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전쟁위협공갈을 근원적으로 종식”

▲ 북한은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캡쳐사진 - 조선중앙TV]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례적으로 ‘자국 방어’를 언급한 점이 현실화된 셈이다.

북한 국방과학원은 4일 “김정은동지의 전략적결단에 따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 과학자,기술자들은 새로 연구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4》형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며 “7월 4일 오전 9시 우리 나라 서북부지대에서 발사되여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39분간 비행하여 조선동해 공해상의 설정된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무기와 함께 세계 그 어느 지역도 타격할수 있는 최강의 대륙간탄도로케트를 보유한 당당한 핵강국으로서 미국의 핵전쟁위협공갈을 근원적으로 종식시키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믿음직하게 수호해나갈것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세계 그 어느 지역’에는 당연히 북한이 ‘백년 숙적’으로 꼽고 있는 미국 본토가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핵전쟁위협공갈을 근원적으로 종식”시켰다는 문구가 이를 입증한다. 더구나 남북이 최초로 합의한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날이자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을 택일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북한이 자체 개발한 핵탄두를 장착해 발사할 경우 미국 본토가 북한의 핵무기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6.29~30일)에서 했던 이례적 발언들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전략적 인내 시대’의 실패 선언과 ‘자국 방어와 자국 시민 보호’ 발언이 그것.

트럼프, ‘전략적 인내 시대’ 실패 선언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30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언론발표문을 통해 “북한과의 ‘전략적 인내 시대’(The era of strategic patience)는 실패했다”며 “솔직히 말하면 이제 이 인내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나몰라라 방치했던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다는 것.

한때 미국에서 ‘ABC 정책’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클린턴에 이어 등장한 부시 대통령이 ‘클린턴이 하던 것만 아니면 뭐든 괜찮다’(Anything But Clinton)며 기존 클린턴 정부의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도 사실상 전임 민주당 출신의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당선됐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적 실패 사례인 대북정책, ‘전략적 인내’에 대해 전면 부정에 나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북한과의 전략적 인내 시대는 실패했다. 수년 동안 있었지만 실패했다”고.

실제로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한마디로 무기력과 무책임의 소산이었다.

하나는 절망감에 빠진 무기력의 소산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로 북한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외부의 관측과 달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의 승계는 탄탄하게 진행됐고, ‘경제발전과 핵발전 병진노선’은 확고하게 견지됐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 지도자가 병진노선을 헌법에 명기할 정도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오바마 정부는 절망감에 빠졌고,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한마디로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다른 하나는 무책임의 소산이다. 4년 연임제의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내에 결정적인 문제만 발생시키지 않는다면 굳이 미래의 책임까지 떠맡으려하지 않는 속성이 있다. 북한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나선다 하더라도 자신의 임기 내에 미국 본토를 실질적으로 위협할 수준만 되지 않는다면 내버려둬도 자신이 책임질 일은 없는 것이다.

핵탄두 50-100기,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따라서 전략적 인내는 북한의 수직적 핵확산, 즉 핵물질 생산량을 늘려, 핵무기 보유량을 확대하는 것을 방치하는 대신 수평적 핵확산, 즉 중동국가나 테러단체 등에 북한의 핵기술이나 핵물질, 핵무기 등이 전파되는 것만 차단하면 되는 것이었다.

유대계가 주류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핵무기가 중동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모국’ 이스라엘이 핵무기 위협에 놓이게 되기 때문에, 여기에만 신경을 썼다는 것.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의 실패와 종언 선언은 의미심장하다. 따라서 이제 트럼프-문재인 양 정상의 자연스러운 귀결은 “한.미 양국이 공히 북핵 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자국 방어와 자국민 보호 시대’의 대두 예고

▲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자국 방어와 자국민 보호를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이례적으로 “미국은 미국이라는 자국을 항상 방어할(The U.S. will defend itself) 것이다”, “우리의 시민들을(our own citizens) 공통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한다”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통령은 통상 동맹국(한국) 방어 공약을 되뇌곤 했다. 물론 이번 공동성명에도 예외없이 “트럼프 대통령은 재래식과 핵 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하여 대한민국에게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하였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은 ‘자국 방어’와 ‘자국민 보호’다. 물론 한국에 거주하거나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미국인을 보호하는 것도 ‘자국민 보호’의 일환임에도 틀림 없지만 ‘자국 방어’를 전제로 한 ‘자국민 보호’는 개념이 완전히 달라진다.

결국 미 본토 방어와 미 본토 거주 국민 보호가 당면한 과제로 대두됐고, 한.미동맹이 감당해야 할 북한의 위협의 범주도 그만큼 넓어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미국에게도 바다 건너 위협이 아닌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셈이다.

북한 전문가인 박한식 미 조지아대 교수는 한때 북한의 핵포기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미국이 변심할 경우 북한도 핵무장국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가역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평양에 일정 수 이상의 미국인이 상주하는 것이 평화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이라고 제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북한이 핵무기와 투발수단인 ICBM을 모두 갖추게 됨으로써 더 이상 ‘평양 인질’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됐다. 즉 미국이 ‘자국 방어, 자국민 보호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개념화 하면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보유국’에서 ‘핵무기보유국’으로 전환됐다. 따라서 ‘북핵 게임의 룰’도 근원적으로 바뀌게 됐다. [관련 기사 보기]

미국 정부는 부인하겠지만 입이 가벼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미 북한의 ICBM 발사 임박을 알고 있다는 듯 전략적 인내 시대의 실패와 자국 방어, 자국민 보호를 정확하게 언급했다.

‘비즈니스 맨’ 트럼프, 노벨 평화상 노릴까

▲ 북한은 ICBM 시험발사에 성공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에서 명실상부한 '핵무기 보유국'으로 발돋움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 시험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캡쳐사진 - 조선중앙TV]

이제 공은 다시 미국에게 넘어갔다. 단기적으로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국제적 포위망을 더욱 옭죄겠지만, 전략적 인내는 이미 실패했다. 결국 무력 제압이냐 대화냐의 기로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우리의 목표는 바로 이 역내 평화와 안정과 번영”이라고 말했고, 한.미 양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제재가 외교의 수단”이며,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고 확인했다.

나아가 “한.미 양국이 공히 북핵 문제 해결에 최우선순위를 부여한다”고 재확인했다. 걱정되는 것은 6자회담이 본격화 되면서 10년 전에 사라졌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가 공동성명에 재등장했다는 점이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 CVID 명제가 실현되려면 북한에게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관계정상화 내지는 안전보장이 주어져야만 할 것이다. 북핵문제의 입구와 출구 분리론을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이 출구에서나 가능한 목표부터 덜컥 합의해준 셈이다.

어쨌든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공동성명과 자신이 발언했던 언론발표문 내용대로 실천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의 실패를 넘어 설 일만 남았다. 공명심 많은 ‘비즈니스 맨’ 트럼프에겐 노벨 평화상을 노려볼 만한 기회가 찾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