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가 7일 개최돼 인사문제를 다뤘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이 지난 7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해 상당한 폭의 조직개편을 단행해 주목된다. 특히 최룡해가 조직 분야, 박광호가 사상(선전) 분야 책임을 맡는 구조로 추정된다.

통일부는 9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대규모 인사개편은 김정은이 현국면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 돌파를 위한 인적 개편 측면과 7차 당대회 후속 세대교체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금번 대규모 인사는 ‘고령자 세대 교체’, ‘7차 당대회 후속 보완 인사’로서의 성격도 보유”하고 있다고 짚었다.

정창현 전 <민족21> 대표도 “지난해 당대회 이후 병진노선의 성과를 총화하고 성과를 낸 인물들을 중심으로 승진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사 내용은 대체적으로 세대교체에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당속의 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북한 노동당의 핵심부서로 첫 손에 꼽히는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에 대한 인사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정창현 전 대표는 “전반적으로 박태성, 태종수, 최휘, 김여정, 김병호 등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출신들이 약진했다”고 요약했다.

노동당을 움직이는 조직지도부의 원로인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당 검열위원장을 맡아 일선에서 물러남으로써 조직지도부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에 조직지도부는 부장을 공석으로 남겨 사실상 김 위원장이 직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기에는 조직지도부장이 인선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최룡해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조직지도부장을 맡았을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9일자 논평에서 “최룡해는 이번에 다시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 직책을 맡아 김정은과 함께 당중앙위원회 정치국과 정무국, 당중앙군사위원회 모두에서 중요한 요직을 차지하게 되었다”며 “이번 인사로 군부에 대한 최룡해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었고 북한 지도부에서 그의 위상도 더욱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전원회의 인사개편 후 첫 대규모 행사인 김정일 당 총비서 추대 20돌 중앙경축대회 보도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다음으로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명기해 박봉주 내각총리,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보다 앞세웠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룡해는 이번 회의에서 ‘부장’으로 임명되었는 바, 그의 위상을 고려할 때, 조직지도부장 이외에 마땅한 직책이 부재”하다며 과거 김영주 사례를 들어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조직지도부장 대행역)의 검열위원장 이동에 따른 공백을 최룡해 조직지도부장 임명을 통해 상임체제로 개편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최룡해의 비중으로 보아 조직지도부 내부 업무는 조용원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승진, 중용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선전선동부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당 비서 격에 해당하는 당 정무국 부위원장인 김기남이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이며, 조연준과 김기남의 일선 후퇴가 가장 두드러진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김기남이 맡았던 당 정무국 부위원장과 당 선전선동부장을 누가 맡았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이번에 급부상한 박광호가 맡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간 북한 매체에 등장하지 않아 인적사항이 알려지지 않은 박광호는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당중앙위원회 부장이라는 핵심적인 지위들에 올라 이번 인사개편의 최대 관심인물로 부상했다.

실제로 박광호 부위원장이 8일 김정일 당 총비서 추대 20돌 중앙경축대회에서 사회를 맡아 사상 분야를 담당하는 당 정무국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에 오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대외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박광호가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직전에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부부장직을 맡고 있었고, 김기남 선전선동 담당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직책과 지위를 이어받게 되어 갑자기 주석단 서열 6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진입한 것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최연소 정치국 후보위원으로서 선전선동부를 실제로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을 것으로 추론된다.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기용된 만큼 제1부부장으로 승진했을 가능성도 있다.

나아가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라는 ‘백두혈통’으로서 북한 전체 권력지형에서의 역할도 주목된다. 정성장 실장은 “만 30세의 젊은 나이인 김여정이 북한을 이끌어가는 30명 정도의 그룹에 공식적으로 포함됨으로써 향후 그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김여정이 김 위원장의 행사와 선전 분야만 담당하고, 다른 정책결정 과정에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박광호의 파격적 기용은 그의 능력을 인정한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천거에 따른 것일 가능성도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도 당위원장의 중용과 단계별 승진 코스

▲ 새로 보선된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들. 도당 위원장 출신이 많은 점과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눈에 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통일부가 분석한 전원회의 인사개편 참고자료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직책은 ‘0000도당 위원장’이다. 과거 도당 책임비서에 해당하는 자리로 도 인민위원장과 쌍두마차로 도를 이끌어가는 자리지만 당 우위의 북한체제에서 인민위원장보다 먼저 호명된다.

