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사관 앞 집회를 금지한 경찰의 행위는 자의적 판단으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가로막은 위법행위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7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상임대표 문규현, 평통사)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는 6일 평통사가 제기한 미 대사관 앞 집회금지 통고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패소한 종로경찰서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면서 1심에 이어 종로경찰서는 옥외집회 금지통고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종로경찰서의 주장이 1심과 크게 다르지 않고 추가로 제출된 증거를 모두 살펴보아도 지난 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재확인했다.

앞서 평통사가 제기한 미 대사관 앞 집회금지 통고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지난 6월 16일 평통사의 미 대사관앞 집회는 집시법 제 11조 제4호 단서에 따라 외교기관 인근에서 개최할 수 있는 예외적 허용 사유에 해당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집시법 제11조 4항은 예외적으로 외교시설 100m 이내의 집회를 허용하는 경우로 △가. 해당 외교기관 또는 외교사절의 숙소를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 △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다. 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하는 경우를 명시하고 나머지 집회는 모두 금지하는 등 외교시설의 안전과 보안을 보장하고 있다.

1심 재판부의 판결은 평통사가 매월 미 대사관 경계지점에서 약 52m 떨어진 곳에서 옥외집회를 개최하면서 외교기관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외교관의 신체적 안전을 위협한 사례가 없었기때문에 같은 장소에서 옥외집회가 열린다 하더라도 외교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평통사는 이날 발표한 논평에서 “이번 판결은 경찰의 집회금지 통고가 위법하다는 1심 판결 이후에도 폭력시위로의 변질, 외교기관의 기능이나 안녕 침해 등 1심 때와 똑같은 이유를 들어 미 대사관 집회를 자의적으로 금지해 온 종로경찰서의 행태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불법 부당한 것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번 판결은 지난 6월 1심 판결 이후 미 대사관이 종로경찰서로 서한을 보내 (미 대사관의) 안전거리에서 벌어지는 모든 집회·시위를 금지하라고 한 내정간섭적 집회 금지 요구를 배척한 용기 있는 판결”이라고 치하했다.

이와 관련, 주한 미국 대사관은 지난 7월 5일 키스 번 보안국장 명의로 관할 종로경찰서 서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대사관 시설과 직원의 안전을 위해 100m 이내 집회·시위 금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뜻을 관철시킨 바 있다.(관련 기사 보기)

앞서 평통사는 지난해 10월 27일 종로경찰서에 광화문 KT앞 북측 인도에서 ‘193차 미 대사관 집회’를 개최(11월 10일)하겠다는 내용의 집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종로경찰서는 이틀 후인 10월 29일 집시법 11조 4항을 근거로 집회 금지통고를 했다.

올해 4월 14일과 5월 17일 ‘미 대사관 집회’ 금지통고 처분 취소소송 관련 2차례의 재판을 거쳐 6월 16일 진행된 선고심에서 서울 행정법원 제5부는 평통사 승소 결정을 내렸고 7월 11일 종로경찰서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이에 지난 10월 25일과 11월 22일 항소심 관련 재판이 2차례 진행되었으며, 지난 6일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는 종로경찰서의 집회금지 통고는 위법한 것이므로 집회금지 통고처분을 취소하라는 1심 판결은 정당하다면서 종로경찰서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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