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낮 청와대 충무실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8명을 만나 오찬을 함께 했다. [사진출처-청와대]

“우리의 소원은 사죄를 받는 것이다. 대통령께서 (일본으로부터) 사죄를 받도록 해달라. 대통령과 정부를 믿는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이 4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낮 청와대 충무실에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8명을 만났다. 부인 김정숙 씨와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지은희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재단 이사장,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등이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새해에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고 기쁘다. 저희 어머니가 91세이신데 제가 대통령이 된 뒤로 잘 뵙지 못하고 있다”며 “오늘 할머니들을 뵈니 꼭 제 어머니를 뵙는 마음이다. 할머니들을 전체적으로 청와대에 모시는 게 꿈이었는데, 오늘 드디어 한 자리에 모시게 되어 기쁘다”고 인사했다.

이어 “국가가 도리를 다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봐주시기 바란다”면서 “오히려 할머니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합의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못된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지난 합의가 양국 간의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하였다. 오늘 할머니들께서 편하게 여러 말씀을 주시면 정부 방침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와 함께 오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출처-청와대]

이용수 할머니는 “2015년 12월 28일 합의 이후 매일 체한 것처럼 답답하고, 한스러웠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이 합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조목조목 밝혀주어 가슴이 후련하고 고마워서 그날 펑펑 울었다”고 화답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사과, 법적 배상을 26년이나 외쳐왔고, 꼭 싸워서 해결하고 싶다. 대통령께서 여러 가지로 애쓰시는데 부담 드리는 것 같지만 이 문제는 해결해 주셔야 한다”며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하는데, 소녀상이 무서우면 사죄를 하면 된다. 국민이 피해자 가족이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면 세계평화가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도 “대통령이 바뀌고 할 말을 다해주시니 감사하고 이제 마음 놓고 살게 되었다”며 “우리가 모두 90세가 넘어 큰 희망은 없지만 해방이후 73년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사죄를 하지 않는다. 어린 아이를 끌어다 총질, 칼질, 매질하고 죽게까지 해놓고, 지금 와서 하지 않았다 게 말이 되나.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사죄만 받게 해달라. 대통령과 정부를 믿는다”고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다.

다른 이옥선 할머니는 “우리의 소원은 사죄를 받는 것”이라며 “사죄를 못 받을까봐 매일 매일이 걱정이다. 대통령께서 사죄를 받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만남은 지난해 12월 27일 정부가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TF’ 결과, 피해자 중심 해결 원칙이 결여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중대한 흠결”이 확인됐고, “피해자 중심 해결에 따라 빠른 시일 안에 후속조치를 취하라”는 지시내린 바 있다. 이날 만남을 통해 피해자 중심 해결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합의파기나 재협상’ 관련 질문에,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을 하고 결정을 해야 되겠다. 아직 그렇게 결론까지 안났다”고 밝혔다.

이날 청와대 오찬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는 고향인 평양에 가고싶은 마음을 담아, 노래 ‘한많은 대동강’을 불렀고, 지난해 발매한 음반 ‘길원옥의 평화’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할머니들의 요청에 따라 한분 한분과 사진을 찍었고, 부인 김정숙 씨는 아시아 빈곤여성을 위한 국내 최초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의 목도리를 선물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신촌 연세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김복동 할머니를 병문안했다. [사진출처-청와대]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서울 신촌 연세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김복동 할머니를 병문안했다.

매일 수요시위에 참석했던 김 할머니는 지난 1일 건강악화로 입원했으며, 문 대통령을 만나 “총알이 쏟아지는 곳에서도 살아났는데 이까짓 것을 이기지 못하겠는가”라며 “일본의 위로금을 돌려보내고 법적 사죄와 배상을 받아야 우리가 일하기 쉽다”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또한 “그래도 이 복잡한 시기에 어려운 일이고 우리가 정부를 믿고 기다려야하는데 우리도 나이가 많으니 대통령께서 이 문제가 해결되도록 힘을 써달라. 내가 이렇게 누워있으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간곡히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할머니들께서 그동안 워낙 잘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할머니들 모두 청와대에 모시려 생각했는데 오늘에야 모시게 됐다. 김복동 할머니께서 못 오신다고 해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다”고 인사했다.

이어 “지난 정부의 합의가 잘못되었고 해결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과거 정부가 공식적으로 합의한 것도 사실이니 양국관계 속에서 풀어가야 하는데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오늘 할머니들의 말씀을 듣기 위해 청와대에 모셨는데, 할머니들께서 건강하셔서 싸워주셔야 한다. 할머니께서 쾌유하셔서 건강해지시고, 후세 교육과 정의와 진실을 위해 함께 해 주시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많으시다”고 쾌차를 기원했다.

아울러 “할머니들께서 바라시는 대로 다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정부가 최선을 다할테니 마음을 편히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위로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김복동 할머니에게 손목시계와 김정숙 여사가 보낸 목도리와 장갑을 선물로 드렸고 전했다.

(추가,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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