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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지 않은 대간길은 없다<산행기>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15구간
심주이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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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8  12: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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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주이 / 종주대 대원, 총무

일자: 2017년 11월 26일(일)
구간: 해인리~삼마골재~밀목재~석교산~우두령
산행거리: 13.1km, 7시간 (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산행인원: 8명

 

   
▲ 들머리 해인동에서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오랜만의 새벽행

덕유산 지리산 권역을 무박 산행 강행군으로 지나고 오랜만에 당일 산행이다.
당분간은 당일 산행이 이어질 거라는 생각에 주중에도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평소생활이 야행성이라 잠을 많이 청하진 못했지만 잠시라도 따뜻한 곳에 발 펴고 누워서 자는 것이 새삼 소중하다 느끼며, 간사한 마음 탓이 아닌 그간 야간산행의 애씀에 대한 보상심리라고 애써 넘겨짚어 본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보온밥통과 보온병을 채워서 전날 미리 챙겨놓은 가방에 넣어 등산 짐을 갈무리하고 5시가 조금 넘어 집을 나선다.

사당에 도착해 출발 버스에 8명의 최정예 대원이 모였는데 한눈에 인원파악이 된다.
서로에게 무언의 진한 동지애와 격려를 보내며 출발~

겨울이 시작된 해인리

아직 가을의 끝자락이라 생각했는데 산행의 들머리인 해인리에 도착하니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지 않고 벌써 겨울이 찾아왔음을 알려준다.

오전 10시 30분 해인리 마을회관과 산장을 지나 들머리인 산불입산통제소에서 산행인원을 장부에 적고 산행을 시작한다.

   
▲ 해인산장.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2.3km 삼마골재 오름길

밝을 때 출발하는 것이 아무래도 편하다. 하지만 지난번 하산 길에 가파른 돌길 위로 낙엽이 두텁게 쌓여서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니 걱정이 앞선다.

그 길을 쌓인 눈과 비가 예보된 날씨에 올라야하기에 각오를 단단히 한다.

   
▲ 우비를 입은 가방.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출발할 때는 해가 구름에 걸리며 간간히 얼굴을 내밀었는데 막상 산을 오르면서 점점 흐려지고 이내 빗방울이 떨어진다. 장비를 꺼내는 것이 번거로워 버텨보려 했는데 결국 우비를 입었다.

크게 춥지는 않지만 습하고 흐리다.

가파른 길을 오르는데 옷 안으로는 땀이 나고 밖으로는 적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통에 우비를 입었다 벗고, 겉옷을 입었다 벗고 멈추어 서면 다시 입기를 반복한다.

산에서는 걸을 때 옷을 벗고 쉴 때 옷을 입으라는 말이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이해된다.

   
▲ 낙엽이 깔린 산행 길.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우비와 우산을 쓰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가파른 길을 말없이 오르다가 잠시 쉬어 뒤를 돌아보니 하늘이 가까이 보이기 시작한다.

삼마골재가 멀지 않았구나 기대를 하며 다시 힘을 내어본다.
좁은 조릿대 숲길을 지나니 하늘이 열리며 삼마골재가 보인다.

삼마골재에는 생뚱맞게 운동기구가 있다. 이 높은 산에 올라와서 운동을 할리는 만무하고.
누굴 위한 것인지 저마다 우스운 상상을 하며 한마디씩 거든다.

잠시 숨을 고르며 따뜻한 물 한 모금 마시고 장비를 정돈해서 다시 길을 나선다.

삼막골재에서 밀목령까지는 2.1km

밀목령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에 마치 학창시절 4교시처럼 힘이 난다.

낙엽으로 가득했던 산에 눈이 하얗게 덮이고 맨살을 드러낸 나뭇가지는 더욱 추워 보이기도 강인해 보이기도 하다.

능선길은 바람이 타고 넘으면서 눈이 두텁게 쌓여서 종아리까지 발이 빠지는 곳도 있다.

비교적 편한 길이지만 습기 많은 눈이 아이젠 바닥에 붙어서 모래주머니를 찬 듯 무겁다. 수시로 털어주면서 이동하는데 쉽지 않은 산행이다.

첫 봉오리인 1124봉을 지나 늦지 않게 나무가 울창했다는 밀목령에 도착했다.

밥을 먹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지만 능선길에서 더 좋은 곳을 찾기 어려워서 빠르게 식사를 하기로 한다.

   
▲ 밀목령에서 점심식사.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땀이 식을 것을 대비해 옷을 꺼내 입고 자리를 펴 앉았는데 도시락을 열기가 무섭게 추위가 엄습해온다.

이럴 때 필요한건 스피드? 술?
보온통의 밥은 이미 식었다. 그러나 어쩌랴. 산행 중에 가장 빠른 식사를 하고 부지런히 출발한다.

