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고위급 남북 당국회담이 열리고 있는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고위급 남북 당국회담이 9일 오전 10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날 남북 대표단은 서울과 평양에서 각각 출발, 회담장에 도착했다. 이들의 만남 순간까지 상황을 정리한다.

#1. 남측 조명균 수석대표 등, 오전 8시 45분 판문점 도착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김기홍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 등 회담대표단은 9일 오전 7시 32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출발했다.

출발에 앞서 남측 대표단은 회담본부장에 모였다. 이들 대표단은 모두 양복 차림에 상의에 태극기와 평창올림픽 배지를 달았다.

조명균 수석대표는 가방을 가리키며, “여기 이렇게 보따리가 많다. 오래간만에 남북회담이 열리는 거 다 보니까 모든 게 좀 다 새로운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노태강 문체부 차관을 보며 “집이 먼 분이 제일 먼저 오셨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평창올림픽 배지를 보며 조 수석대표는 “평창올림픽의 경우 아라비아 숫자 1은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묻자, 노 차관은 “평창올림픽의 피읖(ㅍ)”이라고 답했다.

“북한이 참가하면 평양,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라는 삼 피읖이 되겠죠?”라고 조 수석대표는 의미를 부여했다.

▲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남북 고위급회담 성공을 기원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남측 대표단을 환송했다. [사진제공-개성공단 비대위]

남북회담본부를 출발한 일행은 오전 8시 32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20여 명이 나와 ‘남북 고위급회담 성공을 기원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대표단을 환송했다. 개성공단은 다시 문이 열릴까.

오전 8시 37분, 대표단과 취재단은 유엔사 경비대대 입구를 통과, 비무장지대(DMZ)에 진입했다. 비무장지대는 간밤에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아직 남북의 눈은 녹지 않았듯이.

오전 8시 42분, 일행을 태운 차량은 공동경비구역(JSA)에 진입했고, 회담장인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 오전 8시 46분에 도착했다. 조명균 수석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잘 준비해서 하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2. 북측 리선권 단장 등, 오전 9시 30분 군사분계선(MDL) 넘다

오전 9시 20분 남북 연락관 4~5명은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북측 방향으로 걸어갔다. 북측 대표단을 마중하기 위해서다. 북한 헌병들도 일제 대기.

잠시 뒤 판문점 북측지역 판문각 문이 열리며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걸어 나왔다.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 황충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 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 등 회담대표들도 함께였다.

이들은 모두 정장을 입고 김일성.김정일 휘장을 가슴에 달았다.

▲ 북측 리선권 단장 등 대표단이 9일 오전 9시 29분경 판문점 북측지역 판문각을 나와 군사분계선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 북측 대표단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 남측에 잘 알려진 대표적인 대남통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빨간 원)은 회담 지원인력으로 참가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오전 9시 30분, 북측 대표단은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과 군사정전회담장 사잇길을 통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다. 리선권 단장 오른쪽에는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뒤에는 황충성 조평통 부장이 함께 있었다.

남북교류와 회담에 많이 나왔던 로학철이 안내를 맡았고, 대표단 맨 뒤에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도 눈에 띄었다. 남측에 잘 알려진 맹 부부장은 대표적인 대남통이다. 

남측 기자들을 만난 리 단장은 “북남 당국이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로 오늘 회담을 진지하게 하자는 겁니다”라며 “(회담은) 잘 될 겁니다”라고 간략히 말했다.

#3. 남북 대표단, 오전 9시 30분경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만나다

회담장인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으로 향한 북측 대표단을 조명균 수석대표 등 남측 대표단이 로비에서 기다렸다. 

오전 9시 30분경 평화의 집에 들어온 북측 대표들과 남측 대표들은 차례로 악수를 했다. 조 수석대표가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 새해 보고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말하자, 리 단장은 “축하합니다”라고 말했다. 천 대표는 북측 모 인사에게 “오랜만입니다”라고 인사했다.

▲ 회담장이 마련된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남북 수석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 평화의 집 회담장에 들어서고 있는 남북 대표단.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 북측 리선권 단장이 자리로 가고 있다. 뒤쪽은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대표들은 회담장으로 이동, 악수했으며,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시작했다. 조 수석대표는 간간이 미소를 보였고, 리 단장도 시종일관 여유로는 표정을 지어, 회담 분위기가 밝음을 암시했다.

회담장에는 서양화가 김서봉 작가의 ‘탐라계곡’ 그림이 걸려있었고, 테이블에는 평창수와 홍삼차, 검정.빨강.파랑색 펜과 형광펜, 연필 등의 필기구가 놓였다. 

#4. 오전 회의 종료, 남북 각자 점심

오전 10시에 시작한 전체회의에서 남북은 모두발언과 기조 발언을 이어갔다. 그리고 서로의 의견을 담은 공동보도문 초안을 교환한 뒤, 오전 11시 5분 회의를 마쳤다. 이어 오전 11시 30분부터 낮 12시 20분까지 1차 수석대표 접촉이 열렸다. 

1차 수석대표 접촉에는 남측 조명균 수석대표, 천해성.안문현 대표, 북측 리선권 단장, 전종수.황충성 대표가 마주했다.

▲ 점심식사를 위해 북측 대표단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통일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이후 남측은 평화의 집에서, 북측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각자 점심을 먹었다. 북측 대표단이 점심을 위해 이동하던 중 기자들과 만났다. “오늘 회담을 잘하자는 것이다. 오후에 잘 될 겁니다”라고 리 단장은 말했다.

#5. 남북 기자들, 2년여 만에 만나다

고위급 남북 당국회담에는 남북 대표 외 지원인력과 기자들이 동행했다. 특히, 남북 기자들은 2년여 만의 만남이 서먹하면서도 반가운 기색. 북측 기자 6명, 남측 기자 15명이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회담장에서 남북 기자들은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자리다툼을 벌였다. 하지만 회담장 밖에서 만난 남북 기자들은 인사를 나누며 궁금증을 물었다.

▲ 남북 수석대표들이 모두발언을 하는 뒤 편으로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 회담장 내 북측대표단 뒤로 재일 <조선신보> 김지영 기자가 보인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회담 잘 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지켜봐야겠다”, “날씨가 오늘은 많이 춥다”고 인사를 나누면서, 북측 기자들은 남측 기자들의 소속을 물었다. 통일부 출입기자라는 말에 ‘출입기자’를 이해하지 못한 북측 기자들은 “통일부 담당”이라는 남측 기자들의 설명에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소속이라고 밝힌 한 기자는 “회담 좀 많이 취재해봤는데, 분위기가 오늘 특히 좋다”고 전망했다. 재일 <조선신보> 김지영 평양지국장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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