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원불교 교무)

 

2017년 대한민국 평화1번지 성주 소성리 진밭교 삼거리,

전쟁무기 사드가 가까이 보이는 마지막 오르막길에 원불교 평화교당이 설치된 지 벌써 88일째이다.

6월 4일 새벽 5시 기도를 올린후 가장 먼저 찾아오는 벗님이 참새 가족들이다.

짹짹짹 엄마와 아들 참새가 다가와 아스팔트 위의 모이를 고르고 쫀다. 혼자 온 덩치 큰 참새는 두리번거린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지푸라기를 물고 있다. 집을 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집단으로 몰려와 이러 저리 비행을 하며 어느 녀석은 칡넝쿨에서 흔들거림을 즐기기도 한다.

까악 까악 덩치 큰 까마귀 소리에 자리를 비켜주지만 내일 새벽 다시 평화를 전하러 올 것이다.

참새들이 준 아침 선물은 싱그럽고 넉넉한 마음 회복이다.

어린 시절 그물로 잡아서 구워먹었던 님들께 참회하는 새벽공기는 차가웠다.

▲ 소성리 진밭교 원불교 평화교당에 매일 새벽 참새가족이 평화를 전하러 온다. 소성리 평화계곡에 참새와 까마귀 소리 그대로 두는 것이 평화이다. [사진제공-정상덕 교무]

옛날 프러시아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자기가 좋아하는 버찌를 참새가 먹어치우는 것에 화가 나서 참새를 모조리 잡아들이라고 명령하였다. 그리고 두해가 지나자 벚나무에 해충이 생겨 벚나무의 겨울눈뿐만 아니라 겨우 돋은 잎마저 먹어치워 나무가 형편없게 되었다. 결국 참새의 역할을 새로이 알게 된 대왕은 참새를 보호하게 되었다.

참새와 바람은 넘치지 않는 자연의 조화이다. 오직 인간의 욕망이 참새를 분별할 뿐이다.

참새는 알고 있다.

사드배치가 인간의 욕망의 덩치라는 사실을, 참새는 지저귀며 인간에게 경고한다.

이 아름다운 생명의 질서를 깨면 다 죽는다고, 사드와 엑스밴드 레이더가 가동되는 날 참새는 떠나고 인간은 전쟁이다. 소성리 평화계곡에 참새와 까마귀 소리 그대로 두는 것이 평화이다.

 

2017년 6월 04일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현재 사드철회와 성주성지 수호를 위한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며, 저서로는 『원불교와 인권(공저)』, 『마음따라 사람꽃이 피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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