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한.일 군사정보호협정(GSOMIA) 논의를 전격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 2012년 밀실 협상으로 추진되다 여론의 뭇매로 무산된지 4년만이다. 북핵 문제를 이유로 들었지만, 개헌 제안과 마찬가지로 '최순실 게이트' 덮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올해 북한이 4~5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등 향후 추가 도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일간 정보공유를 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양국간 군사정보호협정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우선 논의 재개를 공식화하고, 일본 측과 만나 협의를 진행, 연내 체결을 목표로 실무협상을 벌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협정 논의 재개는 이날 오전에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결정됐으며, 지난 5차 북핵실험 이후 유관부처간 논의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군사기밀을 공유하는 협정으로, 현재 한국과 일본은 2014년에 체결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한.미.일 3자 정보공유약정'으로 우회적으로 군사정보를 공유해왔다. 

그럼에도 일본 측은 한.일 간 직접적인 군사정보공유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그리고 미국 정부도 한.일 GSOMIA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20일 발표된 제48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지난 6월 실시된 미사일 경보훈련의 의미에 무게를 두고, "실질적인 국방협력을 계속 증진해야 할 필요성을 재확인하였다"라는 대목이 한.일 GSOMIA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보 또는 첩보의 성격상 수집 출처가 다양하고 다양할수록 양질의 정보가 생산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미국을 경유할 필요없이 양자 간 정보를 공유하면서 신속성을 높이고 출처가 다양해짐에 따라 정보 신뢰도와 정확성도 이중삼중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금까지 한.일 GSOMIA는 양국간 국민적 공감대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2012년 6월 체결 직전까지 갔지만, 과거사 문제로 여론의 역풍을 맞아 무산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논의 재개 결정은 지난해 한.일 정부간 일본군'위안부'합의(12.28합의)로 어느 정도 한.일 간 과거사를 털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국민정서상 반대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국민 뜻을 귀담아 듣고 살피는 노력을 했다"면서도 "그러나 역사와 안보.정치 문제는 분리해야하는 것이 정부의 원칙"이라고 강변했다.

'12.28합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우세하고, 독도 문제와 침략역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그릇된 주장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국민적 저항이 거셀 전망이다.

박근혜정부의 이날 전격적인 결정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서 국민들의 눈을 돌리려는 정치적 술수라는 의혹도 강하게 제기된다. 지난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안과 같은 맥락으로 읽힐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민간인에게 기밀을 넘겨주는 등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격화되면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타결 전망도 예단하기 힘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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