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호전적인 언사를 주고받은지 며칠 후에 그리고 중국이 유엔 제재를 뒷받침하는 북한에 대한 강한 조치를 취한 지 몇 시간 후에, 북한이 미국 영토 공격 협박을 거둬들였다.”

미국 보수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북한이 괌 타격 협박에서 물러섰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4일 전략군사령부를 방문해 ‘괌 포위사격 방안 보고’를 받고 “미국 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평가다. 

이에 앞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13일(현지시간) 이 신문에 공동 기고문을 보내 ‘평화로운 대북 압박 캠페인’이라는 대북 접근법에 변화가 없다며,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이 야기한 우려를 불식시킨 바 있다.

12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갖고 한반도 문제에 대해 조율했다. 14일 오후 중국 상무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 이행 차원이라며, 15일부터 북한산 석탄.철.납.수산물 수입을 금지한다고 공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에 대한 이 조치가 (미.중 간) 무역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됐다”고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지적재산권 도용 문제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무역전쟁에 대한 안팎의 우려를 크게 낮춘 조치로 평가된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대북 금수 조치 공고’ 직전 “조선(북한) 핵문제와 중미 무역 문제는 완전히 다른 것이고 하나를 다른 하나의 문제에 대한 압박 도구로 활용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12~14일 사이에 미국이 북한 및 중국이라는 두 개의 전선에서 긴장을 낮추는 조치를 취하면서 중국과 북한으로부터 미국에 유화적인 조치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시간상으로는 트럼프-시진핑 통화 -> 틸러슨.매티스 공동 기고 -> 중국의 대북 금수조치 -> 트럼프의 완화된 대중 무역 조치 및 김정은의 ‘정세 완화’ 발언이 이어졌다. 

영국 진보지 <가디언>은 15일 ‘김정은이 긴장을 진정시키자 북한이 괌에 대한 미사일 발사를 보류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정은이 이날 도널드 트럼프와의 말전쟁을 일단 멈추자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의 ‘멈춤 신호’가 14일(현지시간)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의 경고 뒤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매티스 장관은 북한이 미국 영토에 미사일을 쏘면 “아주 빠르게 전쟁으로 번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 미사일의 궤적을 신속히 포착할 수 있으며, 괌으로 향한다고 판단되면 “우리는 결판낼 것”이라고 위협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조선반도 지역에서 정세를 완화시키고 위험한 군사적 충돌을 막자면 우리 주변에 수많은 핵전략장비들을 끌어다놓고 불집을 일으킨 미국이 먼저 올바른 선택을 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에 주목했다. 

김 위원장이 “정세 완화”를 직접 거론한 것은 처음이라며, “미조(북) 대립이 일시적으로 진정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추가,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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