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모란봉악단 공연 모습.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응원단 대신 모란봉악단을 필두로 한 예술단을 파견할 가능성이 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남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일 신년사를 계기로 남북은 주거니 받거니 회담을 성사시키며, 9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남북 당국회담이 열린다.

이번 회담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참가가 주요 사안이다. 물론, 남북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막힌 남북관계 개선도 다룰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는 일단 시기적으로 급한 평창올림픽 북측 참가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북과 남에 다 같이 의의있는 해”라며 평창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 의사를 밝혔다.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한 것.

정부 당국은 평창올림픽 대표단으로 북한 최룡해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내려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방남한 사례가 있기 때문. 이들과 함께 모란봉악단도 파견되길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북, 과거 세 차례 예술단 중심된 응원단 파견

일단,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는 확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더해 김 위원장이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뜻을 밝혔다는 점에서 올림픽 선수단과 대표단 외에도 응원단 등이 파견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실제, 과거 북한은 세 차례 응원단을 파견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는 만수대 예술단과 평양교예단 등에 소속된 280명이 참가했고, 이 중 150명은 인민보안성 산하 여성 취주악단이었다.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에는 대학생으로 구성된 응원단 2백여 명과 인민보안성 산하 여성 취주악단 100여 명이 파견됐다.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경기대회에는 ‘청년학생협력단’ 자격으로 금성학원 소속 124명이 남한을 방문했다. 특히, 여기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가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두 차례 응원단 자격으로 파견된 인민보안성 산하 여성 취주악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각종 국가행사에 주악을 전담하기 위해 조직된 음악단이었다. 북한의 입장에서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데 일조한 셈이다.

▲ 2015년 12월 9일 당시 최휘 당 제1부부장(빨간 원)이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을 이끌고 중국으로 향했다. 최휘는 현재 국가체육지도위원장으로, 모란봉악단 인솔 가능성이 점쳐진다. [자료사진-통일뉴스]

‘민족적 위상 과시’, 최휘 인솔로 모란봉악단 포함 예술단 파견 가능

평창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과 달리 북한의 선수가 작은 규모여서 대규모 응원단이 파견될 가능성은 적다. 그렇기에 ‘민족적 위상’을 과시하는 ‘필요한 조치’로 모란봉악단 등을 포함한 예술단 파견 가능성이 있다.

정부도 내심 모란봉악단을 포함한 북한 예술단의 방남을 원하는 눈치이다. 북한 선수단의 참가와 함께 북한 예술단이 내려온다면 평창올림픽은 그야말로 흥행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언론에 나와 “모란봉악단을 보내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란봉악단은 북한 김정은 시대 ‘열린 음악정치’의 최선봉에 있는 악단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지시해 창설하고 또한 직접 지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7일 열린 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현송월 단장은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올랐을 정도이다.

여기에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이 평창올림픽 대표단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있어, 모란봉악단 방남이 더욱 주목받는다. 최휘 위원장은 2015년 12월 당시 돌연 취소된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중국 방문공연단 대표로 갔기 때문. 당시 그는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으로 선전선동에 잔뼈가 굵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모란봉악단은 2012년 7월 처음으로 시범공연을 보인 뒤, “새 세기 조선의 예술을 대표하고 관록있는 예술단체”이며 “참신하고 기백있는 음악예술활동으로 시대를 선도해나가는 우리 당의 제일 나팔수들”로 북한에서 칭송받고 있다.

선우향희(1전자바이올린 겸 악장), 홍수경(제2전자바이올린), 차영미(전자비올라), 유은정(전자첼로), 김향순.리희경(전자건반), 최정임(색소폰), 김영미(피아노), 리윤희(전자드럼), 강령희(전자기타), 리설란(일레트릭 베이스), 김유경.김설미.류진아.박미경.정수향.라유미(가수) 등으로 구성됐다.

▲ 북한은 모란봉악단 대신 청봉악단을 파견할 수도 있다. 사진은 청봉악단의 공연 모습. [자료사진-통일뉴스]

북한이 모란봉악단 대신 청봉악단을 파견할 가능성도 있다. 2015년 7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조직했으며, 왕재산예술단과 모란봉 중창조로 구성돼, 모란봉악단에 뒤처지지 않는 실력자들.

“맑고 개성적인 목소리, 우아한 율동”으로 북한에서 평가받는 이들은 국가공훈합창단과 함께 2015년 8월 북.러 친선의 해를 맞아 러시아 순회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북 예술단, ‘만경봉호’ 보다 항공.육로 이동할 수

북한 예술단이 어떻게 내려올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2002년 예술단이 포함된 응원단은 ‘만경봉-92호’를 타고 원산을 출발, 부산 다대포항에 정박해 숙소로 사용했다. 2003년에는 고려항공을 이용, 직항로를 통해 김해공항에 입국한 뒤 경북 칠곡군 대구은행연수원에서 생활했다. 2005년에는 중국을 거쳐 인천공항에 입국, 인천 파라다이스호텔을 숙소로 정했다.

▲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파견된 북한 응원단이 숙소로 사용한 '만경봉-92호'. 부산 다대포항에 정박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하지만 평창올림픽에는 ‘만경봉호’가 내려올 가능성은 낮다. 대북제재로 북한 선박의 남한 입항은 원칙적으로 금지됐기 때문. 박근혜 정부 당시 2014년 7월 인천 아시안게임을 위해 북측은 응원단 350명을 경의선 육로로 이동하며, 원산항에 정박 중인 ‘만경봉-92호’를 제주해협을 거쳐 인천항에 정박, 숙소로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남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일단, 항공기를 이용한 방남 가능성이 점쳐진다. 평창과 강릉에는 공항이 없어 양양국제공항을 이용하거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기차로 이동할 수 있다.

2014년 당시 북한이 제안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육로 이동도 가능하다. 원산을 출발, 금강산을 거쳐 속초를 지나 강릉과 평창으로 내려오는 도로가 있기 때문이다.

민간단체들은 금강산에서 공동문화공연을 가진 뒤, 육로로 내려오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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