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랑 / 21세기민족주의포럼 대표


‘한 방에 훅 간다’는 새누리당의 선거 구호였다. 그런데 정말 새누리당, 아니 박근혜 정권이 한 방에 훅 갔다. 지금 우리는 놀라운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누구는 이것을 예상했느니 어쩌느니 말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 누구도 이 정도로 국민 대중의 분노가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수구기득권 세력이 한꺼번에 무력화될 줄은 몰랐으리라.

한 방에 훅 간 박근혜 정권, 변혁의 침로 제시하는 민족민주운동 돼야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1980년도 그랬고, 1987년도 그랬지만 민족민주운동은 국민 대중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다가 패착을 두기도 하고, 우왕좌왕하기도 하였으며, 심지어 죽 쒀서 개 주는 일까지도 하였다. 이제 그 동안의 과오를 거울삼아 정말 국민 대중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고, 그 뒤를 따라갈 것이 아니라 앞서서 변혁의 침로를 제시하는 민족민주운동이 되어야 한다.

이 글은 놀라운 변화의 시기에 우리가 생각해야 할 바의 하나를 제기하고자 쓰는 것이다. 글쓴이는 사실 변혁의 침로를 제시할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고, 정보도 부족하며, 능력도 없다. 하지만 민족민주운동에 애정을 가져온 한 사람으로서 좀 더 능력 있고 열정이 있는 사람들의 논의를 끌어내고자 이 글을 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가능했느냐 하는 것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물론 한 언론사의 폭로였다. 그러나 그것은 직접적인 계기였을 뿐이다. 우리가 역사를 생각할 때 항상 그렇듯이 우연적인 사건을 통해 촉발되는 대변화는 그런 일이 있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토대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한국 사회(정확하게 말하면 남한 사회)가 지금 겪고 있는 모순의 근원은 변화의 지체에 있다. 이미 우리 사회는 분단 체제에 의존하고, 부의 세습이나 하며, 민주주의라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수구기득권 세력이 이끌어 가기에는 걸맞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여기까지는 적어도 민주개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대신할 세력이 너무나 미약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사람들은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가 다시 빼앗긴다는 식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혹은 20년 전이나 30년 전이나 똑같다는 말들을 한다. 역사허무주의를 유발할 수도 있는 이러한 생각은 우리 속에서 확실히 청소되어야 한다.

20년 전이나 30년 전과 지금은 결코 같지 않으며, 우리는 이룬 것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다. 민족민주운동을 비롯한 국민 대중은 많은 것을 이루었다. 그 중요한 성과가 바로 민주화이다. 오늘 여기까지 오게 된 데는 수많은 사람들의 민주화를 위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민주화투쟁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의 노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저들의 구태의연하고 기득권이나 유지 확대하려고 하는 기도를 폭로하고 분쇄해 나간 사람들의 노력들을 모두 일컫는 것이다.

우리 힘으로 독립을 못 이룬 것이 분단을 낳았고, 친일파가 해방 이후에도 득세하게 되었다는 말들을 사람들은 자주 한다. 친일파를 비판하기 위한 말로는 일리가 있지만 그런 말 속에 숨어 있는 역사허무주의를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면 동상 걸린 손가락 발가락을 잘라내 가며 싸운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투쟁이 다 헛되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그분들의 투쟁이 있었기에 우리는 친일파의 후예들조차 부정하지 못하는 ‘친일파는 나쁜 놈들이다’라는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 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우리 몫인 것이다.

마찬가지이다. 민주주의를 위한 수많은 투쟁이 있었고, 그것을 통해 흡족한 무엇을 이루어내지는 못하였다고 하여도, 적어도 수구기득권 세력을 상당 부분 무장해제하였으며, 국민 대중의 손에 민주주의라는 무기가 쥐어진 것이다. 수구기득권 세력은 이것을 다시 빼앗으려고 해왔다. 하지만 그 기도가 쉽사리 성공할 수 없고, 그 갈등 속에서 오늘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수구기득권 세력 막을 ‘민생, 민주, 평화, 민족’ 진지 구축해야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이루어야 하되, 지금까지의 것을 다시는 빼앗을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단단한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진정한 변화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냉철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지금 잡아야 할 네 마리 토끼가 있다. 그것은 민생, 민주, 평화, 민족이다. 민생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우리가 수구기득권 세력과 싸우는 근본적인 이유 자체가 현재의 모순 해결이고, 바로 민생을 위해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민생 문제는 그 자체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누구는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고 하지만, 사실 민주주의가 밥 먹여 준다. 민주주의가 없는 세상은 수구기득권 세력들이 국민 대중의 고혈을 쉽게 빨아 먹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도 민주주의는 국민 대중을 위한 강력한 무기로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전쟁 위험이 지속되는 세상에서 어찌 제대로 먹고 살겠는가?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정말 그야말로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그때는 민주주의의 성과도 한줌의 재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평화를 위한 투쟁을 쉼 없이 해야 한다. 그리하여 전쟁 위험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민족의 자주가 보장되지 않으면, 분단이 지속되면 이것도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위에서 말한 네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이것이 더 중요하니 저것이 더 중요하니 하는 따위의 유치한 논쟁은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네 마리 토끼를 그냥 잡으려고 하면 이것저것 다 놓치게 되고 우리의 역량만 손실된다. 이것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길, 아니 적어도 이 네 마리 토끼가 모두 다니는 길목을 지켜서 잡아야 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앞에서 말했듯이 지금 이 사회의 모순은 변화의 지체에 있다. 그것은 무엇 때문인가? 바로 변화를 막아서는 자들이 강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수구기득권 세력이고, 새누리당이며, 박근혜 정권이고, 재벌과 부패 관료들을 비롯한 자들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 아는 사실이다. 이들이 다시는 정권을 차지할 꿈도 못 꾸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제대로 사람 사는 세상이 되는 길이다.

