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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가 생기면 당사자들과 인터뷰하는 버릇이 생겼다. 최저임금제가 대두되었을 때 나는 동네 카페 주인과 짧은 인터뷰를 했다. 대면 인터뷰가 갖는 말할 수 없는 장점이 있다. 말로는 미처 담을 수 없는 무수한 사연과 감정이 그의 표정과 분위기에 느껴진다는. 나는 최저임금제를 둘러 싼 진실을 간명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나는 최근 20대들과 인터뷰라는 형식의 공부를 하고 있다. 정치에서 페미니즘·역사문제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의견을 듣고 있다. 이중 문재인 정부에 대한 생각, 최저임금제·비트코인·평창올림픽과 관련된 그들의 의견과 내 생각을 소개한다.

참고로 3명은 중학생 동기동창으로 서울 중위권 대학에 진학했거나 진학할 예정인 문과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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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이유는 모호했다. 가장 강력한 요인은 부모와 사회 분위기인 듯했다. 이들 모두는 민주화세대를 부모로 두고 있었다. 한 명은 호남 출신의 58년생 아버지, 또 다른 한명은 90학번 전라도 출신, 다른 한 명은 서울지역 대학 공대 86학번이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된 집안 분위기가 그들이 문재인을 지지한 주요 이유인 듯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이유를 물었다. 3명 중 두 학생은 비슷한 연령대에 비하면 정치적 관심과 지식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들의 대답은 모호했다. 나는 구체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중 지지하는 정책이 무엇인가를 재차 물었다. 역시 마땅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

20대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이유는 구체적인 정책이나 실감 있는 정치적 경험과 연관된 공고한 관계라기보다는 다분히 사회분위기나 이미지와 연관되어 있다. 대통령과 간련해 팬덤 문화가 확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나는 민주화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물었다.

참고로 내가 생각하는 민주화 계보는 다음과 같다. 1970년대 초반 40대 기수론이 있었고 대도시에 대학생들이 출현했다. 이들이 70년대 유신에 저항했고 87년에 1차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1997~2005년에 결실을 맺었다.

위의 관점에서 보면 민주화 운동의 최정점에는 김대중이 있다. 재야라면 문익환이나 김근태를 꼽겠다. 반면 그들은 김대중·김영삼을 몰랐다. 나이를 꼽아 보니 그렇겠다 싶다. 김대중이 대통령이던 시절 어린 아이였다.

이런 상황에서 2009년 노무현 사망 사건이 발생했고 그 이후 민주화 운동은 노무현의 억울한 죽음-이에 대한 복수라는 단선적인 구도로 압축되었다. 민주화운동은 굽이굽이 우여곡절을 거듭했던 파란만장한 대하소설이 아니라 2010년대 노무현의 죽음과 함께 진행된 정치게임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 정게임의 아이콘이 문재인인 듯 했다.

따라서 촛불과 지난해 5.9 대선은 자신들과 맞지 않는 박근혜를 퇴출시키고 그들에게 익숙한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밀어 올리는 좁은 의미의 정치 이벤트였고 앞으로 말하게 될 최저임금제·비트코인·평창 등과는 상관없는 문제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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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제에 대해 물었다. 공공기관·지불여력이 있는 기업 등에서는 실제로 혜택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그 혜택에 대해 열광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의 궁극적인 관심은 최저임금제를 비롯한 전반적인 복지의 개선이라기보다는 내게 이익이 되는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들에게 최저임금제를 통해 혜택이 있다면 좋은 일이지만 최저임금제가 자신의 미래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는 않는 것 같았다.

강조하자면 그들에게 최저임금제냐 아니냐는 정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이익이 되는가, 아닌가가 중요한 문제인 듯하다.

반면 우리가 동네에서 보는 자영업에서는 실제로 고용 축소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 학생 중 1명은 막연히 옳다고 생각하는 최저임금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학생 중 1인은 비트코인에 투자해서 돈을 땄다고 했다. 주변에서도 상당히 많이 하는 듯 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태도는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반면 돈이 연결되어 있었다. 20대에 흐르는 정서는 사회적인 선의나 공익보다는 철저히 자기의 이익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당위에 가깝다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현실적인 문제일 듯 했다. 20대의 정서를 고려하면 후자가 상황을 주도하지 않을까 싶다.

