 GM 사태에서 노동자를 옹호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는 것 같다. IMF 시기에 비해 노동을 대하는 사회적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덕분에 노동을 기반으로 한 민주노총, 정의당의 포지션이 애매하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는 집단이 자영업자이다. 자영업자들은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기업인과 과학기술인이다.

정부는 이재용 재판, 공정위원회, 재벌 개혁 등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상황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신성장 동력 확보가 발등의 불이다. 적당한 선에서 양자는 적응해 갈 것 같다.

과학기술인의 저항도 내재되어 있다. 정부와 기업 사이의 갈등이 현실에 의해 봉합될 여지가 큰 반면 문과 정치인과 과학기술인 사이의 갈등은 지켜보아야 한다.

박성진 장관 임명과정, 과학기술 예산 삭감, 비트코인 문제 등에서 충돌했다. 이 영역 또한 과학기술 우위가 명확하기 때문에 정부가 적응해 가지 않을까 싶다.

미투 운동은 촛불 이후 사회세력의 다양한 분화 중 하나인데 래디컬한 갈등으로 비화될 지는 미지수이다. 가령 사회 곳곳에 뿌리를 박고 있는 위계적인 남성 문화를 청산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회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다. 이게 가능할 지는 두고 봐야 한다.

                                                          5

미투 운동의 피해자는 고학력 여성이다. 2000년대 중반 이들은 가정 내에서 격렬한 갈등을 거친 바 있다.

핵심은 산업화 시대의 부모-민주화 세대의 남편-민주화 세대의 부인이다. 민주화 세대의 남편은 산업화 시대의 부모에 비해 자녀들에게 민주적이고 평등했다. 반면 그들은 산업화 시대의 부모와 그들과 얽힌 전통 질서를 변화시키는데 주저했다.

가정 내의 가사분담, 시댁과 친정, 제사 등의 문제에서 그랬다. 상당히 많은 수가 이혼으로 끝났고 새로운 가족 문화는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지금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산업화 시대의 부모들은 이제 자신의 시대를 주장하지 않는다. 명절이면 시골 부모들이 서울로 올라오고 매장 대신 화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

조금 더 적극적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민주화 세대는 정치적으로는 급진적이었지만 사회문화적으로 너무 보수적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1년 가족 문화를 변화시켜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여성의 고용 확대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여성이 전통 가족문화에 묶이면 아이를 가질 수 없다. 따라서 전통 가족 문화에 얽힌 사회적·문화적 구속을 해체시켜 여성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했다.

민주화 세대 남편은 정치를 바꾸는데 열중한 반면 가족과 사회에서 사회문화 영역을 바꾸는데 미온적이고 관심이 없었다. 이 괴리로 인해 2000년대 중반 가정에서 이혼이라는 형태로 1차 충돌했고 미투 운동에서는 직장에서 2차 충돌한 것으로 본다.

                                                           6

미투 운동은 남녀의 위계질서에 의한 성적 문제는 확실히 청산할 것 같다. 사실 이것만으로 한국사회는 많이 변할 것 같다. 편견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것을 넘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가령 남녀 사이의 위계적인 문화를 바꿔 여성의 고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