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이하 현지시간) “오늘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밝혔다. 

2008년 10월 6자회담에서 핵 협상 진전에 따라 부시 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지 9년 1개월 만이다.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북.미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시계 ‘제로’ 상태로 들어갔다.

이날 백악관에서 국무회의 직전 발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 재앙으로 세계를 위협할 뿐 아니라 외국 땅에서 암살을 비롯한 국제 테러 지원 행위를 반복했다”고 재지정 이유를 밝혔다. 지난 6월 혼수 상태로 북한에서 풀려난지 6일 만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 사건’도 거론했다. 북한 내 인권 침해를 강하게 비난한 지난 8일 한국 국회 연설과 비슷한 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지정으로 북한과 관련 인물들에 대한 추가 제재와 벌칙이 부과될 것이고, (이는) 살인 정권을 고립시키기 위한 최대 압박 캠페인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부가 21일 최고 수준의 대북 추가 제재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제재 목록에 올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불법적인 핵과 탄도 미사일 개발, 모든 국제 테러리즘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우리는 여전히 외교를 희망한다”면서 “(추가 제재도) 매우 상징적인 조치이며 실질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톤다운을 시도했다. 아울러, “외국에서 금지된 화학 무기를 이용한 암살 행위 등의 결과”라고 북한 측에 책임을 돌렸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21일 “금번 미국의 조치는 강력한 제재.압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이끌어낸다는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의 일환으로 보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틸러슨 장관의 언급에서 보듯 금번 테러지원국 재지정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노력을 지속한다는 한.미의 공동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한.미는 각급에서 공조와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식 반응과는 달리 문재인 정부는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발 악재와 예상되는 북한의 대응조치로 인해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의 제전으로 만들려던 정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진 까닭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조율 과정에서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대북 정책의 변화라기보다는 법적 절차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이고, 이번 제재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길이 열려 있다는 점을 밝혀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이번 조치가 “평창 동계올림픽과는 특별한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평창 올림픽 같은 경우에는 일정한 자격요건을 충족했을 경우에 해당국이 IOC를 통해서 참가신청서를 내고 자연스럽게 참가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특사 자격으로 지난 17일 방북했던 쑹타오 대외연락부장이 20일 오후 귀국했다. 북한과 중국 관영통신들이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1일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한다. 22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다음달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세부 일정과 의제를 조율할 예정이다. 북.미가 ‘강 대 강 대치’ 구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중이 한반도 정세를 완화할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추가,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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