압권은 통일 문제였다. 북한을 통일의 동반자로 생각하는 등의 생각은 거의 없었다. 이건 20대 뿐만 아니라 전 세대가 그렇다. 문제는 최근까지 북한이 보여준 호전적인 태도에 대한 감정적인 반발이 큰 것 같았다.

평창은 물론 평창 이후 인도적인 지원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만약 평창 이후 정부가 대북 유화책을 쓴다면 지방 선거를 장담할 수 없다고 비교적 단호하게 말했다. 개성공단과 같이 윈윈할 수 있는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북한을 믿을 수 없다며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통일문제를 말할 때 분위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말과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현장감이 있다. 20대는 내가 짐작할 수 없는 새로운 세대임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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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은 비관적이다.

첫째,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는 예상보다도 매우 취약했던 것 같다. 문재인 정부와 20대는 세계관·정책을 공유하면서 발전된 이념적 공동체라기보다는 그냥 분위기에 편승한 팬덤 정치에 가까웠던 것 같다. 적폐청산 국면이 거의 마감되는 시점에서 벌어진 평창·비트코인 사태가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부가 실수해서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렇게 될 일이 평창 등을 계기로 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문재인 정부와 20대의 균열은 더욱 커질 것 같다.

고용·자산 시장, 이념적 성향 등에서 양자는 이해와 성향을 달리 한다. 고용과 자산시장에서 양자가 대립하는 것은 생략한다. 인터뷰에서 확인했던 것은 이념적 성향이다. 50대가 상대적으로 사회적 선의나 공공선을 중시한다면 20대는 개인주의와 개별적 이익에 충실했다.

20대에게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제, 부동산 규제 등과 같은 보편적이고 사회적인 개혁이 아니라 자신에게 돌아오는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혜택일 가능성이 큰 것 같다.

과장하자면 그들 모두 사회를 개혁하겠다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기성세대가 짜놓은 틀 안에서 개별적인 이익을 실현하는데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었다. 공무원 열풍은 그 지표이다.

필요한 것은 정부·기성세대·50대가 대대적인 사회개혁으로 20대에게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경험을 심어주어야 한다.

나는 이게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대통령은 이미지 관리에 민감하고 50대는 1987년을 보며 30년 전을 추억하기에 바쁘다.

셋째, 통일문제에 대한 균열 또한 심각해질 것 같다.

연평도·천안함 등을 통해 한국 국민 다수가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키워오고 있었다. 5.9 대선 이후 대통령은 대북제재를 중시하며 이에 편승했다. 평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평창에 이르렀던 과정을 검토해야 한다.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에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는 것은 용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평창에 특별한 정치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반대였다. 반면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은 명확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인도적 지원도 반대하고 그를 실행하면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는 강경한 반응에 놀랐다. 내가 볼 때 상황에 맞지 않는 감정적인 반응이라고 본다.

이 또한 쉽지 않다. 북한은 남한의 보수정치세력이나 언론이 아니라 극도로 위축된 남한의 청년세대와 만나게 될 듯하다. 민족적인 감수성보다는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한 오랜 기간의 신뢰와 협력 사업이 진행되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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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내려 보자.

최저임금·비트코인·평창을 둘러 싼 문재인 정부의 지지하락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다. 애초 촛불과 대선에서 잠재되어 있었던 한계가 적폐청산이 끝나는 시점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경향적으로 더욱 하락할 것이다.

학생들과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20대를 중심으로 상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부모와 사회분위기로 인해 민주화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에 대해서는 원천적인 거부감, 문재인은 민주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박근혜 탄핵의 원인은 박근혜의 개인적인 일탈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렇기에 박근혜의 구속과 함께 보수 세력 전체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위축되는 형태로 표출되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이들의 시각에서는 거론 대상이 아니었다. 국민의당, 바른정당에 대해서는 여전히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별다른 대안정당이 존재하지 않는 조건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형국이었다.

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키워드는 이미지와 무관심, 철저한 개별 이익인 것 같다. 대통령의 지지는 그 외 정책이 아니라 그가 쌓아온 이미지 때문인 듯 했고, 정책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탐구보다는 관념적인 정치행위에 열중했다. 예를 들어 댓글을 달며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는 행동은 정치행동이라기보다는 우울한 현실을 탈출하기 위한 도피구가 아닐까 싶다.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개별 이익에 충실한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회와 승리의 경험일 듯 했다. 결국 사회변화의 동력은 40~50대에게서 나올 것 같다. 40~50대가 사회적 비전을 갖고 20대~30대와 연대하여 승리의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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