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취임한 제19대 대통령 문재인의 외교안보통일 구상을 집약한 구호는 “강하게 평화로운 대한민국”이다. 

안보 분야에서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킬체인 등 북핵 대응 핵심전력 조기 전력화, △전시작전통제권 임기 내 전환, △국방개혁 추진과 국방 문민화 등을 통한 “책임국방”을 이룩하겠다고 밝혔다.

외교 분야에서는 △5천만 국민의 역량 결집한 국민외교, △주변 4국과의 협력 외교와 ‘동북아더하기책임공동체’ 형성, △보호무역주의에의 대응 및 통상외교 역량 대폭 강화, △공공외교 강화, △720만 재외동포 적극 지원 등 “국익우선 협력외교”를 내걸었다.

통일 분야에서는 △북핵 해결과 전쟁 위험 없는 한반도,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남북 시장 하나로 통합하고 점진적 통일, △남북기본협정 체결, △북한 인권 개선 및 이산가족.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 △남북 사회문화체육 교류 활성화하고 접경지역 발전 등으로 “더불어 평화로운 한반도”를 약속했다.

구상의 밑바탕에는 달라진 환경이 놓여 있다.

“오늘날 우리의 외교안보통일 환경은 일축즉발의 남북관계, 한중관계 파탄, 한일관계 파국으로 대표됩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은 외교.안보.남북관계 모두 악화시켰습니다. 북한이 4차례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로 핵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막지 못했고 널뛰기 외교로 외교관계를 망쳤습니다. 방산비리로 안보불안은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중)

안으로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의 ‘적폐’가 새 정부를 짓누르고 있다. 두 정권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환수)를 두 차례 연기했다. 2015년 12월 피해자와 국민들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위안부 합의’를 공표했다. 2016년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빌미로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사드 배치를 공표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했다. 

바깥 환경도 좋지 않다.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은 임계점에 이르렀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올해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10억 달러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다.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 대북정책을 확정하는 과정에서는 ‘코리아 패싱(한국 건너뛰기)’ 논란을 불렀다. 10일(현지시간) 미 <LA타임스>가 문 대통령이 직면할 최대 도전으로 “하나는 트럼프, 하나는 김정은”이라고 꼽은 이유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꿈’을 주창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사드 관련 보복조치를 통해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부상하는 중국’ 견제를 빌미로 미국과 밀착하여 재무장을 현실화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숙원인 ‘평화헌법’ 개정을 위해 북핵을 최대한 활용하고 나아가 ‘한반도 위기’를 적극 조장하고 있다.         

10일 취임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라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하는 한편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자주 국방력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북핵문제 해결할 토대도 마련하겠다. 동북아 평화구조 정착시켜 한반도 긴장완화 전기 마련하겠다.”

최대 현안은 ‘북핵’과 ‘사드’이다. 두 문제는 서로 얽혀 있다. 외교소식통은 “사드 문제는 양자 협상을 통해서는 해결할 수 없고 한미중 3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방해가 아니라) 기여하게 해야 한다”고 짚었다. 국내적으로 사드 배치 협상 과정을 꼼꼼하게 재검토하는 한편, 미.중을 향해 각각 사드 장비 운용과 보복 조치 중단을 요구하면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 북핵.사드를 묶어서 진전을 보아야 하는 난제가 놓여 있다.  

문 대통령은 9일 더불어민주당 개표 상황실을 찾아 새 정부는 ‘3기 민주정부’라고 규정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축으로 주변국과의 협력외교를 꾸준히 추진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계승하고,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셈이다. 

주변 4국은 새 정부의 대북.대중정책 변화에 대비하는 기류다. 10일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빗대어 ‘달빛정책’이라 부르며 “북한과 중국에는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백악관은 9일(현지시간) 축전을 통해 “우리는 미국과 한국 간 동맹을 강화하고 양국 간 영원한 우정과 동반자관계를 심화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10일 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공식 초청한다”면서 “오시면 해외 정상으로서의 충분한 예우를 갖춰 환영하겠다. 우리 두 사람의 대통령 선거 승리를 같이 축하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께서 북한 도발 억제와 핵 문제 해결에 대해 여러 안보 사안 중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시진핑 주석도 10일 오전 9시께 문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 “중한관계 중시”와 “협력 강화” 방침을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문 대통령 당선을 의결한 직후다. 중국소식통은 쿵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가 유치원생 사고와 관련한 것이지만 이례적으로 김장수 주중대사와 통화하여 협력을 약속한 점을 지적하면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풀려는 것 같다”고 짚었다. 문 대통령도 사드 문제가 해결되면, △한중 고위급 전략경제대화, △국방 당국 간 대화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9일 밤 “가능한 빠른 기회에 문재인 차기 대통령을 뵙고 공통 관심사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역사 문제의 진정한 반성과 실용적 우호협력의 동시추진”하는 한일관계 구상을 밝혔다.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재협상 등을 통해 피해자들이 인정하고 국민의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를 도출”한다는 구상이다. 일본이 응하지 않으면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해서도 “효용성을 검토한 후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독도문제와 역사왜곡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10일(현지시간) 축전을 보내 “여러 분야에 걸친 양자 협력을 지속해서 강화하기 위한 공동 작업을 추진하고 국제 현안 해결 노력에서 공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러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의 실질적 발전을 추진”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이에 맞춰 남북러 협력사업을 전개”하며, “북극 항로 공동개척과 에너지 등 경제협력을 대폭 확대”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상을 실현할 사람과 조직을 정비하는 것이다. 11일 오후 청와대 직제개편을 통해 “대통령비서실에서 담당하던 외교·국방·통일 정책보좌 기능을 국가안보실로 일원화”했다. 정책 혼선을 방지하고, 안보실장이 남북관계, 외교현안 및 국방전략 등 포괄적 안보 이슈를 통합 관리하자는 것. 또한, 안보실장 직속으로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설치하여 긴박한 안보위기에 적극 대응하도록 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정치댓글.정치사찰’로 얼룩진 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수집 기능을 폐지하고 “대북한 및 해외, 안보 및 테러,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10일 신임 국가정보원장에 ‘북한통’인 서훈 전 3차장을 내정 발표했다. 

(수정,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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