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랑 / 21세기민족주의포럼 대표

 

  ‘택시운전사’를 잡으려 한 보안사 요원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살까?

  영화 ‘택시 운전사’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였다. 이 영화를 보고 과연 그때 나였더라면 힌츠페터처럼, 택시 기사처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말들을 많이들 한다. 힌츠페터와 같은 용감한 기자 정신을 갖는다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겠지만, 지극히 평범한 택시 기사로서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서울 가던 차를 돌려서 결국 힌츠페터를 광주에서 김포까지 데려다 준다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둘이 그 뒤 만나지 못한 것을 영화를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그 택시 기사는 그 뒤 어디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것을 궁금해 한다. 이제라도 그 고통을 위로 받고, 그 용기에 찬사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조금 관심의 각도를 바꾸어 보자. 과연 힌츠페터와 택시 기사를 잡으려고 날뛰던 보안사요원들은 그 뒤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우리 사회는 그 동안 공권력을 빙자한 국가폭력의 피해자가 무수히 많은 데 반해 그 가해자는 정말 손꼽을 정도밖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묻어버리면 잊어버리면 그 가해자는 사라지는 것일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변호인’도 천만이 넘는 관객이 본 히트작이다. 그런데 그 영화를 본 뒤 사람들 대부분은 변호인이나 의뢰인들이 실제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만, 악랄한 고문기술자로 나오는 차동영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는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살까?

  앞에서 말한 보안사 요원이나 차동영 같은 사람들이 얌전하게 좋은 일 하며 살고 있지 않을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아마도 그들은 여기저기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다시 자신들 같은 사람들이 활개 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기들 나름대로 분투(?)하고 있을 것이다. 변호인의 실제 인물이 대통령이 되었지만 가해자인 차동영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버젓이 활개치고 다닌 데 우리 역사의 비극이 있는 것이다.

  계속되어온 ‘벌거벗은 임금님’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에는 우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대해 쉽게 받아들이는 독자들을 향해 일침을 가하는 내용이 나온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는 진실이 어린 아이에 의해 밝혀진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때까지 왜 그 많은 신하들은 그 사실을 말하지 못했으며, 그렇게 만든 구조가 무엇인지를 알아내서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런 일은 계속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현대사가 그렇다. 과거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임금님은 계속 벌거벗고, 그것이 밝혀졌다 해도 또다시 되풀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뒤 간신히 세운 민주정부가 다시 독재정부로 회귀하였고, 적폐가 계속 쌓여 왔다. 촛불혁명으로 박근혜가 탄핵되고 구속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은 끝났고, 과거로 회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자.

  임금님이 벌거벗고 있는 것을 보고도 한 마디도 진실을 말하지 못했던 사회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어린 아이에 의해 진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듯이,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가로막고 과거로 회귀하게 만든 것들, 온갖 적폐들을 청산하지 못하는 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계속 지켜지고 발전해 나간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 적폐의 핵심은 무엇인가? 바로 사람이다. 법적 제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이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민주주의의 도래를 막아서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적폐가 생겼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그대로 놔둔다면 그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여 다시 자신들의 세상이 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건재한 가해자들

  일제 강점기 때 독립운동가들을 잡아서 고문하고 죽이기까지 한 조선인 순사들, 밀정들이 거의 처벌받은 바가 없음은 이제 상식 중의 상식에 속한다. 그 뒤 그들이 반공이라는 구실로 이전 독립운동가들을 잡아서 고문하고 구속시키고 죽이기까지 했다는 것도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이후 수십 년 넘게 계속되어 왔다.

  이른바 인혁당재건위 사건은 정말 천인공노할 만행이다. 사람을 잡아가두고 열 달 동안이나 면회를 안 시키고 고문을 해대더니 드디어는 판결 다음날 사형을 시키고, 그 중에는 가족에게 시신조차 인도하지 않고 화장을 해버리기까지 하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악행을 저지른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이 나왔고, 진실은 어느 정도 밝혀졌으며, 그 가족들에게는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 그런데 그러한 만행에 가담한 수많은 중정요원, 검사, 판사, 경찰 등은 지금 어디 가서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설마 이런 악랄한 만행을 한 자들이 착하고 올바르게 살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도 그렇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죄를 뒤집어 씌워서 망가뜨렸다면 가해자는 천벌을 받거나 손바닥이 발바닥이 되도록 빌고 또 빌어도 시원치 않을 것이다. 이 사건 역시 재심을 통해 무죄임이 입증되었다. 하지만 그 가해자는 어디 갔는지 나타나지도 않는다. 당시 부장검사로 수사를 지휘했던 강신욱이란 사람은 버젓이 대법관까지 하고 은퇴하였다. 이 사건은 그 기획자, 실행자 등이 여럿 있을 터인데 그냥 아니면 말고 식으로 재심해서 끝나면 다인 것인가?

  이 외에도 무수히 많은 조작 사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들에는 으레 고문이 뒤따랐다. 그리고 그 사건들 중 상당수가 재심에 의해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가해자가 처벌당한 경우는 부천서 성고문 사건, 김근태 민청련 의장 고문사건, 고문기술자 이근안 등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인적 청산을 위한 적폐 청산 국민운동을 벌여 나가자!!!

  적폐 청산의 핵심은 인적 청산이다. 그것을 두고 정치 보복이니 어쩌니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그런 말하는 자가 바로 청산 대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적 청산은 철저하게 민주적 방식으로, 법과 제도와 원칙에 근거해서 시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문제가 워낙 오랜 역사를 갖다 보니 대상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나 고령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을 본보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역사적 심판이라는 것을 가하여 후대에게 반면교사가 되도록 하면 된다.

  적폐 청산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국민운동을 통해서 인적 청산 대상들의 명단을 수집하고, 공개하고, 적절한 조치를 정부에 요구해 나가야 한다. 이런 운동은 이전에도 제안된 바가 있었다. 하지만 위력적인 운동으로 전개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조건이 좋은 시기이면서, 또 꼭 있어야 할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택시 운전사’를 보고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만행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변호인’을 통해 조작 사건과 고문 등의 비인간성을 철저히 규명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벌거벗은 임금님을 두고 벌거벗었다고 외치는 일일 뿐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그때의 가해자들을 철저하게 밝혀내고 처벌하고 반성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사악한 자들은 착한 사람들의 안이함과 게으름을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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