이름은 없지만 멋있는 1175봉

몸이 달궈지기 전이라 살짝 젖은 장갑 안에서 손끝이 얼어서 따갑다.
이럴 때는 몸을 난로로 생각하고 열을 내기위해 열심히 걷는 수밖에 없다.

길옆으로 <위험지역 주의 안내> 표지판이 눈에 띄는데, ‘이곳은 폐광지역으로...주절주절... 땅이 꺼져가는...주절주절... 서로의 간격을 5m 어쩌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으나 추우니까 슥~ 보고 통과한다.

오르막을 한참 오르다보니 이제야 추위가 좀 가신다.

   
▲ 1175봉에 오르는 이지련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걷히지 않은 안개 속에서도 조망이 멋있는 1175봉에 도착했다.

이름은 없지만 바위로 된 봉우리에 푸른 소나무가 막힘없는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기품이 웬만한 명산보다 꼿꼿하게 느껴진다.

굳세게 서있는 소나무 앞에서 단체사진 한 장 찍고, 이번 산행의 최고봉인 석교산을 향한다.

   
▲ 1175봉에서 바라 본 풍경.
   
▲ 1175봉에서 바라 본 풍경.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1175봉 소나무 앞에서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겨울산의 운치

석교산만 오르면 우두령까지는 내리막이라 가뿐한 마음으로 1175봉을 내려오려는데 밑이 휑하게 밧줄이 달린 절벽길이다.

   
▲ 밧줄이 달린 절벽길.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절벽길을 내려오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한 명씩 조심조심 내려와 걷다보니 여리게 해가 비친다.
쌓인 눈 위로 길게 누운 나무 그림자가 따뜻한 길동무가 되어준다.

말없이 걷다보면 한 그루 나무처럼 산의 일부가 된 듯 착각이 일면서 겨울의 고요함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잠시 스쳐가는 감정이지만 이것이 고된 산행을 다시 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아닐까?

   
▲ 해가 비치는 산행길을 내려오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눈 쌓인 풍경.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멋진 정상석이 있는 석교산

자욱한 안개 속에서 비를 맞고 눈 쌓인 길을 걸어왔는데, 정상에 올라가니 해가 쨍쨍하다.
산의 날씨는 참 얄궂다.

안도의 숨을 쉬며 밝은 정상에 도착했을 때 눈에 들어오는 정상석이 매우 정겹다.

지난 산행의 삼도봉에서 너무 으리으리한 정상석을 보아서 그런지 작은 자연석에 치장 없이 매끄럽지 않은 글씨체로 <석교산>, 옆과 아래에 작은 글씨로 <백두대간> <1207M>라고 새겨진 소박한 모습이 크고 화려함 보다는 진중하고 강인해 보인다.

   
▲ 석교산 정상석.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석교산 정상에서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석교산 정상에서 전용정 산행대장.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황악산과 삼도봉 사이 돌다리 처럼 솟은 석교산

석교산(1207m)은 여지도서-與地圖書(18세기 중엽 전국 313개 관부의 읍지를 수합해 엮은 전국지리지)에 ‘황악산은 추풍령-괘방령에 와서 서쪽으로 석교산-삼도봉을 일구었다’는 기록이 있다.

황악산(1111m)과 삼도봉(1172m)보다 높은 산으로 사방으로 봉을 거느리지 않고 황악산에서 삼도봉까지 동서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매듭으로 높게 솟아있기 때문에 ‘돌다리’로 생각하여 석교산(石橋山)이라 불린 것으로 추정한다.

주변에 철쭉이 넓게 분포되어 화주봉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오래된 기록과 산세를 보았을 때 주명을 석교산이라 하는 것에 한 표를 던진다.

우뚝 솟은 만큼 사방으로 트인 풍경이 좋다고 하는데 흐리고 습한 날씨로 지나온 능선길만 또렷이 보이고 뒤로 있을 삼도봉과 민주지산 등은 흐릿하게 여운만 느껴진다.

   
▲ 석교산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여기가 우두령이야

이제부터 우두령까지는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바닥도 푹신한 흙길로 비교적 편안한 길에 접속구간도 없으니 이만한 하산길도 없다.
1시간 30분 정도 내려오니 눈이 녹아 질퍽한 흙길이다.

아이젠을 빼고 걸으니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 하산길 풍경.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하산 중인 이계환 대원(오른쪽)과 오동진 후미대장.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산의 능선부 모양이 소의 머리를 닮아 이름이 붙여졌다는 우두령에는 돌 소가 떠억 하니 서서 강력한 인상을 준다. 절대 소와 관련 없다 말할 수 없도록!

그곳에 강력한 8인이 발도장을 쾅!

   
▲ 우두령에 도착해서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이번 산행은 최소 인원으로 다녀왔다.
석교산은 크고 유명하지 않다. 또한 쓸쓸한 비가 내렸다.
하지만 산을 오르내리며 느꼈던 풍광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디 아름답지 않은 우리 산하가 있었던가. 산의 품속에서 교감하는 그 마음만으로도 풍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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