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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렌즈에 담다 첫 사진전 '압록강 건너 사람들' 여는 조천현 작가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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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04  18: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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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록강. 20년 가까이 북중국경지대를 누빈 조천현 작가가 오는 8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첫 사진전을 연다. [사진제공-조천현]

압록강, 두만강. 북한과 중국을 사이에 두고 흐르는 강. 한반도와 대륙을 구분짓는 자연이 만든 국경선이다. 하지만 이들 강은 남북을 가르기도 한다. 그리고 붉은 승냥이가 우글거리고 폭압에 신음하는 불쌍한 동포들이 살고 있다는 시각이 재생산되는 강이기도 하다.

이처럼 자연스레 흐르는 강을 사이에 두고 정치적 색채가 들씌워지는 지역은 드물다. 색안경을 끼고 강을 바라보는 이들과 달리, 강 건너 사람을 찾는 이가 있다. 바로 조천현 작가. 스스로 아마추어이고 멍청하다고 하지만, 그가 찍은 사진에는 잊혀진 우리의 옛모습이 담겨있다.

오는 8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첫 사진전 '압록강 건너 사람들'을 여는 조천현 작가를 4일 서울 마포 작업실에서 만났다. 이번 사진전은 <통일뉴스> 창간 16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다.

"나는 엄마에게 그리움만 줬다. 엄마는 항상 나를 기다렸다. 서울로 올라와 내 자취방에 있던 엄마를 두고 북중국경지대에 갔다. 한달만 기다리라고 했지만, 나는 지키지 못했다. 돌아왔을 때 엄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다시는 이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북중국경지대에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엄마에게 준 그리움을 그들에게도 주고싶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 소를 모는 북녘 주민. [사진제공-조천현]

40일에 한 번 씩, 짧게는 15일, 길게는 두 달 동안 북중국경지대를 누비는 조천현 작가는 엄마에게 남긴 그리움을 렌즈에 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북쪽 아이들과 엄마, 할머니의 모습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가장 긴 2천리 압록강의 광활함이 담겨있다. 

"시골에서 살아왔던 것들, 주위에서 본 정서적인 것들, 사라져가는, 잃어버린 향수가 그래도 북쪽에 남아있다. 북한도 많이 변하고 있고 과거의 기억들이 점차 사라져간다. 사라져가기 전에 나는 카메라에 담고 싶을 뿐이다."

국경넘어 사람들이 아니라 내 이웃에 대한 감정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것. 그 중에서도 압록강의 다양한 자연과 풍경, 사람과 집, 도시마다 다른 특색이 자신을 이끈다고 한다. 압록강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아름답다"라고 표현하는 그의 얼굴은 압록강에 서 있는 듯했다.

물론, 압록강을 누비는 작품활동이 순탄하다고만은 할 수없다. 조 작가는 중국 공안에게 잡혀 두 번의 입국정지 처분을 받고 벌금도 수 차례 냈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잡혀야 원칙이다. 안 잡히고 어떻게 일하느냐. 물론, 안 잡히려고 열심히 돌아다닌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북중국경지대를 찾는 이유는 단 하나. 잊혀진 과거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기 위함이다. 

"우리는 혼자만 하는데, 북쪽은 여전히 사람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한다.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아이들이 강에서 노는 모습. 서로 도와주며 사는 모습에서 나는 여전히 배우는 입장이다."

   
▲ 북녘의 한 마을.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제공-조천현]

그런 조 작가이기에, 일부 언론이 북중국경지대에서 벌이는 행위는 마뜩잖다. 이들은 북중국경지대에서 영상과 사진을 찍어 "거 봐라. 북한은 여전히 못살고, 폭압정치에 주민들이 허덕이지 않느냐"고 강요한다.

이에 조 작가는 "언론들은 충격적인 것만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못 산다 힘들다라는 이미지만 잡아낸다. 나도 그런 것은 잡아낼 수 있다. 하지만 잘못된 일"이라고 일침을 놨다.

"북한도 지금 엄청 변하고 있다. 15년전 이야기를 반복하고, 똑같은 그림만 보여주고. 압록강만 해도 80여개 마을이 있는데, 거기서 하나만 가져다 보면 그럴 수 있다. 작은 걸 두고 전체라고 해석하는 게 잘못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마구 한다. 소설쓰듯이. 반성해야 한다."

1998년부터 북중국경지대에서 다큐멘터리를 찍어온 이력을 가진 그이기에 이런 죽비소리는 언론인으로서 아프게 다가온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실천하고 카메라를 들자'라는 그의 좌우명이 지금의 사진을 만든 원동력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 압록강이 놀이터인 북녘의 아이들. [사진제공-조천현]

2008년부터 압록강을 누비며 셔터를 눌러 온 조 작가는 여전히 압록강에 가고 싶어 한다. 첫 사진전을 준비하느라 압록강을 가지 못 하고 있음이 아쉽다고 한다.

"가을걷이를 찍어야하는데..내가 도외시한 풍경도 있고... 진달래꽃도 일주일 피다가 사라졌는데 작년과 올해가 다르다. 뙈기밭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다르다. 가을 추수 끝날 무렵이나 봄에 꽃필 때 모습. 겨울. 아 지금 가야하는데..."

엄마에게 남긴 그리움이 사무친 조 작가는 압록강 건너 사람들에게서 옛 추억에 대한 그리움을 찾는 듯해 보인다. 그리고 사진전을 통해 북한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것이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렌즈에 담는 '멍청한' 조 작가의 사명이다.

앞으로 북중국경지대를 누벼야 하기에 조 작가의 요구로 인터뷰 사진을 찍지 않았다. 그것이 '색안경'을 만들어내는 언론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반성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천현 작가의 첫 사진전 '압록강 건너 사람들'은 오는 8일 오후 3시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학술회의장에서 열린다. 아울러 사진집 『압록강 건너 사람들』도 통일뉴스에서 발간한다.

'아름답다'는 압록강의 2천리 풍경, 그리고 우리의 이웃을 만나는 흔치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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