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중국, 필리핀에 거주하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다큐멘터리 'The Apology'가 8일 오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국내에 상영됐다. 사진은 영상 속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의 모습. [사진출처-'The Apology' 공식 페이스북]

일본 우익의 망발 '창녀는 돌아가라'. 이에 맞선 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다시는 우리와 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전쟁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소설이 아니다. 실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의 이야기다. 2012년 일본 증언집회를 간 할머니를 향해 우익들이 입에 담을 수 없는 표현으로 악을 써댔지만, 길원옥 할머니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전쟁없는 평화로운 세상 만들기를 설파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원하는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란 무엇일까. 그리고 왜 사죄를 받으려 하는가. 사죄를 받기 위해 왜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영화가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다큐멘터리 'The Apology(사죄)'가 8일 오후 부산 센텀CGV에서 처음 상영됐다. 변영주 감독의 '낮은목소리'가 처음 선보인 1995년 이후 20여년 만에 '위안부'를 주제로 한 제대로 된 다큐멘터리가 등장했다.

영화는 대만계 캐나다인 티파니 슝(Tiffany HSIUNG) 감독이 7년에 걸쳐 만난 한국, 중국, 필리핀에 거주하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그리고 그들의 일상을 통해 사죄의 의미를 찾는다.

여기에는 길원옥 할머니가 일본 우익들의 망언을 고스란히 듣는 장면이 담겨있다. 참을 수 없는 표현에 영화 속 할머니의 표정은 덤덤하다. 오히려 평화를 외친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요구한다. 무관심으로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향해 할머니는 마이크를 잡고 끊임없이 평화를 설파한다. 그렇게 길원옥 할머니는 평화활동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 중국에 거주하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카오 할머니. [사진출처-'The Apology' 공식 페이스북]

중국 카오 할머니. 한번도 제대로 자녀에게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털어놓지 못했다. '위안부'를 곱지않게 보는 사회의 손가락질은 카오 할머니를 체념케했다. 자신의 엄마가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접한 딸의 눈빛에는 과거사를 받아들이기 어려움이 역력하다.

필리핀 아델라 할머니. 그 또한 사회의 시선으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자상한 남편이 자신을 떠날까봐, 아들이 부끄러워할까봐.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의 고통과 침묵의 강요로 평안을 누릴 수 없었다. 그러다 용기를 내어 아들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리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들 피해자들이 보다 편한 삶을 누릴 수 없을까. 방법은 단 하나. 바로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이다. 한국과 일본정부가 지난해 '일본군'위안부'합의'('12.28합의')에서 보여준 '대독 사과', 아베 일본 총리가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허울뿐인 사죄는 피해자들에게 안식을 주지 못하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20여년 동안 흔들림없는 일본 정부의 오만함과 마주하면서도 왜 사죄를 받아야 하는가. 그것은 아델라 할머니가 침묵의 강요를 떨쳐내고 카오 할머니가 체념에서 벗어나며, 길원옥 할머니가 더 이상 노구를 이끌고 세계를 다니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는 전쟁없는 평화로운 세상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정의와 기억없이 화해와 치유란 없다는 이야기다.

▲ 필리핀 거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아델라 할머니. [사진출처-'The Apology' 공식 페이스북]

다큐멘터리 'The Apology'가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해서 무겁지만은 않다. 여느 할머니와 같이 약이 없으면 하루를 버티기 힘들고, 흘러간 옛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며, 앞으로의 계획은 먹고자는 일이라는 일상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티파니 슝 감독이 "피해자들이 고통을 겪고 후유증을 어떤 방식으로 헤치며 어떻게 생존하고 살아왔는지 기록함과 동시에 그녀들이 가진 힘과 회복력을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설명처럼,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의 삶과 정신력을 보여준다는 의도이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The Apology'라는 원제를 '나비의 눈물'로 바꿔 소개하고 있다. 과연 '나비의 눈물'이 영화를 요약할 수있을까. '위안부' 주제로 최근 흥행을 거둔 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의미를 알 수없는 CG로 등장한 '나비'에서 영감을 얻은 것일까. 옥의 티다. 

다큐멘터리 'The Apology'는 오는 12일까지 영화제 기간 동안 만날 수 있다. 그렇다고 아쉬워 말자. 내년 초 영화 'The Apology'는 국내에 개봉될 예정이다. 그리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나비의 눈물'이 아닌 제대로 된 제목으로 국내 관객들과 만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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