정치국 위원에 보선된 박태성은 평안남도당 위원장을, 태종수는 함경남도당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고, 정치국 후보위원에 보선된 최휘는 함경북도당 부위원장, 박태덕은 황해북도당 위원장을 맡은 경력이 있다. 최고 실세로 떠오른 최룡해 정치국 상무위원도 황해북도당 책임비서를 맡은 전력이 있다.

또한 김두일 평안남도당 부위원장과 량정훈 황해북도당 부위원장, 리히용 함경북도당 부위원장이 나란히 도당 위원장으로 승진하면서 당중앙위원회 위원으로 보선됐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경제관리개선조치로 부르는 개혁개방의 일환으로 지방분권을 대폭 강화했고, 도당 위원장의 권한과 책임이 크다”며 “심지어 북한식 경제특구에 해당하는 경제개발구를 선정할 때도 각 도별 안배를 고려해 추가 지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이 주창되면서 경제건설에 대한 강조가 어느 때보다 두드러져 도 단위의 경제운용 경험이 있는 간부들이 중앙당에서도 중용되는 추세가 강화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중앙당의 ‘실세’로 평가됐던 박태성, 최휘가 지방당으로 내려가 실무경험을 쌓고 다시 중앙으로 승진돼 돌아오는 과정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 듯하다. 박태성은 정치국 위원, 최휘는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승진했다.

도당 부위원장들이 도당 위원장으로 대거 승진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앞으로는 도당 위원장은 도당 부위원장을 거치는 것이 관례화 될지도 모른다. 중국 공산당 간부의 계단식 승진과정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비슷한 맥락에서 경제 분야 인물들의 전진배치도 나타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경제라인 대오 정비 및 전면 배치를 통해, 제재 내구력 확보 및 내각중심의 제재국면 돌파 의지”를 볼 수 있다며 태종수, 안정수, 박태성 등 경제관료들을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하고, 이주오 내각 부총리를 당 중앙위원에 기용한 점을 짚었다.

미뤘던 숙제, 세대교체와 측근 배치

정성장 실장은 <세종논평>을 통해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기존 정치국 구성원의 약 26%, 정무국 소속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들의 약 44%, 전문부서 부장들의 약 39%,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들의 36% 정도를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고 분석했다.

이전 당 비서에 해당하는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존 9명 중 김기남(선전선동), 최태복(교육과학), 곽범기(경제), 리만건(군수)이 해임되고, 최룡해(근로단체), 리수용(국제), 김평해(간부), 오수용(경제계획), 김영철(통일전선)이 유임된 상황에서 박광호, 박태성, 태종수, 박태덕, 안정수, 최휘 등 6명이 보선돼 실제로 11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관측된다.

근로단체 담당 부위원장이었던 최룡해가 조직 담당 부위원장이 됐다면, 신임 부위원장인 최휘가 근로단체 담당 부위원장을 이어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최휘는 최룡해의 뒤를 이어 청년동맹을 담당했고, 2013년부터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맡았고, 이번에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휘가 최태복 후임으로 교육과학 분야를 담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창현 전 대표는 “세대교체 작업이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한다한다 하면서 미뤄져 왔던 정치국과 특히 정무국에 대한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며 “김정일시대를 이끌어왔던 2세대의 김기남, 최태복, 곽범기, 이만건 당 정무국 부위원장 등이 실무 1선에서 물러나 원로로서 활동하게 되고, 3세대 50-60대 인사가 정무국과 당 전문부서의 주요인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항일빨치산의 딸인 김정임 당 역사연구소장이 물러나고 후임으로 양원호 역사연구소 부소장이 승진한 것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확실히 ‘3-4세대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

당중앙군사위에 보선된 정경택과 장길성은 정확한 직책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가안전보위부장과 11군단장을 맡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당대회 이전까지는 당중앙군사위원회에 보위상과 11군단장이 포진돼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이번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새로 진입한 정경택과 장길성이 김원홍 보위부장의 후임으로 유력”하다면서 “정경택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국가안전보위부장급에 부합”하다고 꼭집어 관측했다.

외교를 담담하고 있는 리수용이 정치국 위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리용호 외무상이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리용호의 정치국 위원 임명은 향후 전개될 수 있는 대미.대중 고위급 접촉을 염두에 둔 조치”라며 “특히, 중국 외교부문 고위인사들과의 ‘격 맞추기’ 필요성”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측근들이 중용되는 흐름도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창현 전 대표는 “노동당은 김정은 위원장을 정점으로 빨치산 2세대의 상징인물 최룡해 부위원장, 당중앙군사위 집행부서책임자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이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중간 당 간부들의 연쇄적인 세대교체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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