우리가 몰아내야 할 수구기득권 세력의 가장 본질적인 특성은 무엇일까? 그것은 오히려 그들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다. 바로 이명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자 했던 이른바 건국절,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너무나 잘 보여준다. 그들은 바로 친일파의 후예이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민주개혁적인 사람들 속에서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이들의 가장 본질적인 특성을 보여준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거나, 아니면 확고하지 못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대중 투쟁의 동력으로 민족자주 헌법 쟁취해야

다시 지금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지금의 놀라운 변화는 이제 누구도 쉽게 통제하지 못할 길로 접어들어 가고 있다. 이미 국민 대중은 대통령 하야, 퇴진의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 싸움은 더욱 가열 차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전에는 우리가 계란이 되어 바위를 치면서 저항을 했고, 낙숫물이 되어 언젠가는 바위가 깨질 그날을 위해 자기 몸을 던졌다면, 이제는 해머가 되어 착암기가 되어 바위를 산산이 부수어서 다시는 되살아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무작정 싸운다고 될 일은 아니다. 이 싸움은 필연적으로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로 모아질 것이다. 그것은 바로 개헌이다. 물론 지금은 개헌을 논할 시기가 아니다. 박근혜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꼼수로 개헌을 언급한 것이 바로 한방에 훅 가기 전날이었다. 그러므로 싸움의 성격을 왜곡할 개헌은 언급 자체가 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앞을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개헌을 바라고 있다. 특히 제도 정치권에서 영향력이 있는 여야 정치인들이 그렇다. 거기에 덩달아서 꽤 진보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조차 개헌을 해서 국민 대중을 위한 진보적인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순진한 생각까지 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민 대중도 여론 조사를 해보면 개헌에 우호적이다.

개헌의 결과는 이해관계가 다른 세력들 사이의 투쟁의 산물로 나타날 것이다. 지금의 문제가 대통령 단임제 때문에 생긴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현재의 헌법은 1987년이라는 대중의 진출이 이루어지던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의 헌법이 현재의 상황보다 못하다고 볼 수는 없다. 1987년 체제가 지금에 맞지 않는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자들은 영원히 대중의 진출을 막을 방법을 헌법을 통해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다.

만약에 이번 투쟁이 없는 상태에서 개헌이 논의된다면 수구기득권 세력은 틀림없이 이른바 건국절에 걸맞는 개헌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 여야 협상에 의한 개헌이 추진 될 때 현재의 보수야당은 그러한 수구기득권세력의 기도를 강력하게 막을 의지가 없을 것이다. 권력 구조 개편과 관련하여 자신들에게 이익이 돌아온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반민족적인 개헌을 필사적으로 저지해야 한다. 나아가서 진출하는 대중 투쟁의 동력으로 민족자주 헌법을 쟁취해야 한다. 그 내용은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일단 대강의 핵심만 거론해 보도록 하겠다.

첫째, 전문에 민족자주의 정신이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사드 등 우리 민족의 이익과 배치되면서 외세를 위한 무기 도입이 국민의 뜻에 반해서 도입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분단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통일을 위한, 국민과 정부의 의무를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 아울러서 통일을 향한 귀중한 성과인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선언, 10.4선언 등의 내용이 헌법에 담기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친일파에 대한 분명한 규정과 이들에 대한 역사적 단죄가 헌법 전문에 분명히 명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개헌을 통하여 수구기득권 세력이 다시는 이 땅에서 행세할 수 없도록 헌법으로 명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나치가 되살아나지 못하도록 헌법에 명시한 독일의 경우를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사회의 문제는 단지 박근혜가 비정상이어서만이 아니다. 물론 박근혜는 비정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정상은 이 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지 말아야 할 세력이 여전히 그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이제 국민 대중과 함께 아니 그에 앞서서 이 놀라운 변화의 침로를 민족민주운동이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썼음을 다시 한 번 밝히며 글을 맺는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